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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24시간 논스톱…
먹고 자는 모습까지 전시입니다

by조선일보

퍼포먼스 전시 '환영합니다' 전시장을 집으로 설정해 생활

"살아가는 게 콘텐츠다"

"24시간 운영합니다. 언제든 들어오세요."

편의점 안내문이 아니다. 서울 창전동 탈영역우정국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환영합니다'는 24시간 논스톱으로 10일간 펼쳐지는 퍼포먼스 전시다. 영상이나 그림이 아닌, 살아있는 작가(배우)들이 240시간 동안 관람객에게 실시간 노출된다는 의미다.

조선일보

자신의 전시 공간에 설치한 해먹 위에서 잠들어 있는 신해연 작가. 취침도 퍼포먼스의 일부다. 이 전시는 열흘간 매일 24시간 논스톱으로 진행된다. /정상혁 기자

21일 새벽 3시 이곳을 찾았을 때, 네 명의 배우들은 각자의 전시 공간에서 이불 깔고 잠들어 있었다. 이 취침도 엄연히 퍼포먼스다. 벽면에 '수면 시 구경 가능'이라 적혀 있다. 인기척에 깬 신해연(32)씨가 부스스 일어나 "전시 보러 왔느냐"며 말을 걸었다. 이들은 저마다 설정한 배역을 연기한다. 신씨는 '독립 예술가 김토끼'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데, 바닥에 모래를 깐 토끼 사육장을 제작해 주로 거기서 생활한다. 사육장 앞에 '먹이 주는 법'에 대한 설명문이 붙어 있다. 관람객은 커피·육회·카눌레 등 신씨의 취향이 반영된 지정 먹이만 줄 수 있다. "굶을지언정 먹이를 스스로 선택하겠다는 작가주의 선언"이라고 했다. 실제 관람객 중 그의 요구에 따라 음식을 사다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전시장을 '집'으로 설정해, 그저 먹고 자고 화장실 가는 의식주를 보여준다. 그렇기에 대본도 없다. "살아가는 게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다만 매일 도봉산에서 나무를 꺾어와 방에 둥지를 짓고 날갯짓 연습을 하는 위다나(22), 가면 쓴 채 자기만의 철제 가면을 용접하는 난명희(27) 등의 상황극이 현실과 비현실을 혼융한다. 박지혜 큐레이터는 "일상의 개방이지만 그것은 가상의 일상"이라며 "관람객을 깊숙이 끌어들여 진짜와 가짜를 헷갈리게 하는 인터랙티브 아트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보통의 미술 전시에서 관람객은 작품을 만질 수도 소리를 낼 수도 없는 방관자의 입장이지만, 이 전시의 경우 참여가 무제한이다. 말을 걸어도 되고, 심지어 저녁 식사에 껴도 된다. 일과(전시)는 이번 주 일요일까지 계속된다.


이 같은 파격은 퍼포먼스 전시의 또 다른 확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퍼포먼스는 단시간 진행되고 해체되는 방식이 아닌 긴 호흡으로 나아가는 추세다. 지난해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해와 바다' 역시 모래사장처럼 꾸며놓은 전시장에 연기자들을 피서객처럼 오전 10시부터 8시간 내리 풀어놓은 뒤, 관람객이 이들을 내려다봄으로써 기후변화를 재고토록 하는 퍼포먼스 전시였다. 이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입해 오는 7월쯤 서울서 상연될 예정이다.


정상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