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논란 감독을 추모? ‘김기덕 딜레마’에 빠진 영화계

[연예]by 조선일보

“그를 애도하는 건 또 다른 가해”… 일각선 “한국 영화계 큰 손실”

조선일보

고(故) 김기덕 감독

“만약 누군가 사람들에게 그토록 끔찍한 폭력을 행사한다면 그를 기리는 건 잘못된 일이다.”


영화감독 김기덕(60)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12일 영화 ‘기생충’ 자막을 영어로 번역한 달시 파켓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 영화계 안팎에서 회자됐다. 파켓은 이 글에서 “2018년 그의 성폭력 의혹이 TV 프로그램을 통해 보도된 이후, 나는 학교 수업에서 김기덕 영화에 대해 가르치는 걸 중단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베네치아, 베를린, 칸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본상을 받은 유일한 한국 영화인. 하지만 성폭력 증언이 쏟아진 뒤, 국내 활동을 중단하고 키르기스스탄 등 해외에서 주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라트비아에 집을 구입하고 영주권을 취득할 계획이었지만 11일 코로나 합병증으로 리가의 대학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한국 영화계는 별다른 논평을 내놓지 않은 채 침묵에 빠졌다. 오히려 추모 분위기에 선을 긋고 나선 평론가들이 적지 않다. 아일랜드 출신 평론가 피어스 콘란은 “그가 촬영장에서 저지른 끔찍한 행동을 언급하지 않은 채 ‘위대한 예술가의 죽음’이라는 애도가 쏟아지는 것을 보고 슬펐다”고 했다. 평론가 박우성도 “대개의 죽음은 애도의 대상이지만 어떤 경우엔 또 다른 가해가 된다”고 했다.


일부 영화인은 온라인에 추모의 뜻을 밝혔다.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한국 영화계에 채울 수 없는 크나큰 손실이자 슬픔”이라고 했다. 영화 ‘신과 함께’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도 “참 외롭게 가시네요. 인사동 막걸리가 마지막이었네요. 기덕이 형 잘 가요”라는 글을 올렸다.


주라트비아 한국 대사관은 “유족이 장례를 위임하겠다는 의사를 전했으며,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 화장한 뒤, 유골을 국내 송환할 전망이다.


[김성현 기자]

2020.12.1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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