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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느린 여행을 떠나다…
청송에 살으리랏다

by시티라이프

누군가에겐 발전이 늦은 오지, 낙후된 고장일 뿐일 테다. 태백산맥 끝자락에 위치한 첩첩산중인 탓에 교통도 불편해고, 자연스레 개발의 여지도 적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런 날것 같은 청송(靑松)이 눈에 들어왔다. 청정지역, 슬로우 시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이 모든 근사한 이름이 아닌 그냥 시골로 느릿느릿 떠나는 여행이 그리웠다. 그것도 풍광 끝내주는 마을로.

청송의 힘은 주왕산으로부터

주왕산 국립공원, 대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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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 단애(깎아 세운 듯한 낭떠러지)가 장관인 대전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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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찍어도 근사한 주왕산과 한몸이 되는 대전사 풍경

청송을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중심엔 바위가 있다. 산세, 물세 좋은 건 기본. 기암괴석이 연출하는 주왕산의 모습은 마음을 흔들기 충분했다. 설악산, 월출산과 함께 3대 암산인 주왕산은 입구에서 보이는 3개의 바위 모습만으로도 압도당하기 충분하다. 한없이 깊은 산길은 암봉 사이사이로 쏟아지는 폭포와 포근한 자연을 선사해 등산의 맛을 더한다. 주왕산의 모습은 꼭 돌로 병풍을 친 것 같다고 하여 석병산(石屛山)이라 불리기도 했는데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은 ‘골짜기 모두, 돌로 이루어져 마음과 눈을 놀라게 하며 샘과 폭포가 지극히 아름답다’고 표현했다. 기암괴석 절경인 주왕산은 의외로 완만하고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정상인 주봉까지 오르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리 높지도, 크지도 않은 주왕산, 등재된 국립공원 중 가장 작은 면적이라고 하니 이 산의 매력이 얼마나 깊은지 짐작할 수 있다. 웅장한 물소리를 내는 용추폭포, 절구폭포, 용연폭포는 짙은 물빛과 함께 장관을 이루고 혈암, 장군봉, 기암, 연화봉이 펼쳐지는 풍경을 한눈에 바라보며 오르는 등산길은 물아일체(物我一體)를 경험하게 되는 순간이다. 몸 안에 온통 푸른 기운이 가득차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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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을 반기는 길가 식당들. 산채나물, 도토리묵, 주왕산 막걸리가 일품이다. 가을이면 노란빛을 만발하는 은행나무 대전사를 가는 길목에 위치한 노점상. 파는 물건보다 진열된 모습이 더 진귀하다. 수많은 사람들의 소원으로 쌓아 올려진 대전사 돌탑

주왕산을 오르는 길, 혹은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들리게 되는 대전사(大典事). 대전사 뒷편에 솟은 흰 바위봉우리는 마치 사이 좋은 형제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이 기암은 화산재가 용암처럼 흘러내려가다 멈춰서 굳은 회류응회암으로 여느 산에서 볼 법한 화강암의 거칠고 울퉁불퉁한 모양과는 달리 매우 매끄러워 보이는 게 특징이다. 이 기암이 굽어살피는 듯 보이는 대전사. 현존하는 당우로는 보물 제1507호로 지장된 보광전 이외에도 명부전, 산령각, 요사채 등이 있고 명부전 안에 있는 지장삼존 및 시왕상은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469호로 지정되어 있다. 무엇보다 절을 휘어 감싸는 경치가 사계절 모두 훌륭해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절이다. 대전사로 향하는 길 양옆으로 주왕산을 오르는 등산객을 위한 편의시설들이 즐비한데 산채비빔밥이나 도토리묵, 더덕구이 정식으로 한끼 든든하게 해결할 수 있는 맛집, 목공 소품, 시골장터에서 봄직한 아기자기한 상점, 커피 한잔 하기 좋은 카페 등 그 긴 행렬이 지루하지 않다.

  1. 위치 :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공원길 226

선녀는 어디에?

주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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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서 서생하는 신비스러운 왕버들 나무 너른 저수지 주산지. 초여름의 푸릇한 색감이 싱그럽다. 7채의 한옥이 마을을 이루는 민예촌 전경이 고즈넉하다.

