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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하늘로 열린 지붕…
주차장엔 2개의 비밀 공간

by조선일보

동두천 ‘하늘로 열린 집’


아빠는 트럭으로 매트리스를 배달하는 일을 하고, 엄마는 암 수술을 받고 요양하고 있다. 중학생 딸은 항상 가족을 생각하는 효녀다.


세 식구가 사는 집의 첫 인상은 아찔했다. 오랜 세월 조금씩 수리하면서 지붕을 만들어 덧대다 보니 합벽(合壁) 주택 형식의 샌드위치 하우스 같은 형태였다.


132 ㎡ (40여 평) 땅 위에 있는 기존 집을 철거하고 단층 집을 지으면 부족할 것 같았다. 트럭 주차장을 만들고 딸과 함께 책 읽기를 좋아하는 엄마의 요양 공간도 확보해야 했다. 환기가 잘 되지 않아 외부 바닥에서 요리했던 엄마를 위해 작지만 제대로 된 주방 공간도 필요했다.

하늘로 열린 지붕… 주차장엔 2개의

도로쪽으로 창문을 내지 않아 소음과 먼지를 막았다. /사진=이남선 작가

하늘로 열린 지붕… 주차장엔 2개의

이면 도로쪽에서 바라본 집. /사진=이남선 작가

해법은 3층짜리 집이었다. 주차장과 가족실, 방 2개, 화장실, 주방, 서재, 조그만 마당 등을 계획했다. 건축면적이 협소해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출입구 현관 면적을 최소화한다. 둘째, 수납 공간을 최대한 확보한다. 셋째, 채광과 환기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넷째, 통과 동선(복도)의 면적을 최소화한다.

하늘로 열린 지붕… 주차장엔 2개의

주택의 단면도. a 출입구, b 주차장, c 주방, d 욕실, e 딸아이 방, f 출입구,g 다용도실, 욕실. /와이그룹 제공

도로가에 접한 집, 창이 없는 입면

하늘로 열린 지붕… 주차장엔 2개의

도로쪽으로는 창이 없지만 주택 왼쪽과 뒷쪽에는 창문을 크게 냈다. /사진=이남선 작가

대지가 좁아 수직으로 올려 개방성을 확보했다. 중정(中庭)과 서재에 2~3층 오픈 스페이스 개념을 적용했다. 좁고 답답한 공간이라는 인식을 없애면서도 단조롭지 않고 다양한 공간적 체험을 할 수 있는 집을 만들고자 했다. 박스 형태에서 출발해 주차장 부위를 분절하고, 계단실을 분절하고, 중정을 두어 분절하고, 남측에 창을 내 분절하고, 2~3층 공간을 연속해 분절했다.

하늘로 열린 지붕… 주차장엔 2개의

집안에 설치된 중정. /사진=이남선 작가

이 집의 또 다른 특징은 도로변으로 보이는 건물 외관에 창이 없는 입면이라는 것이다. 주변은 오래된 주택과 무분별하게 지어진 근린생활시설 숲이어서 단순한 형태를 생각했다. 시각적 방해를 최소화하고, 차량 소음과 먼지를 막기 위해 도로변으로 창을 내지 않았다. 중정과 후면 서재 창은 개방형 창으로 계획했다.

하늘로 열린 지붕… 주차장엔 2개의

2,3 층은 목구조로 만들었다. /사진=이남선 작가

이 집에는 하이브리드 구조로 1층은 RC조(철근콘크리트 구조), 2~3층은 중목구조(목구조)를 적용했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구조 형태를 시도한 이유는 부족한 공간을 확보하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요양 중인 엄마를 고려해 친환경 소재인 목재를 사용했다.

주차장, 아빠에겐 최고의 선물

1층 주차장 공간은 필로티(piloti)로 구성했다. 도로를 따라 늘어선 집들은 자칫 도로와 단절된 ‘벽’처럼 배열된 건물로 보이기 쉽다. 이런 상황에 필로티 공간은 시각적으로 쉼표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인지된다. 제대로 된 주차장이 없었던 동두천 집은 아빠에게 늘 힘든 곳이었다. 야근이 잦아 집에서 먼 곳에 주차를 한 뒤 걸어와야 할 때가 많았고 도난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해 배달일을 하는 아빠에게 이 필로티 공간은 최고의 선물이 됐다.

하늘로 열린 지붕… 주차장엔 2개의

주차장 출입문(위)과 출입구(왼쪽), 주차장 문을 뒤쪽에서 바라본 모습(아래). /사진=이남선 작가

주차장에는 숨은 공간이 하나 더 있다. 2층으로 가는 계단 밑을 이용해 만든 창고다. 수납할 곳이 부족하면 집이 더 좁아지기 마련인데, 동두천 집은 이 창고 덕분에 집을 넓게 쓸 수 있게 됐다.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최고의 힐링 공간, 미니 정원과 중정

하늘로 열린 지붕… 주차장엔 2개의

딸아이 방. /사진=이남선 작가

하늘로 열린 지붕… 주차장엔 2개의

주방의 모습. 커튼을 치면 중정이 보이고 큰 창을 통해 햇살이 주방으로 들어온다. /사진=이남선 작가

옛 집에서는 하늘을 볼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막혀 있었고, 심지어 현관 입구와 야외 공간도 위를 덧씌워 내부 복도처럼 이용하고 있었다. 나는 가족에게 집에서 꼭 하늘을 볼 수 있게 해 주고 싶었다. 마침 가족은 나들이 삼아 밖으로 나가 천체망원경으로 하늘보는 것을 즐겨 하고 있었다. 그래서 주방에서, 거실에서, 서재에서, 모든 방에서 오롯이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늘을 조망하는 행위는 가족이 그들의 미래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수 있다. 하늘을 본다는 것은 ‘한 번 쉬어 간다’는 의미도 있다. 내일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몸을 돌보고 쉬어야 하는 가족에게 하늘을 볼 수 있는 집은 꼭 필요한 ‘안성맞춤’ 집인 셈이다.

하늘로 열린 지붕… 주차장엔 2개의

중정에서 올려다본 하늘. /사진=이남선 작가

집에서 최고의 힐링 공간을 꼽으라면 아마 주방 문을 열면 나오는 미니 정원과 중정일 것이다. 소음이나 환기, 채광 문제 때문에 가족들이 편하게 쉴 수 없었는데 이 공간에서 암 투병 중인 엄마와 가족들이 휴식하게 돼 개인적으로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공간은 비가 와도 물이 저절로 빠지기 때문에 청소나 관리하기에도 수월하다. 동두천 집은 이 중정 때문에 더욱 다양한 공간 구성이 가능했다. 다른 공간에 있어도 가족들 모습을 서로 확인할 수 있도록 아빠, 엄마의 방과 딸 방 사이에 창을 만들었다. 프라이버시가 필요할 때는 커튼을 닫고, 소통이 필요할 때는 커튼을 열어 창문으로 서로를 확인할 수 있다.

하늘로 열린 지붕… 주차장엔 2개의

3층에서 내려다 본 딸아이 방의 책장. /사진=이남선 작가

양진석 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