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흔들흔들 남해 ‘하늘 그네’ 타고 다도해 봄 속으로 풍덩!

[여행]by 조선일보

경남 남해가 달라졌다

통통 튀는 봄마중 여행


경남 남해가 달라졌다. 걷기 여행자들이 홀로 조용히 찾던 섬이 올봄 시끌시끌하다. 다도해를 배경으로 바다 위를 걸어보는 ‘전망대 스카이워크’에 더해 지난해 11월 바다 위에서 그네를 탈 수 있는 ‘하늘 그네’까지 생겨 즐길 거리가 늘었다. 날이 풀리며 전국 각지에서 체험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마침 1970~2000년대 남해 여행 필수 코스였던 남해대교 전망 휴게소 ‘남해각’도 새 단장을 마치고 임시 개관했다. 고전적 여행 코스에 지각 변동이 이는 남해로 떠났다.

조선일보

지난해 11월 경남 남해군 미조면 해안가에 들어선 '설리 스카이 워크'의 '하늘 그네'. 바다 위 상공에서 하늘을 나는 듯한 짜릿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추억의 인증샷 명소, ‘남해각’ 부활

“1970~2000년대 남해 사람들뿐 아니라 신혼부부 등 남해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남해대교 건너기 전 남해각 앞에서 남해대교를 배경으로 사진 한 장씩 찍고 갔어요. 저희 부모님 역시 남해각에서 찍은 사진이 인생 사진이 되었죠.” 남해 토박이이자 남해각의 시설 관리를 맡은 구주옥씨가 남해각에 전시 중인 ‘남해각 아카이브’ 사진들을 감상하며 소회에 젖었다. 구씨의 말처럼 빛바랜 사진 속에선 특히 남해대교를 배경으로 한 신혼부부들이 눈에 띄었다.


지금 30~40대가 된 남해 사람들에게 남해각은 소풍 명소였다. 남해에서 나고 자란 이종호(37) 남해군 문화관광과 주무관은 “학창 시절 매년 봄 소풍 때면 해안 도로 따라 이어지는 ‘왕지 벚꽃길’에서 소풍 도시락을 먹고 남해각에서 단체 사진 찍는 게 코스였다”고 회상했다.

문화 시설로 새 단장 후 지난달 임시 개방한 '남해각'. 그 옛날 휴게소였던 곳은 남해대교와 남해각을 추억할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변신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남해각은 1973년 남해대교가 개통된 후 1975년 들어섰다. 원래 이름은 ‘해태 남해각’이었다. 1972년 문 연 경기도 파주 ‘임진각’과 함께 전 국민의 휴게소로 이름을 날렸다. 육지인 경남 하동에서 남해에 입도할 때 가장 먼저 마중 나온 건물이자, 남해대교 최고 전망 명소로 사랑받았다. 신혼부부나 수학여행단이 묵던 숙박 시설, ‘디스코테크’ ‘가라오케’ 등 유흥 시설로 이용되다가 남해대교를 이용하는 차량이 줄면서 남해각도 자연스럽게 유휴 공간으로 전락했다. 한때 존폐 갈림길에 서기도 했지만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보존하자는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면서 최근 전시관으로 새 옷을 갈아입었다. 남해각이라 새긴 투박한 건물부터 수명을 다한 모텔 네온사인 등 과거를 엿볼 수 있는 흔적은 살려두고 내부 공간을 크게 ‘성형’했다.


상설 전시실로 변한 1층에 들어서면 창 밖으로 남해대교와 노량해협 풍광이 펼쳐진다. 전시실에는 대단하고 거창한 기록보다는 남해대교 개통과 남해각 개관을 알리는 당시 신문 광고, 남해각이 숙박 시설로 사용될 때의 객실 열쇠와 장부, 남해 사람들이 간직해온 남해각 기념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영상실에서 남해대교를 방문했던 관광객의 사연과 남해 군민 이야기를 담은 영상물을 관람하고 지하로 내려가면 기획 전시 ‘남해각 일상의 역사’가 기다린다. 작가 30명이 남해각을 각자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전시다. 노량해협을 마주하고 뻥 뚫린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2층 전망 공간과 옥상은 5월 정식 개관을 앞두고 한창 단장 중이다. 남해각 총괄 기획을 맡은 최승용(36) 헤테로토피아 대표는 “5월 정식 개장하면 남해각의 전망 공간은 야외 공연장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남해대교가 2024년 관광형 도보교로 변신하면 남해각은 아카이브 전시 공간 겸 ‘남해 여행 종합 큐레이션 센터’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남해 바다 위를 날다

