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는 것을 보고 싶으면 그대 이제는 수원으로 가라. 사진첩 같은 배경을 거느린 물의 도시. 그대 마음 씻어낼 맑은 원천천으로, 서호로, 신대저수지, 일월저수지, 파장저수지, 광교저수지…’

시인 이승하는 자신의 작품에서 수원을 ‘물과 성곽의 도시’라고 표현했다. 수원 화성을 이제 그림 같은 물의 정원을 찾아보자.

‘정조의 꿈’이 깃든 자연생태공간 서호(西湖)

수원 화성의 서장대에서 서쪽을 내려다보면 보이는 호수가 서호다. 서호는 자급형 혁신도시를 꿈꾸며 화성을 완공한 정조가 개인 재산인 내탕금 3만 냥을 들여 ‘축만제’란 제방을 쌓고 그곳에 만든 농업용 저수지다. 화성 축조 당시 가뭄이 들자 안정된 농업 경영을 위해 황무지를 개간해서 만든 것으로 백성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자 했던 정조의 또 다른 꿈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220여 년이 지난 지금의 서호는 수천 마리의 새떼들이 날아드는 철새도래지로 변모해 시민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서호의 아름다움은 노을. 수원8경의 하나로 꼽히는 서호의 노을 역시 타지 여행객들을 수원으로 불러들이는 명품 콘텐츠가 되고 있다. 이 두 가지 비경을 보기 위해서는 서호 둘레길을 걸어야 한다. 둘레길의 총 길이는 2km. 길은 다양한 테마로 꾸며져 지루할 틈이 없다.

또 호수의 멋진 풍광과 함께 민물가마우지, 큰기러기, 쇠백로, 뿔논병아리, 흰뺨검둥오리 등 다양한 조류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둘레길을 걷는 동안 안내판을 보며 정조와 수원에 관한 역사를 살펴볼 수 있고, 자연생태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수도 있다. 서호와 함께 있는 공원에는 각종 운동기구와 어르신들을 위한 우드볼경기장도 마련되어 있다.

1. 위치 :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

책과 커피가 어울리는 산책길 일월저수지

수원의 서쪽, 장안문과 화서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일월저수지가 있다. 계절마다 화려하게 옷을 갈아입는 수목들과 왜가리, 가마우지, 청둥오리 등 온갖 철새들이 한바탕 경연을 벌이는 곳. 멸종위기종인 수원청개구리의 서식지로도 잘 알려진 이곳은 수원의 명품 공원으로 이름이 높다. 요즘 육추 새끼로 키움로 분주한 뿔논병아리의 재롱이 한창인데, 특히 조류를 관찰하고 사진에 담아내려는 사진작가들의 핫 플레이스로 소문난 곳이다. 그러나 일월저수지의 백미는 역시 둘레길이다. 저수지 한 바퀴를 따라 도는 둘레길의 길이는 약 1.9km. 천천히 30분 정도면 걷는 완만한 산책길이다.

하지만 둘레길의 풍광과 그곳의 자연생태계까지 제대로 살펴 걷는다면 한 시간도 모자랄 풍성한 자연학습지가 된다. 저수지와 공원 사이로 난 길은 메타세콰이어길, 갈대숲길, 논길, 둑방길이 줄줄이 이어지며 눈에 들어오는 풍경들이 하나같이 아름다워 걷기만 해도 저절로 힐링이 되는 길이다. 저수지 옆에는 일월도서관과 커피거리도 있어 산책과 함께 책과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1. 위치 :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산책과 운동, 먹거리까지 완벽한 수변공원 광교저수지

창룡문 혹은 장안문에서 차로 5분, 걸어서 20여 분 거리에 있는 광교저수지는 광교산 자락과 맞닿아 있다. 광교산에 눈이 쌓인 풍경을 광교적설(光矯積雪)이라 하여 수원8경 중 첫 번째로 꼽을 만큼 아름다운 광교산과 광교저수지가 함께 어우러진 풍경은 사시사철 절경이다. 특히 벚꽃과 진달래가 만개하는 봄날, 광교저수지 산책길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꽃길’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팝나무와 아카시아꽃이 흐드러지게 핀 지금도, 또 야생화가 절정을 이루는 가을과 환상적인 눈꽃이 피어나는 겨울까지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탓에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 출품이 되기도 했다. 약 3.5km 길이의 광교저수지 둘레길은 절반이 수변 데크길이고, 나머지 절반은 광교산 자락의 숲길로 완만한 산책과 적당한 운동을 함께 할 수 있는 최고의 힐링 트레일이다. 특히 광교산 자락길 중간 중간에 험하지 않은 등산 코스가 연결돼 있어 자연스럽게 고강도 운동을 병행할 수 있다. 광교저수지 인근에는 먹거리 명소들이 즐비해 식도락을 함께 즐기는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1. 위치 : 수원시 장안구 하광교동

글과 사진 이상호(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