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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연예인 꿈꿨지만 용접기 팔던 청년, 공무직 취업 반전의 인생

by조선일보

고교 중퇴자의 정부 공무직 취업기


코로나 사태로 실물 경제가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 어느 시기보다 힘든 고용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어려움 속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취업난을 극복하고 있는 청년들을 통해 희망을 전하는 ’2030 취업 분투기'를 연재합니다.


지금 하는 일을 평생 할 필요는 없다. 다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빨리 반전의 계기를 찾아야 한다. 공부가 대표적이다. 용접기계 수리를 하다가 뒤늦게 폴리텍대에 들어가 공기업 취업에 성공한 오성진씨를 만났다.

평생 할 일을 찾기 위한 시간

조선일보

오성진 씨 /본인

연예인이 꿈이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한 연예기획사에 들어가 전국을 다니며 공연을 했다. “공연예술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장은 검정고시로 대체했죠.”


결국 꿈을 이루진 못했다. 생계를 위해 용접기계 회사에 들어갔다. 고객이 부르는 곳에 가서 용접기계를 설치하고, 고장이 나면 현장 수리도 했다. “전기용접기, CO2용접기 등 다양한 용접기를 다루면서 용접노즐 같은 소모품 판매하는 일도 했습니다.”


평생 할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체된다는 느낌만 들었다. 전문성을 키우고 자기계발을 해야 겠다고 결심했다. 인터넷 포털에서 폴리텍대학 관련 정보를 봤다. 원하는 공부를 하면서 자격증 취득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여러날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폴리텍대 익산캠퍼스 지원을 결정했습니다.”

폴리텍 다니며 자격증 9개 취득

조선일보

오성진 씨가 관리 운행하는 국도변 청소차의 운전석 /본인

기술 교육에 중점을 둔 1년 짜리 전문기술과정을 선택해 전기제어과에 들어갔다. “취업의 질을 올리려면 자격증 취득이 관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과정을 들으면서 전기, 승강기, 용접, 특수용접, 공조냉동기계 등 총 5개의 기능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1년 과정을 마치자 학위를 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지도교수 추천으로 같은 대학의 전문학사 학위가 나오는 2년제 컴퓨터응용기계과에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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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진 씨 /본인

-어떻게 공부했나요.


“실습 위주 교육이 좋았습니다. 실무 중심이죠. 지금 하는 일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지식이나 기술적인 부분은 일반 대학과 비교해 압축적인 커리큘럼으로 배웠습니다. 키워드 중심으로 빠르게 중요한 부분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부분이 뭔가요.


“열정 충만한 교수님들이요. 그분들의 열정에 힘을 얻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공부하면서 모르는 게 생기면 언제든 찾아가 여쭤봤고요. 교수님들과 자주 전화하고, 대화한 덕에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긴장되는 실기 시험이 다가오면 교수님들은 주말 반납까지 해 가며 정말 열심히 지도해 주셨습니다. 지금도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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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진 씨가 도로를 관리하는 모습 /본인

2년제 학위 과정 동안 기계조립산업기사, 컴퓨터응용가공산업기사, 기계설계산업기사, 산업안전기사 등 4개의 자격증을 추가로 땄다. 모두 기능사보다 한 단계 이상 수준이 높은 자격증들이다. “어떻게 보면 평범하지 않은 삶인데요. 생각지 않던 대학을 다니면서 자격증을 하나 하나 취득해 가는 동안 자신감 없던 삶에 활력이 생기고 보람이란 것도 알게 됐습니다. 서서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자신감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과외 할동도 열심히 했다. 사진 공모전에 나가 금상을 받고, 과대표 활동도 했다.

국도변 청소차 운행·관리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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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청소 모습 /본인

학교 졸업과 함께 국토교통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에 합격했다. “사실 지원할 때는 ‘내가 진짜 될 수 있을까?’ 생각이 들면서 두렵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노력하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모범사례가 되고 싶었는데 정말 기뻤습니다.”


-취업 성공 비결을 알려주세요.


“자격증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자격증 가산점 부분에서 거의 만점을 받았습니다. 지도교수님 권유로 취업스터디를 만든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급우들과 정보공유를 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서로를 독려하면서 취업준비의 막막함을 이겨냈습니다. 학교에서 받은 실전 강의 덕에 면접도 무사히 넘길 수 있었습니다. 떨지 않고 임할 수 있었죠. 폴리텍 교수님들이 다양한 회사를 소개해 주시고, 평생 다녀도 될만한 좋은 회사 보는 눈을 가르쳐 주신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기업 분석 강의를 통해 잘 모르는 기업을 어떻게 파악해서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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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진 씨가 정리 작업에 참여한 도로 위 사고 현장 /본인

현재 익산지방국토관리청 산하 순천국토관리사무소에서 국도변 청소차 운행과 관리를 맡고 있다. 국도변 청소차는 국도변을 달리며 갓길에 있는 흙이나 모래, 쓰레기 등을 흡입하는 차다. 깨끗한 도로 환경을 만들면서, 자칫 이물질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차량 운행 후 돌아오면 내부 흡입구를 청소하고요. 차량 정비와 내부 점검까지 합니다.”


도로 관리 업무도 한다. “교통사고가 나면 도로 통제를 돕고요. 도로 관련 민원 처리도 합니다. 국도 관리와 관련해 모든 일을 하는 도로지킴이인 셈이죠. 누군가 꼭 해야 하는 일이란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취업 후에도 산업안전기사 취득

조선일보

오성진 씨 일상 /본인

취업 후에도 공부를 놓지 않고 있다. 작년 산업안전기사를 취득했다. “선배님들이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대화하면서 업무 지식을 많이 알려주셨습니다. 공사 중 표찰, 기계 작동 시 유의사항, 지게차의 경고음 등 여러 안전 수칙도 알려주셨죠. 자격증 공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오후 6시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선 밤 12시까지 공부한 끝에 회사 다니면서도 자격증을 따는 데 성공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요.


“계속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끈기 있게 노력하면서 도전하겠습니다. 올해는 공조냉동기계기사 취득과 토익 고득점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취준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요.


“힘들다고 포기하면 안됩니다. 지쳐도 노력하면 반드시 보상으로 돌아옵니다. 스스로를 꼭 믿으세요.”


[박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