남해군에 입도해 다시 남쪽으로 내달려 미조면에 닿으면 설리 스카이 워크(070-4231-1117)의 ‘스카이 워크 그네’가 기다린다. 일명 ‘하늘 그네’ ‘남해 그네’라는 곳. 설리 스카이 워크는 주탑 높이 36.3m, 총길이 79.4m, 폭 4.5m이다. 한쪽 끝은 지면에 고정돼 있고, 다른 한쪽 끝은 바다 위에 떠 있는 ‘비대칭형 캔틸레버’ 교량이다. 이 끝에 대롱대롱 공중 그네가 매달려 있다. 안전 장치를 했다지만 바다 위 허공에서 타는 그네는 보는 이의 심장까지 쿵쾅거리게 만든다. 지루한 일상에 자극이 필요해서 그럴까. 남해 그네는 시범 운영 시작 3개월 만에 올봄 남해 ‘핫플’이 됐다.

'설리 스카이 워크' 교량 끄트머리에 설치된 '하늘 그네'. 체험하는 이도, 보는 이도 짜릿하기만 하다. 스카이 워크의 바닥 일부는 투명해 내려다볼 수 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인도네시아 숲 위를 가르는 ‘발리 스윙’에서 영감 받았다고 하는데 스릴은 그보다 한 수 위다. 망망대해로 몸을 날리는 기분이다. 그네는 직원 두 명이 최선을 다해 밀어준다. 체험객 반응은 제각각이다. 체험 시간인 2~3분도 못 견디고 “그만 멈춰 달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번으로는 아쉽다”는 이들도 있다. 지난달 26일 매표 시작과 함께 차례로 남해 그네를 탄 김광현(44)·김예주(14) 부녀는 “마스크를 쓰고 타야 해서 아쉬웠지만 모처럼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이날 체험객 중 최고령이었던 심순애(75)씨도 “옛날 그네 타던 생각이 나서 좋았다”며 웃었다.


그네는 기계식이 아닌 인력으로 움직이기에 하루 체험 인원은 많아야 100명 안팎이다. 일찌감치 선착순 매표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기상 상태에 따라 안전을 위해 운영할 때까지 기다리기도 한다. 날이면 날마다 탈 수 있는 그네가 아니란 얘기. 여기에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여신강림’ 촬영지로 알려지며 그네 타기 경쟁률은 더욱 치열해졌다.


그네 체험 못 한다고 전망 감상까지 포기하지는 말 것. 설리 스카이 워크 난간 가까이 서면 설리 해수욕장, 금산 등 미조면 일대를 비롯해 멀리 여수까지 보인다. 설리 스카이 워크 입장료는 2000원(소인 1000원), 그네 체험료는 입장료 포함 6000원이다. 남해군민은 50% 할인 혜택이 있다.

조선일보

'보물섬전망대&스카이워크'에선 전망대 건물 외벽을 따라 걷는 체험을 해볼 수 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설리 스카이 워크보다 1년 먼저 생긴 삼동면 물미해안도로의 보물섬전망대 & 스카이워크(010-6357-0043)에선 전망대 건물 외벽을 두른 스카이 워크를 한 바퀴 걸어보는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천장에 레일과 연결된 끈을 안전벨트에 걸고 체험하기에 언뜻 시시해 보이지만, 해안 절벽에 있는 전망대 건물 특성상 스카이 워크 절반쯤은 아찔한 낭떠러지 위 투명 바닥을 걷게 된다. 낭떠러지에서 끈에 매달려 바다를 배경으로 허공에 눕거나 ‘만세’ 자세를 취하면 찍어주는 인증샷은 선택 사항. 무서워 포기하는 이도 허다하지만, 끈과 안전 장치에 의지해 그네 타는 자세를 잡는 대범한 체험객도 있다. 체험료는 신발 대여료 2000원 포함 5000원. 의상 대여는 선택 사항으로 2000원이다. ‘유자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2층 ‘클리프힐’ 카페와 3층 전망대에선 물미해안을 파노라마 뷰로 감상할 수 있다. 일몰에 맞춰 스카이 워크 체험을 하고 느긋하게 야경까지 감상하고 나오는 코스를 추천한다. 전망대 아래쪽으로 난 해안 산책로도 가볼 만하다.