2017년 상주-영덕 구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이제 서울에서 서너 시간 만에 올 수 있는 청송. 하지만 제대로 교통이 발전되기 전엔 ‘올 때 힘들어 울고 떠날 때 아쉬워 운다’는 곳이 청송이었다. 비싼 다리품을 팔아 어렵게 당도하면 수많은 비경과 선한 인심에 빠져 쉬 돌아가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 말대로 서울에서 몇 시간을 달려야 도착하게 되는 주왕산 국립공원. 입구에서 또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저수지, 주산지는 신의 영역인 듯한 영험한 풍경으로 멀리 달려온 피곤함을 한번에 날리기에 충분하다. 물과 나무, 세상 흔하디 흔한 이 몇 가지 단출한 조합이 만들어내는 완성품은 상상 이상이다. 그저 아름답고 황홀하다.


많은 사진작가들이 새벽 이슬을 맞으며 일출과 함께 드러내는 장관을 담기 위해 수없이 찾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그 감동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직접 목도하니 ‘나도 내일 새벽에?’ 하고 물안개 피는 그 장관을 보고 싶은 욕심이 일어났다. 24시간은 물론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모두 담아내도 모자람이 없는 큰 그릇이다. 300년 전, 1720년 8월 조선 경종원년에 만들어진 곳인데 준공 이후 현재까지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밑바닥이 드러난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한다. 비가 오면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고 있다가 조금씩 물을 흘려 보내는 퇴적암층이 바닥에 있어 풍부한 수량을 유지할 수 있다니 당시 만든 저수지라고 하기엔 무척이나 신기하다. 더욱이 150여 년이나 묵은 왕버들 나무들이 물 속에서 자생하고 있는데, 물 그림자와 함께 어우러진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선녀가 정말 내려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사람을 실없이 만드는 곳, 위대한 자연 앞에선 이렇게 인간은 작아져 버린다.

  1. 위치 : 경북 청송근 주왕산면 주산지리 73
  2. 입장료 : 무료

청송에서 살아보기

청송한옥민예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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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그림 같은 교수댁 창문 중정이 있는 교수댁 마당과 대청마루

한옥에서 살아봤으면 하는 바램, 한번쯤은 가져보았을 것이다. 실제로 그 꿈을 현실에서 이루기는 쉽지 않지만 여행지에서만은 충분히 가능하다. 청송에는 고택체험을 할 수 있는 숙박 공간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산촌인 청송, 이 고장 선조들은 이 좋은 나무들로 집을 지었고, 이 창연한 고택들은 아직도 청송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청송문화관광재단에서는 흩어져 있는 고택들을 잘 관리하고 있지만, 실제 모양으로 본떠 한자리에 모아 놓은 곳이 있다. 주왕산 가는 길목에 자리한 청송한옥민예촌이다.


대감댁, 영감댁, 정승댁, 훈장댁, 참봉댁, 교수댁, 생원댁 등 일곱 채의 한옥을 만들어 마을을 꾸렸다. 한옥의 고풍스러운 매력은 잘 살리면서 숙박 편의시설은 편리하게 구비했다. 인덕션이 있는 주방, 깔끔한 샤워실과 화장실은 한옥에 대한 기우를 한번에 날려버린다. 이 일곱 채 중 4군데는 코오롱 그룹의 ‘에피그램의 로컬 프로젝트’ 중 하나인 올모스트 홈스테이 청송과 함께 하는 공간으로 에피그램의 콘셉트에 맞춘 모던한 제품들을 한옥 안에서 만나볼 수 있다(9월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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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둘러봐도 단아한 시골마을의 한옥이 그림 같다. 방에 비치된 문방사우로 대청마루에 앉아 붓글씨를 써보는 재미를 느껴보자

묵어보니 어지간한 호텔 이상의 어메니티와 침구 컨디션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한옥과 어우러진 인테리어 역시 단아하고 세련된 모습이다. 쇼룸이자 컨시어지인 참봉댁은 ‘一’자 형 집 구조의 농민가옥이다. 마을이 훤히 내다보이는 4인실인 훈장댁, 소담스러운 초가지붕이 정감 가는 생원댁도 4인실이다. 6인실인 교수댁은 ‘ㅁ’자 형, 중정이 있는 구조로 프라이빗한 느낌도 좋고, 무엇보다 대청마루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예술이다. 지붕들 사이로 보이는 사각 하늘이 선사하는 일몰, 일출은 물론 까만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은 유리 창문 너머로 보이는 특급 호텔 뷰와는 차원이 다른 위대한 경험을 선사한다. 신선한 공기와 새소리까지 함께 제공되는 4D의 완벽한 자연친화적인 숙박체험이다.


