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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바다는 넓고 한적한 해수욕장은 많다… '숨은 진주' 찾아 떠나는 언택트 여행

by조선일보

알려지지 않은 작은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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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해수욕장이 본격적인 개장을 앞두고 있다. 올여름엔 잘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 중소형 해수욕장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강원도 고성 자작도해수욕장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고운 모래가 펼쳐진 작은 해변이다. 유명하고 붐비는 해수욕장보다는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여유롭게 피서를 즐길 수 있는 한적한 곳이 훨씬 더 많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더울 땐 바다가 끌린다. 벌써 무더위가 시작됐다. 성큼 다가온 뜨거운 여름을 슬기롭게 보낼 피서법을 궁리할 때다.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는 올여름엔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언택트(untact) 피서지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부산 해운대 등 전국 대형 해수욕장 10곳은 코로나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7월 1일부터 '해수욕장 혼잡도 신호등'을 설치하기로 했다. 전라남도는 '해수욕장 예약제'를 시범 도입한다.


해수욕장은 전국에 267곳이다. 해운대나 경포대, 만리포 등 북적이고 유명한 해수욕장보다 덜 알려진 조용한 중소형 해수욕장이 훨씬 많다. 한적한 해수욕장이야말로 언택트 피서의 최적지다. 낯설지만 아름다운 해변과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동해부터 서해까지 올여름 떠나기 좋은 중소형 해수욕장을 찾았다.


나만 알고 싶은 해수욕장을 발견하는 재미랄까. 전국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해양수산부에서 지자체 추천을 받아 한적한 해수욕장 25곳을 선정했다. 바다여행 홈페이지에선 이용객이 적은 소규모 해수욕장도 확인할 수 있다.

동해의 바다를 만나다

오랜만에 지도를 펼쳤다. 7번 국도를 따라 동해를 여러 번 돌아봤다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지도에서 해안선을 따라 해수욕장을 하나씩 짚어보니 아는 게 반의 반도 안 됐다. 강원도에만 92곳이 있는데 27곳이나 되는 고성의 해수욕장이 가장 낯설었다. 그래서 고성으로 먼저 달려갔다. 동해에서도 한적한 해변이 많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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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바다와 바위가 어우러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고성 자작도해수욕장.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최북단 명파해수욕장에서 최남단 켄싱턴해변까지 해안선 따라 조용하지만 저마다의 풍경을 품고 있다. 자작도해수욕장은 초승달 모양의 작은 해변이다. 해수욕장에 들어서자 에메랄드빛 바다가 시선을 압도한다. 오묘하고 신비한 바다와 곱고 흰 모래가 어우러진 해변 풍경이 이국적이기까지 하다. 바다만 바라보고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개장 전부터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서울에서 온 박연주(40)씨는 "조용한 해변에서 아이랑 놀고 싶어 찾은 곳인데 나만 알고 싶은 해수욕장"이라며 "고성에는 성수기에도 조용한 해변이 많아 피서를 즐기기 좋다"고 했다. 자작도해수욕장은 수심이 얕아 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그 옆에서 발만 담근 채 참방거렸는데 수온이 차가워 더위가 싹 가신다. 해변 북쪽 바위섬은 또 다른 놀이터. 바다에 잠긴 바위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섭(홍합), 조개 등을 잡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주먹만 한 섭이 쉽게 잡혀 올라온다.


자작도해수욕장 바로 아래에 백도해수욕장이 있다. 자작도해수욕장과 달리 크고 작은 자갈이 넓게 깔린 곳이라 해변을 걷기는 쉽지 않지만 탁 트인 동해를 바라보며 해변 산책을 하고 싶어진다. 이곳 바다는 푸른색의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신비로운 바다색을 감상하며 한적한 해변을 즐겼다. 백도해수욕장은 문암해변과 이어진다. 파도와 바람이 만든 절경인 능파대가 있다. 기암괴석과 구멍이 숭숭 뚫린 '타포니' 지형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능파대 일대는 바닷속도 아름다워 스쿠버다이빙 포인트로 뜬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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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청간정에서 바라본 청간해수욕장.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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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상륙작전 전적지인 영덕 장사해수욕장. 당시 작전에 투입된 문산호를 재현한 전승기념관이 있다. /영덕군

