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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연예인 사진으로 돈 번다고?”… 부모는 몰랐던 ‘포테크’ 세계

by조선일보

아이들판 ‘주식 시장’

포토카드 파는 10대들

조선일보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에 아이돌 얼굴이 그려진 포토카드 판매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 번개장터 캡처

#1. “무슨 아이돌 사진을 이렇게나 많이…. 다 어디다 쓰려고?” 지난달 진모(41)씨는 딸 정모(18)양 방안에서 연예인 사진 뭉치를 발견했다. 가수 ‘비투비’와 ‘빅톤’ 멤버의 포토카드였다. 진씨는 “단순 ‘팬심’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딸이 중고거래로 포토카드를 사고팔고 높은 가격에 팔기 위해 사진집 꾸미기도 하더라”며 “정성스레 포장해 우체국 등기까지 척척 부치는 모습을 보니 ‘프로 장사꾼’ 같았다”고 했다.


#2. “혹시 트레저 최현석 판매하시는…?” 중학생 박모(14)양은 지난 18일 오전 중고거래앱을 통해 포토카드 한 장을 구매했다. 평소 좋아하는 가수인 데다, 표정과 메이크업이 마음에 들어 한 달째 사려고 벼르던 사진이었다. 박양의 포토카드 판매 경력은 3년. 본격적으로 사고파는 데 흥미를 느낀 건 올해부터다. 지금까지 번 돈은 무려 250만원. “간직하기보단 사고팔면서 돈도 벌면 좋잖아요. 요즘은 거래하려는 사람이 늘고 경쟁이 치열해서 부지런히 다녀야 해요.”


요즘 10대는 이른바 ‘포테크’로 돈 번다. ‘포테크’란 음반 앨범에 들어있는 연예인 포토카드를 사고팔아 돈을 버는 재테크를 뜻하는 은어. ‘그까짓 아이돌 얼굴 하나 그려진 거 얼마 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보통 음반 앨범 한 장은 2만~5만원. 그 안에 들어있는 포토카드 ‘시세’는 천차만별이다. 철저한 수요 공급 원칙에 따른다. 가격도 수시로 변하는데, 해당 아이돌이 이미지가 좋아지면 프리미엄이 붙고 스캔들이 터지면 가격이 급락한다. 비싼 카드는 20만원까지 호가하기도 한다. 이런 점을 노려 차익을 실현하는 게 포테크의 기본. 연예인 얼굴만 그려져 있을 뿐, 주식과 원리가 같다.


장은 어디서 열릴까. 최대 거래처 트위터에는 ‘포카 인절미준 판매, 준등기 가능’과 같은 정체 모를 내용의 글이 올라와 있다. 해석하면 ‘NCT 멤버 런쥔의 포토카드 판매합니다. 우체국 준등기 배송 가능’이다. ‘인절미준’은 런쥔의 포토카드 이름이다. 번개장터와 당근마켓 같은 중고거래 앱을 이용하기도 한다. 번개장터는 카테고리에 연예인 포토카드 항목이 아예 따로 있다. 흔하진 않지만 직거래도 이뤄진다. 소액의 포토카드를 택배로 거래하면서 배송비가 더 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일 때다.


포토카드의 가격을 결정하는 건 ‘확률’이다. 인기 있는 아이돌일수록 가격이 높은 건 물론이고, 멤버가 많은 아이돌 그룹도 가격이 비싸다. 포토카드는 앨범이나 아이돌 굿즈(기획 상품)를 사면 멤버 중 한 명의 사진을 랜덤으로 받을 수 있다. 23명이 소속된 그룹 NCT와 같이 멤버가 많으면 원하는 사진을 받을 확률이 낮기 때문에 프리미엄이 붙고, 다른 가수의 카드보다 시세가 높다. 또 같은 멤버라도 헤어나 메이크업, 표정이 좋으면 가격이 올라간다. NCT 멤버 정우의 사진 한 장은 2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수완 좋은 투자자는 저평가 우량돌 ‘장투(장기 투자)’를 노린다. 갓 데뷔한 신인이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아이돌 포토카드를 대량으로 구매해놓고, 나중에 인지도를 얻어 가격이 오르면 그때 팔아서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박양은 “소형 소속사 출신 아이돌 중 당장 인기는 없지만 매력적이고 팬과 소통을 잘하는 아이돌이 잠재적 유망주”라며 “미리 포토카드를 사놓으면 언젠간 빛을 보게 돼있다”고 말했다.


아이돌이 스캔들에 휘말리면, 그의 포토카드를 빠르게 손절(損切)하려는 이들이 생긴다. 얼마 전 ‘속도 위반’으로 결혼을 발표한 모 아이돌의 포토카드는 휴지 조각이 됐다. 작년 12월에는 가수 비투비의 전 멤버 정일훈이 마약 혐의로 경찰에 적발되자, 트위터와 중고거래 앱에 그의 포토카드를 판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정양은 “작년 정일훈의 사진 3장을 총 4만원에 팔았다”며 “실망이 커서 그와 관련한 것들을 모두 처분하고 싶었고, 카드 가격이 ‘똥값’ 되기 전 빨리 팔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신지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