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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사이언스카페]

귀차니스트가 부르면, 휴대폰이 달려온다

by조선일보

서울대 연구진 로봇다리 달린 휴대폰 케이스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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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케이스 바닥에 다리 여섯 개가 달린 케이스크롤러. 내장 모터의 힘으로 초당 21cm를 이동할 수 있다./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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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휴대폰 케이스는 '케이스크롤러' 구조도. 모터(가운데 오른쪽)의 힘으로 다리 여섯 개가 굽혔다 펴지면서 이동한다./서울대

소파에 누워 있는데 휴대폰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다. 무선 충전 패드에 얹어 뒀던 휴대폰이 미끄러져 떨어졌다. 일어나기는 싫고, 휴대폰이 움직이면 안 될까?


국내 연구진이 게으른 자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휴대폰이 다리를 단 로봇으로 변신한 것이다.


조규진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연구진은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간하는 ‘로봇공학과 자동화 레터스’ 10월호에 다리 여섯 개로 움직이는 로봇 ‘케이스크롤러(CaseCrawler)’를 발표했다. 이름 그대로 기어다니는 휴대폰 케이스이다.

휴대폰과 결합한 바퀴벌레 로봇

조 교수는 그동안 무당벌레처럼 날개를 펼치는 로봇과 같이 자연을 모방한 로봇 기술을 연구했다. 이번 연구도 마찬가지다. 조 교수는 “바퀴벌레처럼 다리를 납작하게 해서 달리는 로봇을 만들다가 납작한 휴대폰 케이스에 적용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케이스크롤러는 곤충처럼 다리가 여섯 개 달렸다. 평소에는 다리가 접혀 있다가 모터가 작동하면 사람처럼 다리를 펴 움직인다. 케이스에 적용하기 전 로봇은 무게가 23g으로, 1초에 21㎝씩 이동했다. 탑재 가능한 무게는 300g이다. 자신보다 13배나 무거운 무게를 들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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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크롤러'는 바퀴벌레처럼 납작한 형태로 이동하는 로봇(아래 네모 안)을 휴대폰 케이스에 적용한 것이다./서울대

센서 도움받아 방향 잡을 수도

케이스크롤러는 두께가 24㎜이고 무게는 82g이다. 일반 휴대폰 케이스보다는 약간 크지만, 초기 연구 성과여서 앞으로 실제 휴대폰 케이스처럼 축소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또 전원을 배터리 대신 휴대폰에서 얻으면 그만큼 무게도 줄일 수 있다.


조 교수는 “현재 케이스클로러는 아무런 지능이 없다”면서도 “앞으로 휴대폰에 내장된 센서의 도움을 받아 똑바로 움직이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일상에서 사용하는 다른 물건도 같은 방식으로 이동시킬 수 있을지 연구할 계획이다.

무당벌레 모방한 비행 로봇도 개발

조 교수 연구진은 곤충을 모방한 로봇을 잇달아 발표했다. 바퀴벌레나 애벌레, 벼룩 등이 움직이는 원리를 모방한 로봇들이다. 지난 4월에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무당벌레를 모방해 0.1초 만에 날개를 펼치는 비행 로봇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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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벌레 날개를 모방한 로봇이 도약하고 최고점에서 날개를 펼쳐 활강하는 모습./서울대

곤충 날개에는 잎맥처럼 생긴 시맥(翅脈)이 있다. 안쪽으로 체액이 흐르고 신경도 분포한다. 연구진은 무당벌레 날개의 시맥이 스프링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이용했다.


조 교수는 “시맥의 타원형 구조가 접히면 나중에 날개를 펼치도록 튕겨내는 스프링 역할을 한다”며 “로봇 날개 가장자리에 같은 구조를 만들어 탄성에너지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