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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속절없이 떨어지는 지지율, 아베 말이 먹히지 않는다

by조선일보

정권이 '검찰간부 정년' 결정하는 검찰청법 개정안 논란 끝 좌초

법안 밀어붙인 아베 리더십 타격

코로나 위기 대응 한계 드러나며 한달새 지지율 8%p 떨어진 33%

잇단 실책에 관료들도 등 돌려


일본 자민당의 '검찰 길들이기'라는 비판을 받은 검찰청법 개정안이 여론의 거센 반발로 결국 좌초했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법 개정안이 무산된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이 법안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리더십은 큰 타격을 입었다.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33%까지 급락했다. 향후 정국 운영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18일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을 만난 후, "국민의 이해 없이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며 이 법안의 처리를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주일 전의 입장에서 180도 선회한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내각의 입장 변경 배경에 대해 "야당과 여론의 비판을 무릅쓰고 표결을 단행하면 내각에 큰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코로나 대응 실패로 비판이 많은 상황에서 검찰청법 개정안까지 무리해 처리할 경우 국민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검찰 길들이기’ 비판을 받는 검찰청법 개정안 처리를 보류하기로 했다. 코로나 사태 대응에도 실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지율도 하락하고 있다. 마스크를 쓴 아베 총리가 지난달 3일 도쿄에서 열린 참의원 회의에서 이마를 짚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 법안은 일반 검사의 정년을 63세에서 65세로 연장하되, 차장검사·고검장 등 주요 간부의 경우 63세가 될 때 정년 심사를 별도로 받도록 한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을 정권에 예속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트위터에서 이에 반대하는 트윗, 리트윗이 700만건 이상 올라왔고 유명 인사도 다수 동참했다. 마쓰오 구니히로(77) 전 검사총장(검찰총장) 등 검찰 간부 출신 10여 명이 "검찰 인사에 대한 정치권력의 개입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2월 친(親)아베 성향의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도쿄고검 검사장 정년을 6개월 특례 연장했다. 8월에 그를 2년 임기 검사총장에 앉히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더해 정권 말기에 거세질 수 있는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청법 개정안을 밀어붙인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일본 검찰의 수사선상에는 아베 내각의 전 법무상, 전 방위상을 비롯해 의원 10여 명이 올라 있다.


검찰청법 개정안이 좌초된 것은 아베 정권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이 18일 보도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33%로 급락했다. 2018년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 등으로 지지율이 31%까지 하락한 데 이어 역대 두번째로 낮은 기록이다. 그의 지지율은 올 초까지만 해도 40~50%였지만 코로나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다 검찰청법 개정안 논란까지 겹치면서 지난달에 비해 8%포인트 급락했다. 지난달엔 코로나 지원금을 경제활동이 어려운 가구에 30만엔씩 주려다 막판에 전 국민에게 10만엔씩 지급하기로 하면서 정책 신뢰도까지 하락했다.


아베 총리가 최근 민심과 동떨어지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을 들고나오는 배경으로는 그의 '관저(官邸) 정치'가 꼽힌다. 관료나 전문가의 의견을 중시하기보다는 소수의 보좌관, 비서관에게 의존한 정치가 문제를 키운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규제를 주도한 이마이 다카야(今井尙哉) 총리 보좌관 겸 정무 비서관의 역할이 더 커지면서 갖은 악수(惡手)가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관료사회를 독려하면서 위기에 대처해왔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마이 보좌관의 견제를 받아 아베 총리와 거리가 멀어진 상태다.


최근에는 아베 총리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일본 관료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아베 총리가 수차례에 걸쳐 코로나 감염 여부를 판명하는 PCR 검사를 늘리라고 했지만 변화가 없는 것이 이런 현상의 하나라는 것이다.


경제 상황도 아베의 편이 아니다. 일본 내각부는 일본의 올 1분기(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3.4%(연율 환산)를 기록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코로나 여파로 긴급사태를 선포한 4월 이후 통계가 포함될 2분기에는 이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아베의 자민당 총재와 총리 임기는 각각 내년 9월 30일, 10월 21일이다. 아직 1년여 남았지만 그의 지지율이 반등할 기회를 찾지 못하면 다양한 정치 시나리오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이하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