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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아무튼, 주말

거리두기 여행의 원조 '템플스테이'… 예불 대신 숲길 산책하며 나만의 시간

by조선일보

코로나 시대 산사 여행

조선일보

산속에 자리 잡은 고즈넉한 사찰은 숲과 계곡을 따라 걸으며 사색하고 마음을 비워내기 좋은 곳이다. 템플스테이로 색다른 재충전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설악산에 자리 잡은 신흥사에선 설악산을 보고 걸으며 특별한 템플스테이를 체험한다. 템플스테이 숙소 앞에도 설악산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난 6일부터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됐다. 국내 코로나 사태가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방역 지침은 완화됐지만 코로나 때문에 누적된 피로감과 긴장감은 여전하다. 지친 몸과 마음에 위로와 휴식이 필요하다. 신록의 계절을 맞아 자연 속에서 한숨 돌릴 방법을 찾았다. 산사(山寺)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산속에 자리 잡은 고즈넉한 사찰은 숲과 계곡을 따라 걸으며 사색하고 마음을 비워내기 좋은 곳. 템플스테이로 색다른 재충전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전국에 템플스테이 운영 사찰이 139곳 있다. 현재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참가자들이 개별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휴식형 템플스테이'만 운영된다. 별도 프로그램 없이 산사에서 혼자만의 휴식을 충분히 즐기면 된다. 예불과 공양도 자유롭다. 산사에서 보내는 색다른 하루, 이왕이면 특별한 풍경과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걷기 좋은 길과 새로운 체험까지 취향과 목적에 따라 떠나기 좋은 산사로 안내한다.

특별한 풍경이 기다리는 산사

신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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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신흥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한다면 설악산 흔들바위까지 산행을 권한다. 울산바위가 한눈에 들어오는 경치 감상은 물론 스님과의 차담(茶談)도 체험할 수 있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전국 어디서나 산을 오르다 보면 으레 산사(山寺)를 만나게 된다. 산사를 찾는다는 건 곧 산을 오른다는 말이기도 하다. 강원 속초시 신흥사는 설악산에 자리 잡은 천년 고찰이다. 설악산국립공원을 찾았다면 한 번쯤 마주쳤을 사찰. 신흥사를 찾는다는 건 설악산을 오른다는 말이다. 설악산은 설명이 필요 없는 우리나라 명산 중 명산. 신흥사에선 설악산 비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신흥사 템플스테이가 특별한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설악산을 바라보며 설악산을 걸으며 고즈넉한 사찰에서 혼자만의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신흥사 휴식형 템플스테이의 테마가 '설악의 말-산은 내게 잠시 쉬라 하네'다. 산이 걸어오는 말에 귀 기울이며 산사의 휴식을 즐기면 된다. 예불과 108배, 차담(茶談) 등은 선택이다.


설악산 산행과 숲 명상을 위해서라도 신흥사를 찾을 만하다. 설악산을 오르는 산행 코스가 다양하다. 비선대와 비룡폭포는 왕복 40분 정도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코스다.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까지 다녀올 수도 있다. 권금성 정상에선 멀리 동해와 울산바위, 토왕성 폭포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울산바위는 왕복 3시간이 걸리는 긴 코스다. 신흥사의 부속 암자인 계조암이 있는 흔들바위까지 왕복 1시간 30분 코스로 만족해도 좋다. 흔들바위에서 바라보는 울산바위와 대청봉 풍경도 아름답다. 흔들바위까지는 잘 정비된 완만한 경사길이 이어진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녹음을 즐기기에도 좋은 숲길이다. 계조암에선 신청자에 한해 설주 스님과 차담을 나눌 수 있다. 차를 마시며 고민을 털어놓고 스님 말씀에 귀 기울이다 보면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숲 명상을 즐길 수 있는 산책 코스도 부담 없이 걸어볼 만하다.