이곳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를 타고 민예촌 주변을 둘러보거나, 내키면 주왕산 자락까지도 갈수 있다. 걸어서 전망대, 저수지까지 둘러보는 산책길도 좋고, 천연염색, 다도, 청화백자 만들기를 할 수 있는 체험공간이 있어 다양한 참여가 가능하다(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운영이 잠시 중단 중으로, 문의 후 예약). 민예촌 초입에 위치한 수석꽃돌박물관에는 청송에서만 볼 수 있는 특산물인 ‘꽃돌’을 구경할 수 있다. 화산 분출 당시 마그마가 지표 근처에서 급격히 식으면서 독특한 꽃 모양을 이룬 것을 꽃돌이라 하는데 세계적으로 100여 곳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것이다. 이렇게 꽃무늬가 크고 화려한 곳은 청송이 유일에 가까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데에 큰 역할이 했다고 한다. ’돌속의 꽃’, 비록 수석에 관심이 없다 해도 충분히 흥미로운 청송만의 산물이다.


  1. 위치 :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주왕산로 494
  2. 요금 : 대감댁(전체 대관 45만 원, 개별 방 3만 원~ 13만 원/비수기), 훈장댁(비수기 9만 원, 성수기 12만 원), 교수댁(비수기 14만 원, 성수기 18만 원), 생원댁(비수기 10만 원, 성수기 14만 원)
  3. 예약 : 청송문화관광재단

청송고택체험

덕촌마을, 송소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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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만석꾼의 집이 잘 보전되어 있다. 주인이 실제 거주하며 홈스테이로 운영중인 고택의 모습

청송의 명품 고택에서 하루 묵어보는 경험도 특별하다. 경주의 최부자집 고택과 더불어 영남 부호 심호택의 저택이다. 단순한 만석꾼 부자가 아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 많은 사람에게 칭송받던 학문과 재력을 겸비한 집안으로 1985년에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63호로 지정되었다가 2007년 중요민속자료 250호로 지정되었다. 조선시대 왕이 아닌 양반이 누릴 수 있는 최대 가옥으로 ‘ㅁ’자 형태로 당시 조선시대 상류계층의 주택특징을 잘 보여주는 99칸의 가옥. 100년이 훨씬 넘어 현재 대부분 소실되었지만 곳곳에 대문채, 안채, 별당, 큰사랑채, 사당 등이 남아있다. 관람은 무료, 스테이는 유료로 운영되고 있다.


바로 옆집으로 심호택의 둘째 아들집이었던 송정(松庭) 심상광의 집 역시 함께 둘러보면 좋다. 4형제를 위해 일직선으로 만든 집들은 현재 덕촌마을을 이루고 있다. 2011년 까다롭기로 유명한 국제 슬로시티 연맹이 단 한 번에 청송을 국제 슬로우시티로 지정했다. 현재 동네 주변에 다른 고택도 모두 개방되어 한옥 체험을 진행 중이다. 시간이 멈춘 듯한 덕천마을에서 며칠 머무르는 여행, 한가로이 주변을 거닐면서 문화유산을 온몸으로 경험해보자. 여행은 살아보는 거라 하지 않았나.

