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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성추행 결백 밝혀진 교사,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몰았나

by조선일보

경찰 내사 종결에도 교육청 징계절차…법원, 순직 인정

조선일보

고 송경진 교사의 빈소 모습과 학생의 탄원서./유족 제공

제자 성추행 의혹으로 전북교육청의 조사를 받다 자살한 故 송경진 부안 상서중 수학 교사에 대해 최근 법원이 순직을 인정했다. 전북교육청은 지난 2017년 송 교사의 성추행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이 “추행의 의도가 없었다”며 ‘내사 종결’ 처분을 했지만,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당시 의혹을 제기한 여학생과 학부모 모두 처벌을 원하지 않았는데도 전북교육청은 끝내 직권조사를 강행했다. 송 교사는 “믿을 곳이 없다”며 극단적인 선택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알렸다. 법원은 “조사를 받으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탓에 자살한 것이 인정된다”고 했다.

왜곡된 기억으로 남은 ‘4월 19일’

송경진 교사에게 지난 2017년 4월 19일은 악몽과 같은 하루였다. 이날 부안 상서중 2학년 A양의 학부모가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다. ‘송 교사가 A양에게 폭언을 하고, A양의 친구인 B양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주장이었다.


상서중 학생부장은 이날 오전 피해 여학생으로부터 진술서를 받았다. 진술서엔 ‘어깨와 팔뚝, 허벅지를 주물렀다’ ‘나무 막대기로 발바닥을 때렸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송 교사는 “B양이 수업시간에 다리를 떨어 ‘복 달아나니 떨지 마라’며 무릎을 툭툭 쳤을 뿐”이라고 했지만, 학교 측은 곧바로 출근 정지를 명령했다.


상서중은 전북교육청 부안교육지원청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송 교사를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언론을 통해 ‘송 교사가 신체 접촉 사실을 인정했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별다른 해명조차 하지 못하고 송 교사는 제자를 성추행한 파렴치한으로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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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진 교사가 자신에게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4월 19일을 떠올리며 기록한 메모./유족 제공

억울한 마음에 송 교사는 B양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시 B양의 아버지는 “송 교사가 딸(B양)의 무릎을 치는 장면을 본 A양이 허벅지를 만진 것으로 오해했다. 아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교장선생님과 만나 이런 사실을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A양 엄마가 일을 크게 만들었다.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취소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에서 풀린 오해

경찰은 2017년 4월 21일 상서중을 방문해 피해 여학생과 개별 면담을 했다.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던 학생들은 “송 교사가 수업 태도를 지적하며 머리와 팔, 어깨를 만진 적이 있지만 추행의 의도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성적 수치심을 느낀 사실도 없다”고 말을 바꿨다.


진술을 바꾼 이유에 대해 한 여학생은 “선생님이 이렇게 될지 몰랐다. 학생부장이 교무실로 불러 모두 적으라고 했다. (송 교사가) 한 행동을 모두 ‘만졌다’로 적었다”고 밝혔다. 이어 “자습시간에 우리가 잘못해서 (송 교사가) 화가 났는데, 이런 내용을 적으면 모두 풀어주실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다른 한 여학생은 “수업 잘 들으라고 어깨를 토닥이고 팔을 두드리신 것 같은데, 진술서엔 ‘기분이 나빴다’고 썼다”고 말했다. 학부모도 ‘순간적으로 오해했다’고 경찰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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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서중 학부모들이 쓴 탄원서./유족 제공

경찰은 4월 24일 ‘송 교사에게 추행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신체 접촉 정도가 사회 통념상 비난 가능성이 크지 않다. 사안이 경미하며 피해자들이 수사 진행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내사 종결했다. 경찰은 이 사실을 송 교사와 부안교육지원청에 공식 통보했다.


피해를 주장한 학생들을 포함해 상서중 전체 학생과 학부모는 4월 24일부터 전북교육청에 탄원서도 냈다. ‘송 교사가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해 다시 학교에 출근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취지였다. 의혹을 제기한 여학생은 송 교사에게 ‘사과하고 학교로 복귀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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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를 주장한 학생이 송경진 교사에게 모낸 사과 문자메시지./유족 제공

송 교사는 이번 일로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성추행범으로 몰려 언론 보도까지 나오면서 명예가 엄청나게 훼손됐다. 억울하다. 잠도 오지 않는다”고 의사에게 말했다. ‘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우울 장애’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았다. 송 교사는 이전에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은 이력이 없었다.

내사종결, 처벌불원에도 조사 이어간 전북교육청

상황이 이런데도 전북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이하 인권센터)는 송 교사에 대한 직권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이 내사 종결 처분을 하고 학생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탄원서까지 썼지만, 조사를 이어간 것이다.


