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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제다이도 광선검도 없는 ‘스파이 느와르’ 스타워즈라니

by조선일보

국내 첫 공개… 디즈니+ 새 시리즈 ‘안도르’와 스타워즈의 계보

조선일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모든 신화에는 첫 시작이 있다. 미국의 새로운 건국 신화라 할 스타워즈의 이야기 역시 그렇다.


오늘(5일) 국내 첫 공개되는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의 새 스타워즈 시리즈 ‘안도르’는 길고 장엄한 스타워즈 우주의 역사, 그 시작의 시작을 그린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스타워즈 역사, 그 시작의 시작 ‘안도르’

타투인 행성의 외톨이 루크 스카이워커가 쌍둥이 남매 레아 공주, 우주 밀수꾼 핸 솔로와 함께 제국군에 맞섰던 오리지널 3부작이 스타워즈의 ‘신약(新約)’이라면, 신비한 우주의 힘 ‘포스(Force)’에 의해 처녀 잉태된 애너킨 스카이워커(루크의 아버지)가 포스의 어두운 면에 사로잡혀 악의 화신 다스 베이더가 되는 과정을 좇는 프리퀄(prequel) 3부작은 시리즈의 ‘구약(舊約)’이라 할 수 있다.


신약의 첫 편에 해당하는 ‘ 새로운 희망’(1977)에서 반군(叛軍) 전투기 엑스윙을 탄 루크 스카이워커는 아버지 다스 베이더가 이끄는 제국군의 행성 파괴 최종병기 ‘데스 스타(Death Star)’의 심장부에 양성자 어뢰를 쏘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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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디즈니가 루카스필름과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를 통째로 인수한 뒤 처음 만든 ‘스핀오프(spin-off·파생)’ 영화 ‘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는 데스 스타가 완성되기 직전, 그 설계도를 빼내기 위해 제국군의 본거지로 침투하는 반군 별동대 이야기였다. 스타워즈의 신약과 구약을 잇는 ‘신·구약 중간사(史)’. 지금도 스타워즈 영화 시리즈의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로그 원’에서 데스 스타의 설계도를 행성 궤도의 반란군 함대에 업로드한 뒤, 공격을 받아 붕괴되기 시작한 행성의 바다를 바라보며 최후를 맞았던 파일럿이 있었다. ‘카시안 안도르’(디에고 루나), 5일 공개되는 ‘안도르’의 주인공이다. 스타워즈 이야기의 ‘시작의 시작’인 셈이다.

◇제다이도 광선검도 없는 ‘첩보 느와르’ 스타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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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선검을 휘두르는 제다이 기사도, 포격전을 주고 받는 거대한 우주선도 없다. 언론에 먼저 공개된 디즈니+의 새 스타워즈 시리즈 ‘안도르’는 비 내리는 밤, 어두운 뒷골목을 바삐 걸어가는 한 남자의 뒷모습으로 시작한다. 차갑고 푸른 빛을 내는 가로등, 끈적한 음악이 흐르는 바, 암호 같은 말을 주고 받는 사람들, 그리고 뜻밖의 살인 사건…. ‘안도르’는 익숙한 SF 영화의 문법을 벗어나, 첩보 액션 누아르를 닮은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제국의 횡포에 고향 행성을 잃은 ‘카시안 안도르’(디에고 루나). 어릴 적 헤어진 동생을 찾으려다 살인에 휘말려 제국군에 쫓기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변경의 제국 기지 금고를 탈취하려는 무리에 합류한다. 전투기가 지키는 기지에서 비행 갑판 뒤편의 금고를 뜯어내 화물기에 실은 뒤 탈출한다는 계획. 안도르는 “화물기로 전투기의 추격을 뿌리치겠다는 건 자살행위”라고, “수비대 인원이 적은 건 거길 털려고 할 멍청이가 없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반란군 청년 도적단의 결의는 확고하다. “물론이지. 그걸 해낼 우리만 빼고.”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안도르는 이 불가능한 임무에 합류해 몸을 던진다.

◇'제이슨 본’의 창조자, 스타워즈를 스파이 액션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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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반란군, 제다이 기사, 루크 스카이워커, 다스 베이더, 데스 스타…. 스타워즈 시리즈를 만나는 관객에게 가장 큰 진입 장벽은 길고 복잡한 설정과 역사로 가득한 스타워즈의 우주 그 자체다.


새 시리즈 ‘안도르’의 가장 큰 장점은 그 복잡한 요소들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전혀 상관없다는 점이다. 이미 검증된 제작진이 제다이 기사와 다스 베이더로 상징되는 기존 스타워즈의 세계로부터 떨어져 나와, 이전 세계를 몰라도 이해에 무리가 없는 새로운 주인공과 이야기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각본을 쓰고 전체 시리즈 제작을 총괄한 ‘쇼 러너(show runner)’는 맷 데이먼 주연의 스파이 액션물 ‘ 제이슨 본’ 시리즈 1~3편의 각본을 썼던 토니 길로이.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 블랙 미러’를 연출한 토비 헤인즈가 수석 감독으로 참여했다.


‘안도르’는 북미에서 지난달 말 공개된 뒤 메타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399명이 참여한 평론가 신선 지수 90%, 1483명이 참여한 관객 팝콘 지수 81%를 얻었다. 평단과 대중 양쪽 모두 고른 호평이다. 마니아 팬이 많은 스타워즈 시리즈가 출발부터 이런 평가를 받기는 쉽지 않다.

◇콘텐츠 제국 디즈니의 솜씨, 장르적 변용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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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의 아버지’ 조지 루카스의 루카스필름이 만든 프리퀄 3부작은 2005년 ‘시스의 복수’로 다스 베이더의 탄생을 보여주며 끝을 맺었다. 2012년 루카스필름과 스타워즈를 통째로 인수한 디즈니는 시퀄(sequel·속편) 3부작의 첫 작품 ‘ 깨어난 포스’(2015)로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다. 하지만 이후 선보인 ‘라스트 제다이’(2017),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2019) 등 스타워즈 영화의 속편들은 고전했다.

반면 OTT 플랫폼 디즈니+에서 새로 선보인 스타워즈 시리즈들은 비평과 흥행 양쪽에서 선전했다. 스타워즈가 미국의 새로운 건국 신화라면, 그 본질은 우주의 변경을 무대로 선과 악의 대결을 그리는 서부극이다. 바로 이 신화적 서부극 스타일을 회복한 ‘ 만달로리안’과 ‘ 북 오브 보바펫’의 흥행은 특히 고무적이었다.


여기에 ‘ 오비완 케노비’가 나타났다. 한 때 최강의 제다이 마스터였으나 이제는 낡고 약해진 몸으로, 얻어 맞고 넘어져 구르면서도 끝내 가야 할 길을 어린 소녀와 함께 걸어가는 제다이 기사의 로드 무비. ‘오비완 케노비’는 스타워즈가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 뿐 아니라 안방 극장에 적합한 드라마 형식으로 변형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을, 미국 외 다른 나라 관객들에게도 새롭게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이제 ‘안도르’는 누아르 장르의 외피를 쓰고 등장했다. 디즈니는 ‘만달로리안’의 흥행을 통해 전설적 제다이 마스터 요다의 어린 시절인 ‘베이비 요다’ 인형을 전세계 아이들의 품에 안겼다. ‘안도르’는 거듭된 영화 속편의 흥행 실패로 참신함을 잃어가던 스타워즈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어, 어른 관객들도 다시 새로운 스타워즈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안도르’는 스타워즈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무엇까지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 가늠하는 콘텐츠 제국 디즈니의 새로운 실험인 셈이다.


[이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