  1. 위치 : 경북 청송군 파천면 송소고택길 15-2
  2. 요금 : 큰사랑채 (기준 4인, 최대 5인) 15만 원 /누마루방(기준2인, 최대3인) 10만 원 /책방(기준 2인, 최대 3인) 10만 원
  3. 운영 시간 : 입실 14:00~퇴실 12:00

소소한 재미에 빠지다

진보시장 오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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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통의 맘모스빵집. 진보장의 인기 가게다. 37년이 넘는 역사의 이발소. 시간이 멈추었지만 이발등은 계속 돌아가고 있다. 장터의 꽃이자 화려함을 담당하는 컬러풀한 옷가게

청송에는 청송장, 진보장, 부남장, 도평장, 안덕장, 화목장 등 다섯 군데의 5일장이 있다. 그중 청송장과 진보장의 규모가 큰 편이다. 진보면은 특이하게도 군청소재지인 청송읍보다 면적도 넓고 인구도 더 많다. 조선말에는 진도가 꽤 큰 고장이었다고. 그렇기에 1910년에 개설된 진보장(끝자리 수 3, 8일 개장)을 지나칠 수 없다. ‘진짜 보물’이라는 이름을 가진 ‘진보(眞寶)장’이라니 호기심 게이지가 훅 상승한다. 그 고장의 재래시장이야말로 여행의 참맛이 아닌가. 인근 영덕, 울진, 의성, 양양 등지에서 팔러, 사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장터. 주왕산, 일출산에서 캐온 산나물, 갓 수확한 로컬푸드 과일과 야채, 꽤 큼직한 어물전에는 영덕 강구항이나 포항에서 온 생선들이 싱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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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할아버지의 영원한 벗, 사탕가게 직접 밭에서 따온 로컬 과일들 청송의 햇살로 잘 건조되고 있는 생선들

알록달록한 옷들, 주전부리 사탕, 빵튀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과 꽈배기 등 구경만으로도 신나고 재미있다. 이 지방의 소설가 김주영의 『홍어』, 『객주』 등의 주 무대가 되기도 했던 장터다. 물건을 사고 팔기 위한 곳이기도 하지만 지역 사람들이 5일만에 만나 서로 안부를 묻는 장소이기도 한 장터. 진보 재래시장은 새롭게 단장해서 옛 장터의 느낌이 나진 없지만 근처 이발소, 의상실, 빵집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온 듯 생경하기만 하다. 동네 사람처럼, 갓 쪄낸 찐빵을 오물거리며 걷는 동네산책, 흐르듯이 동네 할아버지 무리에 끼어 그분들의 단골집인 손두부, 돼지 국밥집에 들어가 한 끼 해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1. 위치 : 경북청송군 진보면 진암남 2길 5

중평 솔밭 야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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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이 넘은 소나무 군락지. 무료 야영장으로 캠핑족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청송에 왔으면 솔밭은 한 번 가봐야한다. 청송 주변엔 가는 곳마다 소나무가 많지만 차로 쉽게 이동해서 가까이 가볼 만한 솔밭은 생각만큼은 깊고 웅장하지는 않다. 청송이라는 지명 때문에 기대가 컸을까. 200살이 넘은 80여 그루가 군락지를 이루고 있는 3000여 평(9917㎡)의 중평 솔밭. 이곳은 현재 야영장으로 운영 중인 곳이다. 지반 정비를 잘 다듬어 놓아 텐트를 치고 근처 강에서 낚시나 물놀이 하기 좋아 휴가철에는 가족단위 이용객들로 붐비는 곳이라고. 피톤치드 가득한 솔밭은 캠핑족들에겐 인기 장소다. 동트는 새벽에 일어나 솔밭의 기운을 바로 눈 앞에서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1. 위치 : 경북 청송군 피천면 중평병부길 40-5

리빙카페, 백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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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소고택 옆에 위치한 백일홍 카페 전경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며진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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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진을 건질 수 있는 백일홍의 야외카페 고즈넉한 시골마을에서 여유롭게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여행지에서의 커피 한 잔. 참 달다. 이왕이면 감성 돋는 그런 곳이라면 금상첨화다. 도시에서 늘상 보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아닌 로컬 냄새 솔솔 나는 ‘백일홍’은 이름만큼이나 눈이 번쩍 뜨이는 예쁜 카페다. 송소고택을 한번 돌아보고 그 고즈넉한 기분에 흠뻑 취해 나온 관광객들은 무엇에 이끌리듯 옆집 백일홍으로 발길을 이어 나간다. 직접 원두를 고르고 갈아 만드는 커피 향이 담벼락을 타고 동네를 진동을 하니 어지간한 사람은 배겨낼 재간이 없다. 예쁜 꽃들이 놓여진 테이블, 핸드메이드 옷과 소품들, 아기자기한 소품과 그릇의 레트로 감성의 디스플레이가 사랑스럽다. 도자기를 전공하고 공방을 운영했던 주인장의 손맛과 안목이 어우러진 인테리어와 메뉴는 취향 듬뿍 담은 ‘리빙카페, 백일홍’으로 탄생해 덕천마을과 잘 어우러져 있다. 현대와 과거의 기가 막힌 타협점이랄까?

