본문 바로 가기

[ 라이프 ]

치실로 수박 자른다? 제조사도 몰랐던 히트상품 톱8

by조선일보

[아무튼, 주말]

의도하지 않았는데 히트한 상품 베스트8


“인생은 뜻대로 안 돼서 살 만한 거야.”


온라인에서 회자되는 수학 일타 강사 정승제씨의 명언이다. 물건에 적용한다면 “제품은 의도대로 사용되지 않아서 대박이 나는 거야” 정도 되지 않을까. 원래 비아그라는 고혈압 치료제로, 아스피린은 살균제로, 러닝머신은 죄수 고문 도구로 개발됐다는 건 널리 알려진 이야기. 소비자가 생산자를 겸하는 ‘프로슈머(참여 소비자)의 시대’, 제조업체가 생각 못 한 용도와 효능을 소비자들이 찾아내며 팔려나가는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아무튼, 주말’이 ‘의도하지 않은 히트 상품 베스트8’을 선정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송윤혜

LG생활건강 풋샴푸


‘발을 씻자 간증’이 인터넷에서 화제다. 정식 제품명은 ‘온더바디 발을 씻자 코튼 풋샴푸’. LG생활건강이 2018년 출시한 거품형 발 전용 세정제지만, ‘에어프라이어·가스레인지 기름때가 싹 사라졌다’ ‘옷에 묻은 지 오래돼 갈색으로 변한 핏자국과 누런 땀자국이 감쪽같이 지워졌다’ ‘변기 청소용으로 딱이다’ ‘운동화 묵은 때를 벗겨냈다’ ‘곰팡이를 말끔하게 제거해 준다’ ‘발 무좀이 치료됐다’ ‘등드름이 사라졌다’ ‘바퀴벌레까지 박멸된다’ 등 경험담과 함께 ‘저 세상 세정력’ ‘LG생건 연구원들이 발을 도대체 뭐로 본 거냐’ ‘이 정도면 무서울 정도’라는 극찬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과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에 쏟아지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 제품은 약산성 성분을 띠는 대다수 보디워시보다 세정력이 우수한 알칼리성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며 “발 세정 전용으로 나온 제품이라 주방 세정이나 살충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니 당구대


미니 당구대가 ‘집사’와 이들이 ‘모시는’ 고양이들에게 폭발적 인기다. 미니 당구대는 원래 거실 테이블에 올려놓고 포켓볼 등 게임을 하거나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돼 왔지만, 고양이들이 미니 당구대를 잘 가지고 논다는 걸 집사들이 우연히 목격하면서 고양이 장난감으로 용도가 추가됐다. ‘고양이가 공을 구멍에 곧잘 집어넣는다’ ‘들어간 공을 빼내는 재미를 붙였다’ ‘알고 보니 우리 아이(고양이)가 당구 천재였다’ 같은 집사들의 사용 후기가 반려묘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 빠르게 자라는 발톱을 긁는 습관이 있는 고양이를 키우려면 반드시 필요한 스크래처로도 사용할 수 있다. 1만~2만원대로 가격 부담이 크지 않아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이다.


다이소 4단 정리함


다이소가 4단 정리함을 처음 매장에 선보였을 때 용도는 선글라스 보관함이었다. 애초 상품명도 ‘4단 선글라스 정리함’. 투명한 아크릴 소재에 선글라스 1개를 수납하기 꼭 맞는 크기의 직사각형 수납 공간은, 뜻밖에 커피 캡슐을 정리·수납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폭과 높이가 캡슐에 꼭 맞는데, 칸당 커피 캡슐이 5~7개 들어간다. 세우거나 눕혀 사용할 수 있고, 바닥 면에 홈이 있어 여러 개를 쌓아 사용해도 흔들리지 않아 안정적이다. 얇지 않고 견고하면서 가격도 5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라 캡슐로 커피를 뽑아 마시는 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다이소는 동일한 제품을 ‘4단 다용도 서랍형 케이스’로 이름만 바꿔 재출시했다.