봉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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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양주 봉선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광릉 숲에서 명상을 하고 있다. 봉선사에선 스님과 함께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광릉 숲길 일부 구간을 돌아보며 명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2 봉선사 템플스테이 숙소의 차분한 풍경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강정미 기자

광릉(光陵)은 조선 제7대 왕인 세조와 정희왕후 윤씨의 무덤이다. 광릉 숲은 세조가 능터를 정한 이후 능림으로 지정돼 경작과 매장,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다. 500년이 넘도록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숲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을 만큼 가치가 높다. 경기 남양주시 봉선사 템플스테이가 특별한 건 광릉 숲 때문이다. 주말 휴식형 템플스테이 참가자에 한해 스님과 함께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된 광릉 숲 구간을 돌아볼 수 있다. 일명 '비밀의 숲' 포행(布行)이다. 광릉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새소리와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딴 세상에 와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숲속에서 명상하며 마음에 쌓여 있는 감정을 털어낸다. 비밀의 숲에서 나에게 집중하며 마음 비울 수 있는 시간이다.


예불과 공양 등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봉선사 연못 산책에 나선다. 여름이면 연꽃이 만개해 장관을 이루는 연못이다. 혼자서 천천히 산책하며 사색하기 좋은 연못이 2개나 있다. 템플스테이 숙소에 가만히 앉아 바라보는 풍경만으로도 힐링이다. 광릉 숲과 평화로운 사찰 풍경이 한눈에 담긴다. 새와 개구리 등 자연의 소리와 예불 소리에도 귀 기울여본다. 직장인 김예나(27)씨는 "최근에 스트레스가 많아서 산도 보고 마음도 비우고 싶어 템플스테이를 신청했는데, 숲에서 명상도 하고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이 진정되는 걸 느꼈다"며 "종교에 관계없이 템플스테이가 색다른 경험과 힐링이 됐다"고 했다.

산사와 걷기 좋은 길

마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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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마곡사에선 백범 김구 선생의 발자취를 만날 수 있다. 백범당 바로 옆엔 김구 선생이 직접 심은 향나무가 남아 있다. /강정미 기자

'춘마곡추갑사(春麻谷秋甲寺)'라는 말이 있다. 봄에는 마곡사 풍경이 좋고 가을에는 갑사 풍경이 좋다는 뜻이다. 사실 두 사찰 모두 충남 공주에 있는 천년 고찰로 계절에 관계없이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그래도 봄에는 마곡사로 떠나야 할 것 같다. 마곡사로 가는 길은 태화천을 따라 이어진다. 신록의 계절답게 짙은 녹음을 즐기며 물소리 따라 천천히 걸을 만하다. 마곡사는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산사, 한국의 승지성원'으로 등재된 일곱 산사 중 한 곳이다. 한국 불교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산사에서 체험하는 템플스테이는 더욱 의미 있다. 솔 내음 가득한 숲에서 명상과 휴식을 즐기며 위로와 회복을 경험할 수 있다.


마곡사는 사찰 구석구석 볼거리도 넘친다. 건물마다 걸린 현판 글씨를 주목할 것. 마곡사 대웅보전 현판은 신라 명필 김생의 글씨라고 알려졌고 대광보전 현판은 조선 후기 명필 표암 강세황의 글씨다. 영산전 현판은 세조 친필이다. 백범 김구 선생의 발자취도 만날 수 있다. 마곡사는 김구 선생이 출가해 승려 생활을 하던 곳이다. 출가를 위해 선생이 삭발한 바위 터도 있다. 백범당은 김구 선생이 머물던 곳으로 현재는 선생의 글과 사진을 전시한 기념관 역할을 한다. 바로 옆엔 해방 후 김구 선생이 손수 심었다는 향나무가 있다. 마곡사에서 삭발 터, 군왕대로 이어지는 '백범 명상길'은 솔 내음 맡으며 사색하기 좋은 길이다.