조선일보

남해 '독일마을' 수제 맥주 브루어리 '완벽한 인생'의 봄 요리인 '냉이 바지락탕'(가운데)과 '광부의 도시락'. 냉이 바지락탕은 봄 냉이를 넣은 바지락술찜이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시금치 파스타’ ‘냉이 바지락탕’ 남해産 봄맛

‘남해 여행’ 하면 ‘멸치 쌈밥’이라는 공식도 깨지고 있다. 귀촌, 귀향인들이 남해 구석구석에서 특색 있는 맛과 볼거리를 제공한다. ‘남해유배문학관’에서 10분 거리 남해읍 절믄나매(055-864-7577)는 남해 출신 김진수 오너 셰프가 싱가포르 아마라 호텔에서 경력을 쌓은 뒤 귀향해 차린 퓨전 레스토랑. ‘남해 시금치 고사리 감바스’(1만5000원), ‘전복 내장 파스타’(1만3000원), ‘남해 마늘 함박 스테이크’(1만6000원) 등 남해 특산물을 활용한 요리를 선보인다. 단맛이 제대로 든 남해 시금치에 튀긴 고사리를 넣은 감바스는 색다른 식감이다. 대표 메뉴인 전복 내장 파스타도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테이블 서너 개 있는 아담한 식당이지만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열었던 ‘둥지싸롱’과 함께 일대 청년 창업 거리가 형성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실력파 맛집이다. 평일에는 재료 준비와 메뉴 개발을 위해 오후 4시까지만 문 여는 게 아쉬울 뿐.


이제 막 매화가 피기 시작한 ‘독일마을’의 수제 맥주 브루어리 완벽한 인생(055-867-0108)에선 올봄 신메뉴로 ‘냉이 바지락탕’(1만8000원)을 내놓았다. 남해산 냉이를 올린 바지락 술찜. 바지락이 우러난 시원한 국물과 냉이 향 조합이 좋다. 이곳 대표 맥주인 ‘광부의 노래’ 한잔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미조면 한식 레스토랑 힙한식(070-8810-1966)은 전복 내장으로 밥을 지어 감태 오일을 두른 전복솥밥(1만5000원)과 남해 해풍 맞은 고사리, 전복을 올린 비빔밥(1만3000원) 등으로 떠오르는 곳. 남해 특산물을 기본으로 전복솥밥엔 부추장을, 비빔밥엔 약고추장을 곁들인다.

조선일보

남해 죽방렴 멸치 등과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 등 특산품을 감각적으로 포장해 전시, 판매하는 '앵강마켓'. 한쪽에선 차 한잔의 여유가 기다린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조선일보

남해 '앵강마켓'의 청귤차, 말차라테와 양갱 한상.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남면 앵강마켓(055-863-0772)은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찾을 만하다. 원래 죽방렴 멸치, 미역, 다시마 등과 유자청, 남해 유자·마늘·시금치 버터 등 남해 특산품을 감각적으로 소개하는 특산품 전시·판매장이다. 마당이 내다보이는 매장 한쪽에선 호지차, 보리 커피, 청귤 차, 말차 라테 등과 함께 앙증맞은 양갱(1개 2500원)을 즐길 수 있다.