관동팔경 중 하나인 청간정에서 바라보는 동해는 색다르다. 청간정은 설악산에서 흘러오는 청간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의 구릉에 세워진 정자다. 동해를 넓게 조망할 수 있고 청간해수욕장도 가까이 보인다. 한적하고 아름다운 해변은 직접 즐기는 게 좋다. 물이 맑아서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고 바위 사이에서 조개나 게 등을 채집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해수욕장이다. 다음 달 10일 개장하는 고성의 해수욕장들은 8월 16일까지 운영된다.


경북에선 영덕 장사해수욕장이 한적하면서도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힌다. 7번 국도 변이라 접근성도 좋다. 넓게 펼쳐진 900m 백사장과 맑은 바다는 보고만 있어도 시원하다. 해수욕장을 둘러싼 울창한 소나무숲 그늘이 운치 있다. 장사해수욕장은 6·25 전쟁 당시 장사상륙작전 전적지다. 해수욕만 즐길 게 아니라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공원과 상륙작전에 투입된 문산호를 본떠 만든 전승기념관을 함께 둘러보길 권한다. 의미 있는 피서로 기억될 수 있다. 인근 부흥리해수욕장은 서퍼들이 많은 해변이다. 새로운 체험을 원한다면 찾아볼 만하다. 개장 기간은 다음 달 17일에서 8월 23일.


부산에도 동해를 만날 수 있는 한적한 해수욕장이 있다. 해운대나 광안리처럼 화려한 멋은 없지만 조용하고 여유롭다. 1.8㎞ 긴 해변이 원을 그리고 있는 일광해수욕장은 파도가 잔잔하고 평균 수심이 1.2m 정도여서 아이들과 물놀이하기 좋다. 해변 끝에는 여유로운 산책로가 있다. 임랑해수욕장은 부산 가장 북쪽에 있는 아담한 해변이다. 오래된 소나무숲이 운치 있다. 몇 년 새 서핑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지난 1일 개장한 해운대와 송정 해수욕장에 이어 일광과 임랑 등 부산 해수욕장은 다음 달 1일에서 8월 31일까지 문을 연다.

갯벌과 노을에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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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사구를 지나 넓고 깨끗한 갯벌을 만날 수 있는 태안 기지포해수욕장.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서해에선 푸른 바다를 보기 어렵지만 광활한 갯벌을 만날 수 있다. 밀물과 썰물 풍경도 다르다. 환상적인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서해만의 매력이다. 충남 태안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해수욕장 28곳이 있다. 지난 6일 개장한 만리포해수욕장처럼 유명하고 북적이는 해변보다 조용하고 한적한 해변이 더 많다.


기지포해수욕장은 입구의 해안사구가 먼저 눈길을 끈다. 훼손된 해안사구를 보존하기 위해 울타리를 세워두었다. 울타리를 지나면 광활한 해수욕장이 펼쳐진다. 길이 800m, 폭 200m의 해변이지만 삼봉해수욕장, 안면해수욕장과 해변이 이어져 있어 끝이 보이지 않는다. 마침 도착 때가 썰물이라 갯벌까지 드러나니 광활하다는 표현이 실감난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해변엔 조개와 게 등 바다 생물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발밑에서 바삐 움직이는 생명체가 신기하기만 하다. 갯벌 체험에 나선 가족들이 종종 보인다. 해변을 벗어나 주변 산책을 즐기기로 했다. 해안사구를 따라 걷는 길과 해송숲 사이 산책로가 있어 좋다. 기지포의 노을도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시간을 맞춰 방문한다면 서해 갯벌과 일몰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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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과 은하수 사진 명소로 유명한 태안 운여해수욕장에선 한적하면서 광활한 해변을 즐길 수 있다.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태안 운여해수욕장에서도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해수욕장 남쪽에 소나무를 심어놓은 방파제가 있는데 밀물 때면 바닷물이 들어와 고이면서 호수처럼 비친다. 섬처럼 떠오른 솔숲과 일몰이 어우러져 장관이 된다. 초여름이면 은하수도 볼 수 있는 포인트다. 유명한 사진 포인트만 보고 가긴 아쉽다. 운여해수욕장의 탁 트인 해변 풍경도 놓치지 말 것. 썰물 때 펼쳐지는 갯벌이 광활하다. 태안의 해수욕장은 다음 달 4일에서 8월 16일까지 개장한다.


