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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아무튼, 주말

남자들은 철이 안 든다? 10분 만에 '살려달라' 간청

by조선일보

20대 남성의 假 출산체험

조선일보

기자가 지난 7일 부산 자모여성병원에서 저주파 자극기로 산통을 간접 경험했다. 한 시간을 버티겠다고 덤볐지만 10분 만에 항복했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남자들은 출산을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이 먹어도 철이 안 든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강연에서 했던 이 말로 역풍을 맞았다. 야당은 "여성을 위해주는 척하면서 출산과 육아의 책임을 모두 여성에게 돌리는 차별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불임 부부는 평생 철 못 드느냐" "군대 가야 철든다는 말과 뭐가 다르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 의원은 결국 당일 "부족함을 통감한다"며 사과했다.


가임기 여성의 13%는 임신을 미루거나 포기할 만큼 심한 분만 공포증을 느낀다고 한다. 영국 사우스스태퍼드셔 병원 연구팀이 조사한 통계다. 여성이 분만 과정에서 겪는 고통이 얼마나 크기에 임신과 거리를 두고, 심지어 '출산을 경험해야 철이 든다'는 말까지 나오나.


'아무튼, 주말'은 산통(産痛)을 간접 경험해보기로 했다. 남성 기자에게 출산은 불가능의 영역이다. 하지만 저주파 자극기(소비전력 200mW)를 이용해 복부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산통과 비슷한 자극을 느낄 수 있다고 의료계는 말한다. 미혼이자 '아무튼, 주말' 막내 기자가 부산 자모여성병원의 도움을 받아 산통을 체험해봤다.

배를 주먹으로 힘껏 때리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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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무게의 임신부 체험복을 입자 평범한 계단이 가파르게 느껴졌다. 의자에 앉는 것도 힘들었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먼저 산모들이 출산할 때 착용한다는 산모복을 입었다. 아래가 뻥 뚫린 원피스였다. 키가 190㎝인 기자가 입자 허벅지가 다 드러났다. 민망한 상황을 피하려고 바지는 벗지 않았다. 출산의 고통보다 심적으로 더 괴로워 '출산 3대 굴욕'이라 불린다는 관장, 제모, 내진(內診) 단계도 건너뛰었다.


본격적으로 출산에 들어가기 전 김수지 수간호사가 출산 통증을 줄여주는 '라마즈 호흡법'을 알려줬다. 프랑스 산부인과 의사 페르낭 라마즈가 1951년 고안한 호흡법이다. 분만 중 호흡을 일정하게 유지해 산모는 근육 피로도를 낮출 수 있고 태아에게는 안정적으로 산소를 공급할 수 있다. 숨을 코로 1초 들이쉬고, 입으로 1초 내쉬면서 온 정신을 호흡에 집중해야 한다. 산통이 심해지면 숨을 두세 번 들이쉬고 한 번 뱉은 다음 서서히 들이쉬는 횟수를 조절한다. 김 간호사가 지도하는 대로 "히―히―후"를 반복하며 미래에 만날 아이 얼굴을 상상했다. 거울은 보지 않았다.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눕자 간호사가 동그란 패치(지름 약 5㎝)를 기자의 아랫배에 두 개, 양쪽 옆구리에 하나씩 모두 네 개를 붙였다. 비로소 '출산 준비'가 끝나고 심판의 시간이 닥친 것이다. 공포가 엄습했다. "긴장 풀어요. 행복한 상상을 해보세요."


간호사의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하복부에 저릿한 진동이 느껴졌다. "헉!" 소리가 튀어나왔다. '사이비(似而非) 산통'이 시작된 것이다. 구겨지는 기자 얼굴을 본 간호사가 무심한 투로 말했다. "아직 9단계 중 3단계밖에 안 됐어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야 하는데 왜 천안에서부터 난리냐'는 소리로 들렸다.


30초 정도가 지나자 진동 패턴이 몸에 익었다. '이 정도는 견딜 만하네'라고 생각하며 평온을 되찾을 때였다. 간호사가 진동 단계를 서서히 올렸다. 기계는 정직했다. 배에 가해지는 고통도 비례해 커졌다. 5단계부터는 하복부 고통에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고, 7단계부터는 숨쉬기가 버거웠다. 누군가 배를 주먹으로 힘껏 때리는 것 같았다. 진동이 올 때마다 '흡' 소리를 내며 숨을 참았다.


"산모가 숨을 멈추면 배 속의 아기가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요. 난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힘들더라도 배에 힘을 빼고 계속 숨을 쉬어야 해요."


