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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아무튼, 주말] 맛집 앱 운영자의 단골 안병익 ‘식신’ 대표

“이 집 때문에 이민 못 가겠어!” 마음까지 채워주는 노포 식당

by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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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당동 '약수순대국'의 순댓국./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안병익(53) 대표는 매달 300만 명이 방문하는 국내 최대 규모 맛집 애플리케이션 ‘식신’을 12년 전 선보였다. “방문한 장소에 대한 스토리(글)를 공유하는 위치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씨온’을 내놓았어요. 그런데 대부분 스토리가 음식 그것도 식당이더군요. 과감하게 맛집 정보 중심의 ‘식신’으로 서비스를 개편했죠.”


식신에 소개된 식당은 무려 75만 개. 국내 영업하는 식당에 대한 리뷰(사용자 평가)는 모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 대표는 이 중에서 오랫동안 부침 없이 사랑받아온 음식점 115곳을 추린 ‘간판 없는 맛집’(이가서)을 최근 펴냈다. “‘아, 이 집 때문에 이민을 못 가겠어!’라는 리뷰에 큰 감동을 받았어요. 이민 가게 된다면 수많은 노포(老鋪)의 맛을 잊고 살아야겠구나, 노포들의 음식이 정말 소중하구나란 생각이 들었지요.”


115곳이면 75만 개 식당 중 0.015%에 불과하다. 그는 “적어도 30년 이상 영업해온 식당들로, 비싸거나 고급스럽기보다는 대다수 국민이 편하게 좋아할 만한 곳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노포 중에서도 ‘찐 맛집’ 4곳을 꼽아달라고 안 대표에게 부탁했다. 안 대표는 “다른 곳보다 더 맛있다는 건 절대 아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집들”이라고 했다.

약수순대국: 영혼까지 채워주는 솔푸드

“서울 약수시장 골목 안에 1977년 자리 잡은 45년 전통 순댓국집입니다. 주문과 동시에 고기를 담은 뚝배기에 국물과 밥을 넣고 토렴해 내줍니다. 밥을 따로 요청할 수 있지만 토렴한 것을 추천합니다. 진하면서도 기름지지 않고 깔끔한 국물이 일품인데요, 그대로 드시다가 고소한 들깻가루나 매운 고추 다대기를 첨가해 다채로운 맛을 즐길 수 있어요.”


순댓국에는 순대와 함께 돼지 내장, 살코기도 푸짐하게 들었다. 기호에 따라 손님이 원하는 부위를 더 넣어주기도 하고 빼주기도 한다. 머리고기도 훌륭하다. 검색하면 ‘약수순대’로 나오지만, 간판은 ‘약수순대국’이라고 돼 있다. 포장은 2인분부터 가능하다.


순댓국 1만1000·1만3000원, 머리고기 2만7000원. 서울 중구 다산로8길7, (02)2236-5926

어머니대성집: 해장하러 갔다 또 마시는 해장국집

“직접 말린 우거지를 듬뿍 넣고 양지머리와 함께 끓인 진득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탱글탱글한 양지, 아삭한 콩나물과 어우러지며 빚어내는 조화가 일품입니다. 이 집도 밥을 국물에 토렴해 내는데요, 밥알 사이사이 국물이 스며들어 간이 균일하게 배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1967년부터 3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는 해장국집이다. 모둠수육·육회·등골 등 다양한 술안주도 있어서, 술 깨려는 애주가건 마시려는 애주가건 관계없이 애정하는 집이다.


해장국 1만2000원, 육회 3만5000원, 모둠수육 4만원. 서울 동대문구 왕산로11길 4, (02)923-1718

간판 없는 김치찌개: 보글보글 소리까지 맛있다

“서울 서대문구 증산역 1번 출구 근방 공장지대 후미진 골목에 숨은 집입니다. 노란 장판에 올려진 교자상, 손때 묻은 가구와 주방도구 등 곳곳에서 노포의 정취가 묻어납니다. 직접 끓인 구수한 보리차를 마시고 있으면 양파, 풋고추, 쌈장 등 투박한 상이 차려집니다. 맛깔 나게 익은 김치, 신선한 생돼지고기, 담백한 두부를 숭덩숭덩 썰어 넣은 김치찌개와 따끈한 흑미밥이 나오는 김치찌개는 김치 특유의 시원하면서도 달큼한 맛이 제대로 우러난 국물이 묵직하게 속을 채워줍니다.”


‘간판 없는 김치찌개’가 가게 이름이 아니다. 진짜로 간판이 없다. 아래 주소를 검색해 지도에 나온 대로 찾아가면, 도저히 식당이 있지 않을 법한 골목에 문만 덩그러니 있는 허름한 건물이 나온다. 의심을 거두고 문을 열면 식당이 나온다. 김치찌개 맛은 안 대표가 보장한 대로 끝내준다. 달걀 프라이와 라면 사리 추가 가능하다. 공기밥은 무료로 더 준다. 주말은 문 닫는다.


김치찌개 5000원. 서울 서대문구 증가로32안길 31-10, 전화 없음

영동설렁탕: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뽀얀 국물

“대표 메뉴인 설렁탕은 뚝배기에 아무런 고명 없이 진한 국물과 고기, 소면이 담겨 나옵니다. 국물이 소고기 본연의 맛에 충실합니다. 묵직하게 퍼지는 짙은 고소함이 매력적이죠. 주문할 때 기호에 따라 기본부터 ‘기름 빼기’ ‘소면 사리 빼기’ 등 다양하게 주문할 수 있어요.”


오래된 느낌 물씬한 외관과 달리 매장 내부가 깔끔한 반전 매력의 노포. 24시간 연중무휴라 새벽에는 해장 손님, 점심에는 식사 손님, 저녁에는 술 손님으로 항상 가득하다. 양은 주전자에 담긴 깍두기 국물을 설렁탕에 부어 먹는 단골이 많다.


설렁탕 1만2000원, 수육 4만2000원.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101안길 24, (02)543-4716


조선일보

맛집 앱 '식신'에서 펴낸 '간판 없는 식당'.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 받아온 노포 맛집 115곳을 소개했다./이가서

[김성윤 음식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