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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삼전 적금’ 왕언니, 삼성전자 주식 매달 100주씩 샀더니···

by조선일보

[행복한 노후 탐구]

그때부터 매달 사모았다면...


예비 은퇴자들 사이에서 인기라는 일명 ‘삼전적금’. 삼전적금이란, 마치 은행 적금에 돈을 넣듯, 매달 삼성전자 주식을 모아가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대표 주식인 삼성전자 주식은 오래 동행해도 배신당하지 않으리란 믿음, 또 장기적으로는 주식이 가장 수익률이 높은 자산이어서 주식 위주로 은퇴 계획을 만들겠다는 결심이 깔려있다.


새해를 맞아 ‘삼전적금 프로젝트’에 새롭게 도전해 보겠다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나보다 먼저 삼전적금 만들기에 나선 투자 선배들의 중간 성적표를 살펴 보면, 동기 부여에 좋은 자극이 된다. 이에 [ 행복한 노후 탐구]가 삼전적금의 원조인 안규리 서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의 32개월 투자 성과를 분석해 봤다.


지난 2019년 3월 삼성전자 사외이사에 처음 선임된 안 교수는 그해 5월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100주씩 사기 시작했다. 2019년 5월 그가 처음 삼성전자 주식을 샀을 때 주가는 4만 2750원이었다.


안 교수의 100주 주식 매수 공시가 처음 나왔을 때, 여의도 증권가에선 진짜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다. ‘사외이사가 된 기념으로 한 번 사봤겠지’라는 말도 나왔다. 그런데 안 교수는 지금 여의도 증권가에서 ‘적립식 투자의 최고 롤모델’로 뽑힌다.


조선일보

안규리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지난 1997년 이주 노동자 무료 진료소인 라파엘클리닉을 만들었다. 사진은 라파엘클리닉이 지난 2016년 포스코청암상 봉사상을 받고 나서 조선일보와 인터뷰했을 때의 안 교수. 지금은 라파엘인터내셔널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조선일보 DB

그도 그럴 것이, 안 교수가 지난 2019년 5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단 한 달도 빼놓지 않고 삼성전자 주식을 매달 100주씩 사모았기 때문이다. 매수일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주로 월말에 사들였다. 기계적인 매수를 하면서도 남다른 투자 감각도 발휘했다. 지난 2020년 3월 이후 코로나 사태로 삼성전자 주가가 약세였을 때 매달 100~200주씩 더 사모은 것이다. 그렇게 추가로 매수한 물량까지 더해서 그가 현재 보유 중인 삼전적금 수량은 3800주.


조선일보

지난해 12월 말에 올라온 안규리 교수의 삼성전자 매수 공시. 안 교수는 사외이사이기 때문에 주식을 살 때마다 공시를 해야 한다. 사실 매달 주식을 사서 공시해야 하는 것이 번거로운 수도 있는데, 매달 이렇게 매수 공시를 올린다.

그렇다면 안 교수의 지금까지의 투자 성과는 어땠을까. 우량주 장기 적립식 투자는 과연 ‘진리’였을까.


[ 행복한 노후 탐구]는 삼성증권에 의뢰해 안 교수가 매달 말일 날짜로 삼성전자 주식을 100주씩 매입한 것으로 가정하고 현재 성과를 추정해 봤다. 그 결과, 안 교수의 평균 매수 단가는 약 6만1500원이고, 총 매수 금액은 2억3383만원이었다. 평가 수익과 배당 수익을 합친 그의 현재 계좌 평가액은 약 3억910만원(12일 종가 기준). 수익률은 32.2%에 달한다. 삼성증권 관계자조차 “수익률이 (높게 나와서) 의외였다”고 말할 정도로 선방했다.


따따블이 될만한 종목이 널렸는데, 왜 하필이면 삼전적금이냐고, 기회 비용 측면에서 손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수퍼개미인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는 “30년 동안 주식 투자를 해온 나도 정확한 시장 타이밍을 맞히진 못한다”고 말했다. 누군들 저점에 사서 고점에 팔고 싶지 않겠는가. 말은 좋지만 실제로 맞히는 건 불가능하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수퍼개미 조차도 삼성전자 3800주를 최저점에 사모으긴 힘들다는 얘기다.


다만 한국 증시는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의 지적처럼 수출 영향력이 굉장히 커서 다른 나라에 비해 증시 변동폭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홍 대표는 “삼성전자는 대장주이지만 2000년 이후 두 차례나 매우 긴 침체 국면을 보낸 적이 있다”면서 “투자 지역을 한국에 한정하기보다는 미국 등 선진국으로 분산하고, 주식에만 한정하지 말고 미국 국채 같은 달러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도 늘리기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이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