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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아아' 가격은 왜 내려가는 걸까요

by조선일보

조선일보

/위키커먼스

요즘 커피 프랜차이즈 메뉴에 아이스 커피가 따로 안 적혀 있는 곳을 자주 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스 커피에 500원씩을 더 받는 곳이 꽤 많았다. ‘얼음 몇 개 더 넣어주고 너무 비싸게 받는다’라는 비난 기사가 여름이면 단골로 나왔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따뜻한 아메리카노(‘따아’)와 아이스아메리카노(‘아아’) 가격을 통일하는 곳이 점점 늘고 있다. 예컨대 파스쿠치 등은 2012년까지만 해도 ‘아아’를 500원 더 비싸게 받았지만 지금은 따아·아아 가격이 같다.


‘아아’가 더 비싼 것이 상식적으론 자연스럽다. 커피에 들어갈 얼음을 직접 만들거나 보관하는 데는 비용이 든다. 제빙기를 사다가 설치해야 하고 만드는 시간도 ‘아아’가 ‘따아’보다 더 투입된다. (이들 비용이 딱 500원만큼이라기보다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가격을 다르게 책정할 이유가 생긴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최근 많은 가게가 ‘아아’ 가격을 ‘따아’와 통일하는 방향으로 ‘아아’의 가격을 낮추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치솟는 ‘아아’의 인기와 연관이 있다.


‘아아’의 인기는 거침이 없다.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란 말이 유행이라더니 한겨울에도 아이스만 고집하는 이들이 적잖이 보인다. 통계로도 선명히 확인된다. 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이디야의 지난 5년 따아·아아 매출을 조사해 보았는데 2015년 평균 44%였던 ‘아아’ 비율이 지난해 60%로 크게 올라갔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 전인 올해 상반기까지의 ‘아아’ 비율이 이미 지난해 전체를 넘어섰을 정도로 ‘아아’의 인기는 계속 올라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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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vs '따아' 비율. /투썸플레이스

‘아아’의 인기가 가격을 끌어내리는 연결 고리는 바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고정비용’이다. 고정비용이란 교과서적으론 ‘생산량에 따라 변하지 않는 비용’, 쉽게 말해 생산량이 적거나 많거나 상관없이 일정하게 나가는 비용이다. ‘아아’를 만들 때 ‘따아’보다 더 들어가는 고정비용 중 대표적인(그리고 덩치가 가장 큰) 항목이 제빙기다. 제빙기를 산 비용은 ‘아아’ 가격에 고루 분배돼 ‘아아’를 ‘따아’보다 비싸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100만원 주고 산 제빙기로 ‘아아’를 1000잔 판다고 가정하면, 한 잔에 1000원씩을 더하게 되는 식이다. 그런데 ‘아아’의 인기가 높아져서 ‘아아’가 무척 많이 팔리면 어떻게 될까. 예컨대 ‘아아’ 판매량이 2000잔, 나아가 1만잔으로 늘어난다면? 1만잔이면 ‘아아’ 한 잔에 100원 정도가 제빙기 비용으로 더해지는 셈이 된다. 어느 선을 넘어가면 제빙기라는 비용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따아와 아아 가격이 대부분 같아진 대형 커피전문점에 비해 규모가 작은 동네 카페 중엔 아직 ‘아아’ 가격을 비싸게 받는 곳이 꽤 있다.


여기에 더해 ‘아아’의 인기에 따른 매출 증가를 어느 기업에선가 노리고, (‘아아’를 더 팔기 위해) 가격을 낮추면 다른 기업들도 보조를 맞추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아아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낮아진다. 수요 증가로 인한 시장 확대는 경쟁을 촉진하고 때로는 가격의 하락까지 가져와서 소비자 후생을 높인다. 찬 커피 마니아들의 ‘아아’ 사랑이 더 싼 가격에 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해준 셈이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해지면 ‘아아’가 ‘따아’보다 싸지는 세상이 이론적으로는 올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그럼 이게 궁금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아아’를 많이들 마시는 것일까. 이디야 커피 김상우 부장의 설명이다. “어느 커피전문점에서도 원인이 정확히 밝혀진 바 없으나, 매년 평균 기온이 올라가 소비자가 시원한 커피 음료를 즐기는 기간이 길어지고 ‘아아’에 한번 익숙해지니 겨울에도 그 익숙함 때문에 아이스커피를 구매한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뛰어다니면서도 빨대로 간편히 마실 수 있는 아이스커피에 익숙해지면 ‘후후’ 불어 마셔야 하는 ‘따아’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거든요.”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