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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디지털 불멸 시대… 돌아가신 뒤에도 ‘AI 부모님’과 대화

by조선일보

국내 AI 전문기업인 ‘딥브레인AI’

세계 최초로 나이든 부모의

건강한 모습을 AI 휴먼으로 구현

조선일보

사랑하는 가족이 먼저 세상을 떠났어도 AI(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계속 대화를 나누고, 생전 건강했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AI 휴먼(인간)을 보며 슬픔을 달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AI를 통한 음성 인식과 TTS(텍스트 투 스피치), 이미지 구현 기술 등의 발달로 죽은 사람의 목소리와 움직임을 실제처럼 재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디지털 불멸(Digital immortality) 시대’의 도래다. 현실에서는 비록 숨졌지만 디지털 공간에선 계속 죽지 않고 재현되며 다른 사람들과 끝없이 교류하는 것이다.

◇고인의 생전 모습, 목소리 재현

국내 인공지능 전문 기업 ‘딥브레인AI’는 지난 27일 “세계 최초로 나이 든 부모님의 건강한 모습을 AI휴먼으로 구현하는 ‘리메모리’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음성 및 영상 합성, 자연어 처리, 음성 인식 등과 같은 기술을 활용해 이 서비스를 신청한 이용자의 부모 얼굴과 목소리, 표정을 담은 가상 인간을 제작하는 것이다. 겉모습만 닮은 것이 아니다. 부모와 생전 인터뷰를 갖고 다양한 에피소드로 시나리오를 구성해 AI에 학습시키기 때문에,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휴먼AI와 과거 추억들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미국 아마존은 최근 음성 비서 서비스 ‘알렉사’를 통해 숨진 가족의 목소리를 되살리는 신기능을 선보였다. 1분 미만의 음성 샘플만 있으면 특정인 목소리를 그대로 복제해 재현할 수 있다. 아마존 로히트 프라사드 수석부사장은 “AI가 가족을 잃은 고통을 없애주지는 못하지만, 그들에 대한 기억은 오래 지속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유명인도 속속 AI를 통해 부활하고 있다. 작년 9월에는 KT가 세상을 떠난 가수 신해철의 음성을 AI로 복원해 ‘AI DJ, 신해철과의 만남’이라는 라디오 콘텐츠를 제작했다. 같은 해 7월에는 다큐멘터리 영화 ‘로드러너’가 주인공인 스타 세프 앤서니 보데인의 생전 목소리를 AI로 재현해 독백으로 삽입했다. 지난 2020년 한 방송사도 AI 기술을 활용해 세상을 떠난 일곱 살 소녀와 그의 부모가 VR(가상현실)에서 만나는 모습을 재현하기도 했다.


이는 AI 딥러닝(심화학습)을 통한 TTS와 딥페이크 기술의 빠른 발전 덕분이다. AI는 고인의 생전 음성 샘플 분석을 통해 고음과 저음은 물론 고인 특유의 발음 습관까지 파악한다. 이를 토대로 실제와 비슷한 소리를 만든다. 수년 전만 해도 이처럼 음성을 재현하려면 수백개 문장을 3~4시간씩 녹음해야 했지만, 최근엔 AI의 발달로 1분 남짓한 음성 기록만으로도 가능하다. 아마존은 “1분보다 더 짧은 음성으로도 재현이 가능한 기술을 연구 중”이라고 했다.

◇윤리 문제도 불거져

세상을 떠난 가족 또는 애인과 재회하는 AI 기술의 출현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긍정론을 펴는 이들은 사별로 인해 고통을 겪는 사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고인의 음성과 이미지를 재현한 ‘디지털 영정사진’이 앞으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정사진을 미리 찍듯 AI 합성용 음성과 이미지 데이터를 남기는 일이 보편화될 것이란 얘기다.


반면 윤리적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가족이 원한다고, 고인의 허락 없이 숨진 사람의 목소리와 신체 이미지를 마음대로 재현하는 것이 온당하냐는 것이다. 또 고인의 목소리·모습을 재현하는 것에 대해 심리적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온라인 보안업체 소셜프루프시큐리티의 레이철 토백 최고경영자(CEO)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복제해 계정을 도용하고, 데이터를 탈취하는 등 사기 범죄도 얼마든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AI를 통해 재현한 목소리와 신체 이미지가 누구의 소유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족 혹은 재현 기술 업체가 모두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모든 것은 AI의 활용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문제”라며 “본격적으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