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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돈까스·치킨·꼬리수육에 소맥 한잔?...아니 지금은 하이볼 시대! [여기 힙해]

by조선일보

동료들과 퇴근 후 한잔하고 싶은데 어디가 맛집인지 모르겠다고요? 친구, 연인과 주말을 알차게 놀고 싶은데 어디가 핫플인지 못 찾으시겠다고요? 놀고 먹는데는 만렙인 기자, 즉흥적인 ENTP이지만 놀러갈 때만큼은 엑셀로 계획표를 만드는 기자가, 직접 가보고 소개해드립니다.


(더 빠른 소식은 instagram : @hyenny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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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삭!’


잘 튀겨진 돈까스는 칼로 썰 때부터 느낌이 다릅니다. 고기의 맛을 해치지 않는 바삭한 튀김옷과 육즙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두께의 돼지고기. 그 위에 뿌려진 찐득하고 감칠맛 돋우는 데미그라스 소스는 일식 돈까스와는 다른 매력의 전통 경양식 돈까스입니다. 현재 전 국민을 도파민으로 중독시키고 있는 펜싱 레전드 남현희의 결혼상대였던 전청조씨가 좋아했다고 알려진 강화도의 경양식집 뉴욕뉴욕의 돈까스가 이런 맛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간 곳은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옛날식 호프집 ‘강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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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바람이 외로움을 증폭시키는 가을이 되면, 을지로에는 야장(야외에 테이블을 놓고 장사하는 곳)이 펼쳐집니다. 북적이는 밤거리, 알딸딸하게 취한 이도 한눈에 사로잡는 간판, 은발의 어머니가 선글라스를 쓰고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이곳은 을지로 보석, 압구정 진주로 유명한 이진규 대표가 새로 문을 연 곳입니다. 이 대표는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돈까스, 치킨 등 배달 음식을 시켜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모두 어머니가 집에서 만들어주셨기 때문인데요. 간판 속 은발의 여인이 이 대표의 어머니입니다.


강탄의 메뉴들은 이 대표가 어릴 적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주던 음식들입니다. 바삭한 돈까스는 매콤한 제육, 시원한 콩나물국과 나옵니다. 입안이 느끼해지려고 할 때쯤 한 점 먹어주는 제육은, ‘느맵느맵(느끼 매콤 느끼 매콤)’의 조합으로 끊임없이 들어가게 합니다. 경양식 돈까스에는 빵 대신 밥, 그리고 케찹과 마요네즈를 올린 양배추 샐러드가 나와야 배운 사람 말을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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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어머니의 주특기는 치킨이었다고 합니다. 치킨을 한 번 튀겨낸 후 생강향 솔솔 풍기는 간장과 아삭하고 향긋한 마늘종을 넣어 버무려주셨다고 하는데요. 현재 판매 중인 마늘종 치킨은 이 대표의 기억에 자신의 취향을 혼합해 재탄생한 것입니다. 얇고 바삭한 튀김옷을 입은 옛날식 통닭 위에 양념된 마늘은 어머니의 60년 지기인 충남 서산에서 농사짓는 서홍석씨가 보내준 우정의 선물이라고 하네요. 왠지 마늘 한 조각 남기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자, 이 메뉴에 어떤 술이 생각나시나요? 시원한 생맥 한 잔? 하루의 근심을 잊게 해주는 소폭(소주+맥주 폭탄주)? MZ들의 선택은 ‘하이볼’입니다. 이 식당의 부제는 ‘탄산으로 짜릿하다’. 즉, 하이볼 호프집인데요. 단맛이 나지 않는 스카치하이볼과 버번하이볼, 달콤한 맛으로 여성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얼그레이 하이볼과 자몽하이볼 등이 대표 메뉴입니다. 요즘 MZ들에게 “한 잔 타봐라!”라고 하는 건, ‘소주에 맥주를 섞어봐라’가 아닌, ‘탄산수를 섞어 봐라’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하이볼은 18세기 영국 상류층을 중심으로 유행한 칵테일입니다. 당시 인공 탄산수 제조법이 개발되면서 브랜디에 탄산수를 섞어 마시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19세기 나폴레옹 전쟁으로 브랜디 수입에 차질이 생기자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어 머시는 ‘스카치 앤 소다’가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이볼’이라는 단어의 탄생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 없습니다. 첫 번째 설은 영국 상류층들이 골프를 치며 갈증을 풀기 위해 ‘스카치 앤 소다’를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면 라운드 후반에는 얼큰하게 취해 공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는 일이 잦아 ‘하이볼’을 외치게 돼 하이볼이라는 말이 붙었다고 하고요. 두 번째 설은, 이 칵테일이 미국 기차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기차 안 바텐더들이 부르는 은어였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렇게 영미권을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가장 유행한 곳은 일본입니다. ‘하이보루’라는 말로 일본 선술집의 시그니처 칵테일이 됐는데요. 시작은 브랜디, 위스키 등에 탄산수를 타 마시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넓은 의미로 증류주에 탄산음료 들어간 모든 종류의 칵테일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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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영국 상류층이 마셨을 것 같은, 고급 위스키에 탄산수를 타주는 하이볼이 마시고 싶다면, 서울 서초구에 있는 ‘청간 막국수’를 추천합니다. 왜 영국 이야기를 하다가 여름도 아닌데 막국수냐고요? 이곳 추천 메뉴는 바로 ‘꼬리수육’입니다.


팔각형의 뼈를 두툼하게 둘러싸고 있는 살들. 소금만 살짝 찍어 먹으면 부드럽고 쫄깃한 육향과 육질을 그대로 느낄 수가 있습니다. 하나씩 뼈를 잡고 벗겨 내듯 살을 뜯어먹다 보면, ‘어두육미(魚頭肉尾·생선은 머리가 맛있고, 육지 고기는 꼬리가 맛있다)’는 옛말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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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한 잔에 꼬리수육 한 점을 곁들이다, 갈증이 날 때쯤 하이볼 한 잔을 주문합니다. 그러면 옷을 갖춰 입은 바텐더가 카트 위에 꽁꽁 얼린 헤네시(꼬냑)와 레미 마틴(꼬냑), 메이커스 마크(버번 위스키)를 태국의 싱하 탄산수와 들고 나옵니다. 피양옥·상해루·육개옥 등을 운영하는 김호찬 청간막국수 대표는 “싱하 탄산수가 탄산도 강하고, 지속력도 제일 좋아 선택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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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명 하이볼 집에서 직접 배우고 왔다는 하이볼 전문가가 눈앞에서 직접 적정 비율로 하이볼을 타 줍니다. 이 집의 묘미는 마지막에 뿌려주는 꼬냑 스프레이! 마지막에 샥 뿌려주니, 한 잔 받자마자 진한 꼬냑 향에 정신이 한 번, 강렬한 탄산에 또 한 번 취합니다. 이렇게 한 두 잔 마시다 정신을 잃어갈 때쯤엔 동치미 막국수 한 그릇을 주문합니다. 식당에서 직접 제분하여 만든 100% 순메밀 막국수에 직접 담근 항아리 숙성 동치미 육수가 나옵니다. 명치까지 시원해지는 맛. 가수 성시경씨의 표현에 따르면, 술로 상한 위와 간에 후시딘 연고를 바르는 듯한 느낌이지요. 이제 다시 2차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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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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