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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기상청 '역대급 오보'… 강수량·강수위치 줄줄이 빗나가

by조선일보

역대급 폭염 온다더니 역대급 장마… "기우제식 예보" 항의 빗발


중부지방에서 장마가 연일 계속되면서 올해 '역대급 폭염'을 예상했던 기상청이 또다시 '오보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긴 장마를 예측하지 못한 데다 장마 기간 내내 강수량·강수 위치 등이 틀리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올여름 폭염이라더니… '역대급 장마'

기상청은 지난 5월 올해 여름(6~8월) 기상을 전망하면서 이번 여름의 기온이 평년(1981~2010) 기온(23.6도)보다 0.5~1.5도, 작년(24.1도)보다는 0.5~1도가량 높겠다고 예보했다. 또 올여름 폭염 일수는 20~25일, 열대야 일수는 12~17일로 평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지난달 전국의 평균기온은 22.5도로 평년 대비 2도가량 낮았다. 폭염일수는 3.9일, 열대야 일수는 2.3일로 각각 평년 대비 2~3일가량 적었다.

조선일보

올여름 강수량 예측치도 빗나갔다. 기상청은 지난 5월 발표한 '올여름 기상 전망'에서 올해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장마가 6월부터 시작돼 7월 내내 이어지면서 강수량이 예상을 벗어났다. 지난 2일 기준 장마 기간 중 평균 강수량은 중부 494.7㎜, 남부 566.5㎜, 제주 562.4㎜를 기록해 평년 대비 160~180㎜를 초과했다.

520억 수퍼컴퓨터도 쓰고 있는데…

전체적인 여름 예보를 잘못한 데다 장마 기간 내내 세부적인 예보도 엇나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3일 발표한 예보에서 서울, 경기도와 강원 영서에 4일 새벽부터 오전까지 시간당 50~100㎜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다가 오후에 다소 약화하겠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8시 기준 전국의 AWS(자동 기상 관측 시스템) 관측 지점 988개 중 강원도 철원, 화천, 경기 연천과 포천 등 4곳에서만 시간당 강수량이 최대 54~72.5㎜를 기록했다. 이날 낮 서울 대부분 지역의 일 강수량이 10~20㎜에 그치면서 온라인상에서는 "계속 비가 온다고 하면 하루쯤 맞히는 '인디언 기우제식' 예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이처럼 오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상청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수퍼컴퓨터가 520억원을 호가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4월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10년간 1000억원을 들여 구축한 한국형수치예보모델(KIM)을 도입하기도 했다. 다만 이 시스템은 아직 구체적인 데이터를 많이 모으지 못해 영국형 모델(UM)과 병행 사용 중이다.

3년 동안 냉·온탕 한반도 여름

이처럼 올해 예보가 엇나가는 경우가 많았던 데 대해 기상청은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적 기상 현상 발생을 주원인으로 꼽았다. 2018년엔 최악의 폭염이 왔다. 그해 8월 1일 강원도 홍천의 낮 최고기온이 41도를 기록하며 현대적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907년 이후 111년 만에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2019년엔 태풍이 몰려 왔다. 평년(25.6개)보다 많은 29개가 발생했는데, 이 중 7개가 우리나라에 상륙하거나 남해·서해를 지나며 영향을 미쳤다. 1950, 1959년에 이어 공동 1위인 숫자다. 올해는 폭우와 긴 장마가 특징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 6월 시베리아에서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도 116년 만에 가장 더운 6월로 기록돼 더운 여름이 될 것으로 봤다"며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장마가 길어지고 있고, 비구름이 남북으로 좁고 동서로 길게 형성되며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나는 국지성 호우가 자주 발생해 예측이 어렵다"고 했다.


[김효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