접이식 찜기


고구마, 만두, 옥수수, 찐빵 등을 쪄 먹을 때 사용하는 접이식 찜기의 또 다른 용도는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발견됐다.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에서는 한국산 찜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접이식 화덕(foldable firepit)’이란 상품명으로 판매된다. 아마존 후기만 170건 넘게 달렸다. 이 중 44%가량이 별 5점 만점을 주며 ‘독특한 접이식이라 휴대가 간편하다’ ‘미래적 디자인이 멋지다’며 ‘가볍고 튼튼하다’ ‘세척이 용이하다’ 등 제품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초반에는 ‘미국 사람들이 큰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어처구니없다는 글이 국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지만, 요즘은 국내 캠핑족들도 ‘불멍하기 딱’이라며 용처를 확장하고 있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취두부


중국 취두부(臭豆腐)는 소금에 절인 두부를 석회에 넣어 발효시킨 식품이다. 염장한 청어를 캔에 밀봉해 삭힌 스웨덴의 수르스트뢰밍, ‘천국의 맛 지옥의 향’이라는 평가를 받는 동남아 과일 두리안, 삭힌 홍어와 함께 ‘세계에서 역하고 혐오스러운 냄새가 나는 식품’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다. 삭힌 홍어나 두리안과 마찬가지로, 한번 맛 들린 사람에겐 별미로 사랑받지만 말이다. 중국에서는 취두부를 튀겨낸 뒤 양념을 뿌려 먹거나 소스에 넣는 방식으로 활용하는데, 코로나 이후 새로운 용도가 추가됐다. 코로나 감염 후 상실한 후각 기능을 되살리는 데 취두부의 강렬한 냄새가 유용하게 활용되는 것.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취두부 냄새를 맡고 후각이 돌아왔다. 코로나로 후각과 미각을 잃은 분들에게 강추’라는 글이 올라온다. ‘층간 소음이나 담배 연기에 대한 복수로 최고’라며 취두부의 또 다른 쓸모를 찾아냈다는 글도 보인다.


치실


치아 사이에 낀 음식 찌꺼기 제거가 원래 용도다. 치실은 수박 자를 때도 매우 유용하다. 둥그런 수박의 붉은 속살과 껍데기를 칼로 자르려면 쉽지 않다. 과육과 껍데기 사이에 밀착시켜 밀어내듯 치실을 통과시키면 완벽하게 분리된다. 조각 낼 때도 칼을 쓸 필요 없이 팽팽히 잡아당긴 치실로 원하는 부위를 통과시켜 자를 수 있다. 손을 베일 염려도 없다. 2018년 방송인 김숙이 TV 프로에서 소개해 화제가 됐고, 여름마다 유튜브와 인터넷 블로그, 소셜미디어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온 음료


운동 후 갈증 해소를 위해 흔히 마시는 이온 음료를 장염 치료에 활용하는 이들도 있다. 장에 염증이 일어나는 장염은 위생이 불결하거나 상한 음식을 먹었을 때 생긴다. 설사를 하는 경우 몸 안의 전해질도 같이 손실된다. 그렇기 때문에 수분을 보충할 때 전해질이 포함된 이온 음료가 물보다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신체 조직과 혈액 안에 있는 미네랄, 나트륨, 염소, 칼륨 등이 전해질에 속한다. 이온 음료는 코로나 대유행 기간에도 판매율이 상승했다. 백신 접종 후 체온이 오를 경우 수분 손실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온 음료가 도움이 된다는 점도 매출 상승에 한몫했다.


토마토 케첩


토마토 케첩은 감자튀김 찍어 먹을 때만 필요한 게 아니다. 숙취 해소에도 유용하다. 서양에선 숙취 해소를 위해 토마토 주스를 즐겨 마신다. 알코올 분해에 필수인 수분과 함께 토마토에 다량 함유된 라이코펜을 섭취할 수 있다. 리코펜은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의 작용을 억제해 숙취 해소에 효과적이다. 토마토 주스를 구하기 힘들 때 토마토 케첩으로 대체 음료를 만들어도 된다. 오뚜기에서 생산·판매하는 ‘오뚜기 1/2 하프 케찹’ 제품 비닐 포장 뒷면에는 ‘3(물):1(케첩)로 희석할 경우 토마토 음료로도 드실 수 있습니다’라고 인쇄돼 있다. 실제 미국 노숙자나 빈민들은 과음한 다음 날 아침에 케첩을 물에 타고 후추를 약간 뿌려 마시며 해장했다고 한다. 케첩을 물에 희석한 ‘토마토 음료’는 “주스보다 토마토 특유의 풋내가 덜하고 당도가 높아 마시기 편하다”며 선호하는 이들과 “들척지근하고 인위적인 단맛이 싫다’며 꺼리는 이들로 나뉜다.


[김성윤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