  1. 위치 : 경북 청송군 파천면 송소고택길 21
  2. 메뉴 : 아메리카노 4000원, 카푸치노 6000원, 카페라떼 6000원, 대추 쌍화차 6000원
  3. 운영 시간 : 10:00~18:00(연중 무휴)

청송 제일 자장면집, 고향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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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집이라고는 상상이 안되는 고향식당 전경 깔끔한 뒷맛의 여운으로 인정받는 짜장면과 짬뽕

“면만 됩니다 다른 건 안해요.” 주말이라 영업을 하는지 확인 차 전화한 읍내의 중국집은 단호했다. 청송 유명 맛집 대부분이 달기약수로 만든 삼계탕과 닭떡갈비이기에 이 메뉴를 탈피한 맛집은 어디일까를 찾아보던 중 알게 된 곳이 바로 이 70대 노부부가 운영하는 청송 읍내의 중국집이었다. 역시나 메뉴판이 벽에 떡 붙어 있지만 맘대로 메뉴를 고를 수 없었고, 우르르 여러 사람이 갔지만 한두 가지로 통일하라는 쌩한 요구에, 짜장, 짬뽕으로 통일한 우리는 그 흔한 욕쟁이 할머니 콘셉트인가 하며 말없이 눈만 껌벅, 숨죽이며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중국집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이름, 수십 년은 그대로였을 듯한 오래되고 작은 실내. 그럼에도 2시가 넘은 현재, 홀 안에는 손님이 가득 차 있고, 다리까지 훤히 보이는 오픈형 주방에서는 할아버지가 연신 수타면을 뽑고 계시니 맛집 분위기는 맞는 것 같지만…. “기다리는 게 싫으면 기계로 면 뽑는 곳으로 가라, 우리는 오래 걸려야 음식이 나온다.” 묻지도 않았는데 혼잣말로 내뱉으시는 할머니의 차가운 말투, 쿵쿵거리며 수타면을 연신 쳐 대는 소음에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지던 차에 등장한 음식. 쫄깃한 짜장면 한 입, 얼큰한 짬뽕 국물 한 모금에 솟았던 어깨가 내려가고, 날 선 빗장은 무장해제. 서로 슬금 바라보며 말없이 피식 웃었다면 이해가 될까.


감자, 양파가 들어간 정통 옛날 짜장의 맛, 고소하지만 진한 춘장은 수저로 떠먹어도 짜거나 질리지 않게 감칠 맛나고, 주문과 동시에 뽑아내고 끓여내는 짬뽕은 속 확 풀어주는 얼큰하고 담백한 국물 맛이 좋았다. 먹은 뒤에도 달큰한 조미료의 맛이 입안에 감돌지 않는 깔끔함이 포인트다. 알고 보니 두 분이서 단출히 운영하시자니 자잘한 업무를 최소화해야 했다고. 그래서 많은 손님은 오히려 싫다고 하신다. 주변 단골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마음이라 오히려 휴가철엔 문을 닫을 정도. 고집 있는 노부부의 행보를 식사 중인 주변분들에게 듣고 나니, 오늘 먹은 짜장면 한 그릇이 아주 특별하다.

  1. 위치 : 경북 청송군 청송읍 중앙로 271
  2. 메뉴 : 짜장면 6000원, 간짜장 7000원, 짬뽕 7000원, 우동 7000원, 탕수육 2만5000원
  3. 운영 시간 : 휴무일, 시간 확인 후 방문

글과 사진 최유진(콘텐츠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