조선일보

기암절벽에 자리한 남해 금산 보리암. 뒤편에 우뚝 솟은 바위는 대장봉과 형리암이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명불허전 ‘다랭이 마을’, 금산 ‘보리암’

아무리 새로 생긴 여행지가 좋다한들 봄이라면 명불허전 여행지를 그냥 지나칠 순 없다. 설흘산과 응봉산 아래 자리 잡은 남면 다랭이 마을의 다랑이(좁고 긴 논)엔 조금씩 푸릇푸릇한 기운이 올라오는 중이다. 선조들이 가파른 산비탈을 깎아 억척스레 일군 층층이식 논은 남해 바다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다랑이 논 전망 카페 카페 톨(010-5177-8520)에 앉아 쌀방에 오디·유자·오미자 에이드나 드립커피 한잔하며 더디 오는 듯한 봄을 먼저 마중 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조선일보

남해 '다랭이마을'엔 푸릇한 기운이 올라오는 중이다. 마을 길가엔 유채꽃도 피기 시작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조선일보

1960년대 외화벌이의 주역이었던 파독 광부들과 간호사들이 귀국 후 정착해 사는 남해 '독일 마을' 어귀에는 매화가 피기 시작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이제 막 매화가 피기 시작한 독일마을을 걷거나 금산의 기암절벽 정상부에 자리 잡은 보리암도 올라가 보자. 보리암은 주차장에서 매표 후 오르막길을 20여 분 더 올라가야 하는 고난이 따르지만 보리암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은 남해 여행의 대미를 장식해준다. 푸른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마치 바다 위 배들이 하늘에 떠 있는 듯 착시 현상마저 느껴진다. 보리암 왼쪽으로 이어지는 계단, 오솔길을 따라가면 이성계가 조선 건국 전 백일기도를 올린 곳으로 알려진 ‘선은전’이, 반대편인 해수관음상 뒷길에서 금산 정상 방향으로 0.2㎞ 오르면 휴게소 금산산장이 나온다. 금산산장 앞에서 전망 감상하며 컵라면 한 그릇 먹고 있자니 안분지족(安分知足·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아는 삶)이 이런 건가 싶다.

책도 읽고, 잠도 자고··· 귀촌인들이 꾸민 책방·북스테이도 가보세요

남해 소소한 즐길 거리

조선일보

조용히 책을 읽고 하룻밤 묵어갈 수 있는 남해 '게스트하우스 몽도'.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경남 남해군은 귀농·귀촌인의 ‘보물섬'이다. 해마다 섬으로 들어오는 인구가 늘고 있다. 지난해엔 전년 대비 70%가 증가했다. 2~3년 전 남해로 귀촌한 이들이 정착해 꾸민 숙소와 책방, 편집숍, 카페 등은 남해 여행의 소소한 즐길 거리가 됐다. 삼동면 게스트하우스 몽도는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찾는 북스테이. 기자 출신 부부가 3년 전 귀촌해 꾸민 숙소는 책 읽기에 딱 좋다. 공용 거실로 사용하는 공간엔 책 2000여 권이 빼곡하게 꽂혀 있다. 문학 관련 책이 많다. 숙박료는 간단한 조식 포함 1인 5만원부터. 남면 생각의 계절은 창밖으로 섬마을 어촌 풍경을 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스페셜티 핸드 드립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도 겸한다. 간단한 조식 포함 공동 침실 1인 3만5000원, 객실 1인 5만원부터 2인 8만5000원까지.

조선일보

일러스트 엽서와 포스터 등 남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이 만든 기념품이나 친환경 제품을 소개, 판매하는 편집숍 '초록스토어'.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삼동면 초록스토어는 남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이 만든 엽서나 포스터, 친환경 소품 등을 모아 놓은 편집숍. 일러스트 작가 키미앤일이의 그림책 ‘바게트호텔’을 테마로 삼은 공간이다. 키미앤일이 작가 부부에 이어 현재는 귀촌인 황성우씨가 운영한다. 더치 커피, 밀크티 등도 판매해 매장 안쪽 마당이 내다보이는 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초록스토어와 함께 많이 찾는 삼동면 아마도책방은 독립 서점이다. 이곳 주인이 책방을 운영하며 쓴 책 ‘남해에서 뭐 해 먹고사냐 하시면 아마도 책방이겠지요’ 책을 사면 그 자리에서 주인에게 저자 사인을 받을 수 있다. 아담한 책방에선 때때로 소규모 북토크 등도 열린다.


[박근희 기자]

2021.03.08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분야는 어때요?

ESTaid footer image

Copyright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