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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갤러리 아닙니다,
촬영장입니다

by조선일보

SBS 드라마 '하이에나' 인기

찰스 파지노·김동유 작품 등 억대의 진품 등장하며 화제

포스터 촬영중 액자 일부 파손… 소장자가 거세게 항의하기도


"이 카페 1년 매출에 가까운 금액이죠, 저 그림?"


보라색 후드티셔츠를 입은 길거리 변호사 정금자(김혜수)가 미술품 거래로 재벌 3세의 비자금을 만드는 인물을 만나 날카롭게 묻는다. 최근 방송된 SBS 드라마 '하이에나'의 한 장면. 사실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김동유 작가의 2016년 작품, 높이 1m60㎝짜리 '마릴린먼로(존 F. 케네디)' 진품(眞品)을 드라마 소품으로 썼다. 그는 2006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마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이 예상가의 25배인 3억2000만원에 낙찰되면서 '크리스티 스타'로 불리는 작가. 드라마 촬영을 위해 충남 공주 작업실에서 작품을 가져와 반나절 촬영하고 돌려보냈다.

드라마 '하이에나'의 극 중 로펌 대회의실 벽에 걸린 찰스 파지노의 3D 팝아트 작품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이 작가의 '가장 야심찬(most ambitious) 작품 중 하나'로 통한다. /SBS

10%대 시청률로 순항 중인 '하이에나'가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미술작품들을 곳곳에 배치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 최고 로펌 '송앤김' 변호사들과 대한민국 '상위 1%'들이 등장하는 설정에 맞춰 로펌 사무실 등 세트장에 서정민, 미겔 앙헬, 문기전 등 국내외 유명 작가 작품 20여점을 배치했다. 연출을 맡은 장태유 PD는 "누가 봐도 극 중 인물들의 재력을 짐작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고 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그림 가격을 합치면 6억~7억여 원에 달한다.


'송앤김' 대회의실 벽에 걸린 가로세로 2m짜리 지구 작품이 눈길을 끈다. 미국 3D 팝아트의 거장 찰스 파지노의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For a Better World)'. 드라마에서 거의 매 회 나오는 이 작품 가격은 약 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전시가 끝나고 철수하려던 작품을 돌려세웠다. 로펌 입구에 설치된 1.5m 높이 사슴 조형은 김우진 작가가 드라마를 위해 제작했다. 김우진 작가는 지난해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서 BTS 멤버 뷔가 그의 조형 작품을 구매해 화제가 됐다.

김동유 작가의 '마릴린먼로(존 F.케네디)'. /SBS

세트 제작을 맡은 '소굴창작소' 송강열 대표는 "작품을 프린트해 거는 것보다 제작비가 최소 열 배 이상 들고 관리도 어렵지만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작품을 직접 섭외한 조인순 큐레이터는 "드라마 속 현대미술의 수준을 높이고 싶었다"며 "최근 가장 '핫'한 젊은 작가들 작품을 주로 배치했다"고 했다.


고가의 진품을 걸다 보니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로펌 복도에 걸린 영국 화가 조지 몰랜드의 18세기 유화 작품을 주연배우들이 포스터 촬영 중 손으로 밀면서 액자 일부가 파손된 것. 소장자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후 드라마 제작사는 '파손주의' '고가 소품이니 각별히 주의' 등 안내문을 세워두고 촬영하고 있다.


손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