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도 축구협에 따졌다”... 손흥민 트레이너의 ‘2701호 폭로’ 전말

[트렌드]by 조선일보

2022 카타르 월드컵 한국팀 일정이 끝난 직후, ‘손흥민의 개인 트레이너’ 자격으로 국가대표팀과 동행했던 안덕수 트레이너가 인스타그램에 “2701호에선 상식 밖 일들이 있었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2701호는 국가대표 선수단이 숙소로 사용했던 호텔에서, 안 트레이너가 희망하는 선수들의 몸을 관리해주던 방이다. 축구협회 소속 정식 트레이너가 선수들을 관리하는 공간과는 다른, 일종의 사적(私的) 공간인 셈이다.


안 트레이너가 글을 올린 배경에는 축구협회와의 해묵은 갈등이 쌓여있었다.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무자격자인 안 트레이너가 축구협회에 정식 트레이너로 영입되지 못한 데 불만을 품고 글을 쓴 것’이란 취지로 해명했다.


실제로 안 트레이너는 20년전 재활트레이너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이후 갱신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안 트레이너 측은 “자격증 문제는 핑계일 뿐, 본질은 축협의 자기 사람 챙기기”라는 입장이다. 조선닷컴이 그 전말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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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월드컵이 열리기 전인 2018년 5월. 파주 트레이닝센터에서 1.6km 떨어진 한 모텔 방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2~3시간 간격으로 드나들었다. 이 방에서는 안 트레이너와 송영식 트레이너가 15명의 국가대표들을 관리했다.


4년 뒤인 2022년 11월. 안 트레이너와 송 트레이너는 카타르로 넘어와 20명의 선수들을 케어했다. 그 방의 번호가 2701호였다. 두 트레이너는 각각 하루 5~6명의 선수를 관리했다. 한 타임에 2~3시간씩 하루에 총 15시간을 일했다.


이 모든 건 축구협회가 아닌 선수들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다. 카타르행 비즈니즈 티켓도 국가대표 선수가 직접 예약했다. 선수들이 이렇게까지 간절했던 이유는 안 트레이너의 실력 때문이다.


국가대표 선수 관계자는 2일 디스패치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들 모두 조금씩 부상을 안고 뜁니다. 몸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자신감도 잃게 되죠. 그래서 선수들이 안덕수 선생님을 찾는 겁니다. 선수들 몸을 제일 잘 아시니까”라고 했다.


◇ 안덕수-축구협회, 2014년부터 갈등


선수들은 안 트레이너를 원했지만, 축구협회는 그를 탐탁지 않게 봤다. 지난달 6일 안 트레이너의 폭로 글에 대해 한 축구협회 관계자는 조선닷컴에 이렇게 말했다.


“축협이 이번 카타르월드컵 때 정식 트레이너로 영입하려고 했는데요. 알고 보니까 자격증이 없더라고요. 그런 걸로 갈등이 있었어요.”


축구협회는 ‘KFA(대한축구협회) 의무트레이너’라는 제도를 운영한다. ‘일정한 기준’을 충족한 전문가를 직접 영입해,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몸 관리를 맡기는 것이다. 축협은 의무트레이너 채용 요건에 민간단체인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KATA)가 발급하는 ‘AT 자격증’을 반드시 소지하도록 규정한다.


안 트레이너는 이 자격증을 2002년에 취득했으나, 이후 갱신하지 않아 지금은 무효화된 상태다.


◇ 축협에도 무자격자가 있었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2018년부터 축협에 안 트레이너를 정식 트레이너로 영입해달라고 요청했다. 안 트레이너만큼 자신들의 몸을 잘 관리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축협은 ‘원칙’을 이유로 이러한 요청을 묵살했다. 이에 선수들은 축협에 양해를 구해 사비를 모아 안 트레이너를 불렀던 것이다.


그러나 우루과이전을 이틀 앞둔 11월22일, 안 트레이너와 똑같은 ‘AT 자격증 미소지’ 트레이너가 축협에 정식 채용돼 카타르까지 동행했다는 사실이 대표팀 내에 알려졌다. 안 트레이너에게는 칼같이 적용됐던 ‘원칙’이 다른 사람에겐 적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선수들이 협회에 항의하는 상황이 빚어졌고, 축협은 사태에 책임을 물어 의무 트레이너 팀장의 경기장 출입을 금지하는 조처를 취했다. 해당 무자격 트레이너는 월드컵이 끝난 뒤 귀국해 뒤늦게 자격증 시험을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가대표팀 관계자는 “축구협회가 선수단 지원은 뒷전이고 자기 사람 챙기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게 안 트레이너의 생각이었다”며 “인스타그램 글도 그런 취지로 올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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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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