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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노벨상금 13억원, 물가 따지면 120년전과 비슷

by조선일보

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

조선일보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가 이제 모두 발표되었습니다. 금년도 수상자에게는 1000만 스웨덴 크로나(SEK)가 지급된다고 하네요. 지난해 900만 크로나보다 늘어난 금액입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약 13억원입니다.


노벨상 상금은 알프레드 노벨이 1895년 기부한 3100만 크로나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1901년 최초 지급 시에는 15만 크로나였고 이후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되다가 1950년 무렵부터 계속 늘어나기 시작해 1966년 30만, 1981년 100만, 2001년 1000만 크로나까지 상승했습니다. 그러다가 2012년엔 상금이 800만 크로나로 오히려 줄기도 했습니다.


올해의 노벨상 상금은 1901년 최초 상금 대비 약 67배 많은 금액입니다. 상금 규모가 많이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지금의 화폐가치와 과거의 화폐가치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물가가 그동안 크게 올랐기 때문이지요. 가령 물가가 10% 상승했다고 하면 이전에는 100원으로 살 수 있었던 물건을 지금은 110원을 줘야 합니다. 따라서 현재의 화폐 액면가치에서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실질가치를 가지고 서로를 비교해야 보다 정확한 평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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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상금의 가치

노벨위원회는 친절하게도 홈페이지에 매년도 상금 액수와 이 상금액에서 물가상승분을 제거한 ‘실질 상금액’이 최초 상금액 대비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평가한 표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표에 의하면 지난해 지급한 900만 크로나의 실질가치는 1901년에 최초 지급한 15만 크로나의 가치와 거의 비슷(103%)합니다. 즉 지난해 받은 900만 크로나와 120년 전 받은 15만 크로나로 살 수 있는 것이 거의 동일하다는 겁니다. 노벨상위원회는 이처럼 상금 액수에 대해서도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가치를 고려하여 그 수준을 결정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노벨상의 권위를 더욱 높여주는 요인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지만 노벨상위원회가 공개한 ‘상금의 실질 가치’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 가치를 스웨덴 물가를 기준으로 계산했기 때문입니다. 노벨상 수상자는 전 세계에 걸쳐 있어 환율과 세금이 국가별로 큰 차이가 나고, 이자율과 물가수준도 각각 다릅니다. 실제로 수상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같을 수가 없습니다. 또 노벨상 수상자들이 상금을 사용하는 방법 또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학술 연구 기관(마리 퀴리)이나 사회단체 등에 기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족에게 넘긴 사람(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있고, 사치품 구입(폴 너스, 프랑코 모딜리아니)에 사용한 사람도 있는 등 다양합니다. 올해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윌슨 스탠포드대 교수는 상금을 그냥 저축하겠다고 했고요. 재산은 결국 절대적 수치보다는 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효용이 결정되는 것 아닐까요.


[성상경 한국은행 인재개발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