전남 신안 증도 우전해수욕장은 서해에서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얀 백사장이 어우러진 해변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해변에 짚으로 만든 파라솔이 줄지어 서 있어 이국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짱뚱어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해변이 길고 한적해 여유롭게 쉬어갈 수 있다. 짱뚱어해수욕장 앞에는 짱뚱어다리가 서 있다. 짱뚱어를 비롯해 갯벌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짱둥어다리에서 바라보는 노을도 아름다워 노을 전망대로도 인기다. 다음 달 13일부터 8월 16일까지 개장한다.

다도해의 다양한 매력

해안선이 복잡하고 섬이 많은 남해는 동해, 서해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다양하고 새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는 한적한 해수욕장을 찾았다. 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섬 곳곳에 가볼 만한 해수욕장이 있다. 명사해수욕장은 명사(明沙)라는 이름처럼 모래의 질이 좋고 물이 맑아 붙은 이름이다. 푸른 바다와 고운 모래가 어우러진 해변을 둘러싼 천년 노송이 운치 있다.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는 해상 덱에서 바라보는 해변 풍경도 색다르다. 중간중간 투명 유리로 된 바닥은 아찔하지만 바닷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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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모래와 맑은 바다가 특징인 거제 명사해수욕장. /거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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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짱뚱어해수욕장 앞에 서 있는 짱뚱어다리. 갯벌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다리지만 노을을 감상하기 좋다. /신안군

명사해수욕장과 인접한 저구마을에선 여름마다 수국의 향연을 본다. 부산에서 온 이현진(43)씨는 "바다에서 피서도 즐기고 여름 수국까지 즐길 수 있으니 오길 잘했다"며 "조용하면서 보고 즐길 게 많은 피서지"라고 했다. 색색의 수국이 만개한 낭만적인 꽃길을 걸으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본다. 명사해수욕장에서 여차몽돌해변까지 가는 길은 남해안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해안선을 따라 달리며 남해에 점점이 떠 있는 다도해를 감상한다. 여차몽돌해변은 동글동글한 몽돌이 깔려 있는 해변이다. 다른 몽돌해변에 비해 조용하고 아늑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개장 기간은 다음 달 11일부터 8월 23일까지.


해변의 모래가 눈처럼 희다고 해서 '설리(雪里)'라는 이름이 붙은 설리해수욕장은 경남 남해 최남단 해수욕장이다. 남해에서 가장 따뜻한 해수욕장으로 꼽힌다. 파도가 잔잔하고 수심이 얕아 물놀이를 즐기기 좋다. 작고 아늑한 해변에서 한가롭게 사색을 즐길 수 있다. 작은 섬이 옹기종기 떠 있는 남해안 풍경도 감상한다. 송정솔바람해변에서 설리마을, 팔랑포, 미조항으로 이어지는 해안일주도로는 전망이 뛰어나다. 남해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다. 다음 달 12일에서 8월 18일까지 개장한다.


전남 여수 서쪽 끝자락 장등해수욕장에선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한적한 해변에서 노을과 다도해 풍경을 바라보며 한적한 피서를 즐긴다. 여수의 해수욕장 중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조용한 해변은 모래가 곱고 수심이 얕아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좋다. 다음 달 4일부터 8월 16일까지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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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태안·거제=강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