인권센터는 2017년 4월 28일 상서중을 방문해 서류 조사를 했다. 이후 송 교사에 대한 조사도 2차례 진행했다. 5월 11일과 30일엔 상서중 2·3학년 남학생과 2학년 여학생 학부모를 면담 조사했다. 하지만 인권센터는 피해를 주장한 여학생들을 만나 피해 내용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조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피해자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인권센터는 여학생들이 학생부장 앞에서 쓴 최초 진술서를 근거로 조사를 마무리했다.


인권센터는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7월 3일 학생인권심의위원회를 열었다. ‘송 교사가 발바닥을 때리고 여학생의 신체를 접촉해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에게 송 교사의 신분상 처분도 권고했다. 이에 전북교육청 감사담당관은 8월 4일 송 교사에게 특정감사 조사 일정을 통보했고, 송 교사는 다음날 오전 9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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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진 교사 유서./유족 제공

교육감 조화도 조문도 없었던 빈소

송 교사는 극단적인 선택을 앞두고 어머니와 마지막으로 식사를 했다고 한다. 이어 자신이 5년 동안 몸담았던 상서중에 가서 짐을 정리한 뒤 ‘모두에게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겼다. 30년 교직 생활은 그렇게 마감됐다.


송 교사의 빈소엔 200여명의 학생·학부모가 다녀갔다. 이중엔 졸업생도 다수 있었다. 졸업생들은 “선생님같이 좋으신 분이 왜 이런 일을 당했는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전북교육 수장인 김승환 교육감은 빈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조화도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송 교사의 유족은 “전북교육청이 죄 없는 남편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억지를 부렸다”며 “인권센터는 강압적인 조사로 남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했다.

끝내 사과 거부한 김승환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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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교육감./조선DB

송 교사가 숨지고 80일 뒤 전북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렸다. “전북교육청이 무리하게 조사에 나서면서 결국 송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김 교육감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해서 징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인권센터 또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사를 진행했다”고 답했다. 사과는 없었다.


시민사회단체는 김 교육감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김 교육감은 송 교사 자살 사건에 ‘별 문제가 없다’는 주장으로 일관한 것도 모자라 도의적인 사과 요구조차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도의적 책임조차 인정하지 못하는 교육감의 행태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참으로 막막하다”고 했다.

3년 만에 되찾은 명예

송경진 교사의 부인 강하정씨는 지난 2017년 말 인사혁신처에 순직유족급여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익사혁신처는 ‘순직이 아니다’며 거부했다. 강씨는 행정 소송으로 맞섰다. 남편의 억울한 죽음이 이대로 묻히면, 영원히 명예 회복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길고 지루했던 싸움은 3년여 만에 끝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강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인사혁신처장이 강씨에게 내린 유족 급여 부지급 결정을 취소한다”고 했다. 소송 비용도 인사혁신처장이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송 교사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학생들과의 신체접촉에 대한 조사를 받으며,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사망에 이르렀다”며 “경찰의 내사 종결 처분에도 학생인권교육센터가 자신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판단하자 30년간 쌓아온 교육자로서 자긍심이 부정됐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강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판결이 선고되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지난달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송 교사는 전북학생인권조례에 따라 만든 ‘학생인권옹호관’ 제도의 피해자다”며 “인권옹호관은 교사를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는 등 막강한 권한이 있는데, 그 권한과 책임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엔 ‘피해자가 조사를 원하지 않고, 수사기관의 수사가 종결되면 인권 진정을 각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송 교사 조사의 근거가 된 전북학생인권조례에 따르면 피해자가 조사를 원하지 않아도, 사법당국이 내사를 종결한 사안이라도 인권옹호관이 직권조사를 할 수 있다.


한국교총이 사과를 요구한 날 김승환 교육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북 학생인권의 날 기념 공모전 시상식’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수상자들의 작품 설명을 듣고, 교육감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인권 교육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기성세대들에게 학생 인권은 여전히 낯설고 이질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고 적었다.


이 글을 본 전주의 한 학부모는 “김승환 교육감은 조례에 따라 학생인권 보호 차원에서 송 교사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이런 글을 올린 것 같다”며 “여전히 낯설고 이질적인 것은 학생 인권이 아니라, 김 교육감이 송경진 교사를 바라보는 태도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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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총이 사과를 요구한 날 김승환 교육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김승환 교육감 페이스북

송 교사의 부인 강하정씨는 “이번 판결이 당연한 결과지만, 별로 기쁘지 않다”고 했다. 강씨는 “남편이 숨졌을 때도 조화는 물론 조문도 오지 않았던 사람이 바로 김승환 교육감이다. 이런 전북교육청이 이제 와서 사과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강씨는 “김승환 교육감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다른 후보들의 사과 요구에 ‘헌법에 양심의 자유가 있다. 사과 강제하지 말라’고 했던 사람이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전북교육의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김승환 교육감은 2일 오전 10시 30분 교육청 8층에서 예정된 기자회견 자리에서 관련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김정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