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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현지에서 먹는 듯… 쫀득한 만두피를 꽉 채운 '홍콩의 맛'

by조선일보

홍콩 시위와 코로나로 못 가니 국내서 딤섬으로 즐기는 여행


"아저씨, 해결사죠?"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보스의 여자 희수(신민아)의 질문에 선우(이병헌)는 "저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라고 거짓말한다. 딤섬(點心)을 먹던 자리였다. 희수가 선우의 마음(心)에 점(點)으로 찍히는 순간이다.


딤섬은 작은 접시에 담긴 간단한 음식을 총칭한다. 선우가 먹던 만두도, 희수의 디저트도 모두 딤섬이다. 소개팅처럼 어색한 사람과 먹기 좋다. 호불호가 적고 나눠 먹기도 편하다. 요즘 레스토랑 업계에서 셰프 영입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도 '모던 차이니즈'다.


딤섬이 가장 맛있는 곳은? 광저우·홍콩·상하이란 답이 나오겠지만, 홍콩 시위와 코로나 사태로 못 간 지 일 년이 넘었다. 중국 현지 맛을 국내에서 재현하는 곳을 찾았다.

광저우식 '골드피쉬'

딤섬의 기원은 동진(317~420)으로 추정한다. 한 장군이 전투에 지친 병사들을 위해 마을 사람들에게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한 것을 시작으로 본다. 첫 기록은 '당서(唐書)'로, '배만 간신히 채우는 음식'으로 돼 있다. 고대 실크로드 시대, 여행자들이 마시던 '얌차(飮茶)'에 곁들여 내던 간식이 딤섬의 시작이란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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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 향 가득한 돼지고기와 새우가 들어간 ‘골드피쉬’의 딤섬 ‘구채교’. 뒤로 새우살이 꽉 찬 ‘하가우(새우 딤섬)’가 보인다. 중국 광저우 길거리 딤섬집부터 고급 레스토랑 ‘하이윈센’까지 바닥부터 배운 박성열 셰프가 만든 것이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현대적 형태의 딤섬은 광저우(廣州)에서 시작됐다. 광저우식 딤섬을 파는 곳이 서울 강남구 '골드피쉬 딤섬퀴진'이다. 박성열 셰프 이력이 특이하다. 베이징대를 졸업한 뒤 싱가포르 대기업에서 일하다 딤섬에 빠져 6개월 만에 사표를 던지고 중국 현지 길거리 딤섬집에서 밑바닥부터 배웠다. 광저우의 레스토랑 '하이윈쉔'에서 기술을 전수받아 2012년 가게를 냈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 육수를 머금은 소룡포는 콜라겐이 듬뿍 들어가 쫀득하고, 새우와 돼지고기로 속을 채운 쇼마이는 탱탱한 살이 터질 듯하다. 가격도 3조각에 7000원대로 저렴하다.

홍콩의 극과 극 '팀호완'과 '팔레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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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삼성동에 분점을 낸 홍콩 미슐랭 1스타 딤섬집 ‘팀호완’. 제일 앞에 있는 ‘차슈바오’가 대표 메뉴다. 현지 레시피를 그대로 재현했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딤섬이 꽃을 피운 건 홍콩이다. 줄 서서 먹는 길거리 딤섬집부터 호화로운 고급 딤섬집까지 전부 맛볼 수 있다. 홍콩 배우 청룽(성룡), 저우룬파(주윤발), 장궈룽(장국영), 양자오웨이(양조위)도 소문난 애호가다.


최근 삼성동에 문 연 '팀호완'은 홍콩에서 분식점 크기로 시작해 미슐랭 1스타를 받은 맛집이다. 대표 메뉴는 돼지고기 바비큐(차슈)를 소로 넣은 찐빵 '차슈바오(叉燒飽)'. 엄청 달지만, 홍콩 현지보다는 단맛을 뺐다. 강철웅 헤드셰프는 "창업자는 ①그날 팔 건 그날 만들어 신선함을 유지할 것 ②양념은 아무리 바빠도 정해진 숙성 기간을 거칠 것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가격은 3조각에 6000원. '두유피롤' '사천식 완탕'도 맛있다.


홍콩 여행의 백미는 '화려한 밤'. 이를 재현한 곳이 홍콩 핫플레이스 '모트32'와 제휴한 레스케이프호텔의 '팔레드신'이다. 1930년대 홍콩 호텔을 재현한 듯한 붉은색 인테리어에 큰 창으로 보이는 야경이 아름답다. 반숙한 메추리알 위에 트러플이 올라간 '메추리알 트러플 샤오마이', 시큼하고 매운 산라탕을 넣은 '산라 소룡포', '캐비아를 곁들인 해물 딤섬' '건전복 닭고기 타르트' 등 초호화 재료로 만든 고급 딤섬들을 맛볼 수 있다. 차보다는 술이 어울린다.

상하이식 '임페리얼 트레져'

상하이 딤섬집으로 미슐랭 2스타인 '임페리얼 트레져'도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에 분점을 냈다. 가게 입구 금빛 찬란한 문은 세계적 인테리어 기업 HBA사(社)가 동방명주에서 영감받아 만들었다. 본점과 같은 레시피로, 창립자 알프레드 령이 석 달마다 방문해 맛을 관리한다. 페이스트리 안에 돼지고기 차슈를 넣은 'BBQ페스츄리', 쌀로 만든 얇은 피로 돌돌 말아 쪄낸 'BBQ 창펀'이 대표 메뉴다. 3조각에 2만원. 비싸지만 많이 안 먹으면 된다. 딤섬 한 개 칼로리는 50~100㎉. 작다고 계속 먹다 보면 하루 적정 칼로리를 훌쩍 넘긴다.


[이혜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