송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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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 불일암에 남아 있는 나무 의자. 법정 스님이 직접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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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 불일암을 오가는 ‘무소유길’. /강정미 기자

전남 순천 송광사는 불보사찰 통도사, 법보사찰 해인사와 함께 승보사찰로 불리는 우리나라 삼보사찰(三寶寺刹)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국사 16명을 배출했다. 뛰어난 승려를 많이 배출한 유서 깊은 사찰에서 체험하는 템플스테이는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조계산에 자리 잡은 산사는 규모가 크지만 차분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걷기 좋은 숲길이 많아 천천히 사색하며 휴식을 즐기기 좋다.


'무소유길'도 그중 하나다. 법정 스님이 1975년부터 1992년까지 기거하며 글을 썼던 불일암으로 향하는 길이다. 대나무와 편백나무 숲을 지나는 동안 법정 스님의 대표작인 '무소유'의 문장이 담긴 글판이 자꾸만 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불일암에는 법정 스님의 흔적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법정 스님의 유해가 묻힌 후박나무와 직접 만든 해우소와 목간통, 빠삐용 의자 등도 볼 수 있다. 소박한 암자에서 무소유의 의미를 생각하며 생각과 마음을 비우는 시간을 가져본다.

도심과 강, 바다가 있는 템플스테이

금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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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산사 금선사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풍경.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산사 여행이라고 꼭 멀리 떠날 필요는 없다. 서울 도심에도 템플스테이가 가능한 사찰이 12곳이나 있다. 서울 도심에서 만나는 산사 풍경은 더욱 색다르다. 북한산 자락에 자리 잡은 서울 종로구 구기동 금선사는 광화문에서 차로 15분이면 도착할 만큼 접근성이 좋은 도심 산사다. 북한산의 아름다운 자연과 풍경 속에서 명상과 휴식을 즐길 수 있다. 템플스테이로 하루를 보내며 일상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날리기 좋다. 금선사에선 서울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고요한 산사에서 바라본 서울 풍경은 어딘가 낯설어 보인다.


진관사


같은 북한산이지만 은평구 진관동 진관사 풍경은 금선사와 사뭇 다르다. 북한산이 병풍처럼 사찰을 둘러싸고 있어 서울 같지 않은 산사 풍경이 펼쳐진다. 그림 같은 진관사 계곡의 풍경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진관사는 전통 산사 음식으로도 유명한 사찰이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을 저장하는 장독대 풍경이 색다르다. 산사의 풍경을 따라 걸으며 천천히 사색을 즐긴다.


신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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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찰로는 드물게 강가에 자리 잡은 여주 신륵사에서 바라본 남한강 풍경 /강정미 기자

우리나라 사찰이라고 해서 모두 산중에만 있는 건 아니다. 때로는 색다른 풍경 속의 사찰로 떠나보는 것도 좋다. 경기 여주 신륵사는 남한강변에 자리 잡은 천년 고찰이다. 사찰로는 드물게 강변, 평지에 자리 잡았다. 일주문에서 신륵사까지 남한강 따라 평탄한 흙길이 이어진다. 힘들이지 않고도 고즈넉한 사찰과 주변 풍경을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다. 신륵사 템플스테이는 남한강을 바라보며 사색과 휴식을 즐기기 좋다. 걷기 좋은 숲길을 걷고 일출과 일몰도 눈에 담는다. 남한강의 여유로운 풍경과 일출, 일몰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강월헌이다. 강월헌은 남한강변에 서 있는 정자 이름이다. 템플스테이를 위한 사색 공간으로도 추천할 만하다.


낙산사


강원 양양군 낙산사에선 동해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천년 고찰이자 관음 성지로 손꼽히는 유서 깊은 사찰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색다른 템플스테이를 즐길 수 있다. 휴식형 템플스테이라도 홍련암에서 감상하는 일출은 놓치지 말 것. 일상으로 돌아갈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다. 낙산사에서 템플스테이를 즐기려면 휴대폰 반납이 필수다. 오로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위해서다.


전국 템플스테이 운영 사찰과 관련 프로그램은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템플스테이 홈페이지(templestay.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정 확인과 예약도 가능하다.


공주·속초·순천·남양주=강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