김 간호사가 호흡을 멈추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게 말처럼 되지 않았다. 고통 때문에 배에서 힘을 빼기 어려웠다. 이 상태에서 라마즈 호흡법을 한다는 건 신이여, 불가능에 가까웠다.


"으아아악!" 진동을 최고 단계까지 올리자 결국 참았던 비명이 터졌다. 누군가 배를 발로 꾹 눌러 짓이기는 듯했다. 배에서 출발한 고통이 장기를 타고 몸 전체로 퍼졌다. 베개를 붙잡고 있던 손아귀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발을 침대에서 동동 굴렀다. 진동이 올 때마다 온몸이 들썩였다. 안경은 한참 전에 벗겨져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아프다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배를 짓누르는 압박감에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웠다. 결국 자존심을 버리고 간호사에게 간청했다.


"살려… 주세요…."


한 시간을 버티겠다며 시작한 체험은 10분 만에 끝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깔고 누웠던 담요는 끝이 바닥에 질질 끌리고 있었고, 침대 덮개는 한바탕 전쟁이라도 치른 듯 엉망으로 구겨져 있었다.


10분이 기자에겐 억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실제 출산에 비하면 지극히 짧은 시간이다. 김수지 수간호사는 "산통 체험으로 느낄 수 있는 고통은 실제 산통의 10% 정도에 불과하다"며 "체험할 땐 수위와 시간을 조절할 수 있지만, 현실에선 통제 불가능한 변수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3년 반 전에 자연분만을 했다는 한 여자 선배는 "출산 때 느낀 고통은 전기 충격을 초월하는 다른 종류의 아픔"이라며 "상상하기도 싫다"고 했다.


산모들은 길게는 2~3일까지 산통을 겪는다. 부위도 아랫배뿐만 아니라 등허리까지 넓다. 산모 자궁이 10㎝쯤 열리는 데 평균 12~15시간이 걸린다. 이때 강한 통증과 약한 통증이 번갈아 오는데, 출산이 다가오면 1분 길이 진통이 2~3분 간격으로 온다고 한다. 자궁문이 완전히 열리고 아기가 밖으로 나오는 만출기에는 가장 큰 진통이 찾아온다. 산모는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빼는 걸 반복해야 한다. 아기를 세상으로 내보내는 과정은 이토록 고통스러웠다.

임신부 체험복 입자 계단도 힘들어

분만은 임신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 임신한 여성에게 불편과 고통은 일상이다. 만삭의 임신부는 체중이 평소보다 11~16㎏ 정도 불어난다. 작은 기내 반입용 캐리어 하나를 몸에 이고 사는 것과 비슷하다. 기자는 임신 중기 무게인 5㎏ 정도의 임신부 체험복을 입어 봤다. 건장한 체격인 기자에게 무리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배에 묵직한 무게가 실리자 당장 허리와 무릎에 부담이 왔다. 체중이 1㎏만 증가해도 무릎 관절이 받는 부담은 3~5㎏ 늘어난다고 한다. 평소였으면 가뿐히 올랐을 병원 계단도 체험복을 입으니 가파르게 느껴졌다.


문제는 무게만이 아니다. 평범한 일상 모두가 임신부에게는 고충이다. 체험복을 입고 의자에 앉자 30㎝가량 부른 배가 접혀 불편했다. 잠을 청하려고 반듯이 누우면 배와 가슴이 압박돼 숨을 쉬기 어려웠다. 체험복이 아랫배를 덮어 화장실에 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짧은 체험을 마치고 임신부 체험복을 벗자 허리가 뻑적지근했다.


이날 체험으로 임신부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나마 산통과 아이의 무게는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지만 임신 기간에 산모의 정신적 고통은 대리 체험이 불가능했다. 제일의료재단 이수영 연구팀에 따르면 임신 초기 여성의 19.3%가 우울증 위험을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산모는 감기약 한 알, 군것질거리 하나도 맘대로 먹지 못하면서 10개월을 나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 같은 감염병이 돌 경우 외출까지 제한된다.


체험을 마치고 땀을 닦는 기자에게 간호사가 농을 건넸다. "아까 산통 체험요, 최고 단계까지 버틴 남편은 스무 명 중에 한 명도 안 돼요. 기자님은 그래도 상위 5%예요." 이날 저녁 기자는 어머니가 보내주신 미역국을 먹었다. 찔끔 철이 든 기분이었다.


[부산=유종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