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수박에 소금을 뿌리면 왜 더 달까

[테크]by 조선일보

에너지 높은 음식의 맛을 감지할 때 소금이 필수적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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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에 소금을 뿌리면 단맛이 훨씬 강해지는 이유는 인체가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찾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소금이 기름지고 달달한 음식의 맛을 감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6일 “일본 도쿄 치과대의 케이코 야수마추 교수 연구진이 소금이 단맛을 강화시키는 경로를 동물실험을 통해 밝혔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악타 피지올로지카’에 실렸다.


◇단맛 느끼는 제 2의 경로에 소금이 핵심


단맛은 혀에 있는 미각 세포 덩어리인 미뢰(味蕾)에서 느낀다. 앞서 과학자들은 미뢰에서 TIR이란 수용체 단백질이 천연 재료나 인공 재료나 상관없이 단맛을 감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런데 유전자를 변형시켜 TIR 수용체가 작동하지 않도록 만든 생쥐도 여전히 당분을 좋아했다. 단맛을 느끼는 다른 경로가 있다는 의미다.


도쿄 치과대 연구진은 몸에서 당분에 반응하는 다른 단백질을 찾았다. 바로 SGLT-1이다. 신장과 장에서 이 단백질은 소금 성분인 나트륨을 이용해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옮겨 에너지로 쓰게 한다.


흥미롭게도 단맛에 반응하는 미각세포에도 SGLT-1 단백질이 있었다. 연구진은 혀에서 이 단백질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먼저 단맛을 감지하는 TIR 단백질을 차단한 생쥐의 혀에 포도당과 소금이 섞인 용액을 떨어뜨렸다. 그러자 신경세포가 바로 반응했다. 포도당만 줬을 때보다 훨씬 신경신호가 강했다.


TIR 단백질이 작동하는 정상 생쥐 역시 소금이 섞인 포도당을 더 선호했다. 화학물질로 SGLT-1 단백질을 차단하면 이 같은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SGLT-1 단백질은 사카린 같은 인공 감미료에는 작동하지 않았다.


◇지방, 감칠맛 등 고칼로리 음식 맛에도 반응


연구진은 실험 결과를 토대로 SGLT-1 단백질이 단맛을 감지하는 또 다른 경로라고 밝혔다. 생체는 TIR 단백질이라는 1차 단맛 감지 경로가 차단돼도 계속 에너지가 풍부한 당분을 찾기 위해 대안을 마련해둔 셈이다,


특히 1차, 2차 단맛 감지 경로가 모두 작동하면 그만큼 단맛을 더 강하게 느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수박에 소금을 뿌리면 단맛이 강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연구진은 또 두 가지 단맛 감지 경로가 같이 작동하면 단맛과 함께 지방산과 감칠맛도 감지한다고 밝혔다. 모두 칼로리가 높은 음식에서 나오는 맛이다. 체중 걱정 없이 음식을 즐길 때 소금이 빠지면 안된다는 말이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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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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