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탈 일 없어도 떠난다…영종에서 무의까지 한나절 여행

[여행]by 시티라이프

그곳에 공항이 들어서기 전에는 모두 섬이었다. 영종도와 용유도를 흙으로 잇고 무의도와 소무의도는 다리로 연결해 이젠 뭍으로 하나가 되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훌쩍 갈 수 있는 곳이 된 것이다. 지금 그곳은 해외여행의 출발지로 더 유명하다. 조금만 살펴보면 그리움과 고독까지도 낭만이 되었던 작은 섬들의 애틋한 정취가 그대로인데 말이다. 멀리 떠나는 여행은 잠깐 잊고 한나절이면 가능한 멋진 섬 여행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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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 00 | 잘 알지 못했던 영종 여행의 시작


그 옛날 인천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에게 영종도는 늘 가고 싶었던 동경의 섬이었다. 그보다 조금 더 멀었던 용유도는 언강생심 크게 사고를 쳐야만 갈 수 있었던 곳이었고, 아마도 무의도는 제주 사람들의 이어도처럼 낯설은 신비의 섬이었을 터다. 아이들은 인천 앞바다의 섬만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 언제쯤 저길 갈 수 있을까. 그런 아이들이 자라 비로소 여행을 시작할 때면 삼삼오오 제 키보다 훨씬 긴 대나무 낚싯대를 들고 연안부두 선착장으로 달려가 영종도행, 용유도행 배에 몸을 실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어느 날, 문득 그 옛날의 영종도가 생각났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바로 그 아이의 기억 속에 어렴풋이 되살아나는 영종도와 그 주변의 섬들. 맞다. 그곳에는 인천공항 말고도 가봐야 할 곳들이 있었다. 수도 없이 공항을 오가면서도 제대로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그리움의 땅, 서해 섬들의 애틋한 정한이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던 모양이었다. 비행기를 탈 생각 없이 영종도를 찾은 건 아마 이번이 처음 아닐까. 공항이 있는 영종도는 늘 가슴 설레는 여행이 시작되는 곳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여행의 목적지로 영종도와 용유도 그리고 무의도를 만나보려 한다.


영종도를 가기 위해선 영종대교나 인천대교를 건너야 한다. 어느 다리를 건너도 상관없지만 영종대교를 건너갈 경우 영종대교휴게소를, 인천대교를 건너갈 경우에는 인천대교기념관을 먼저 들러보는 게 좋다. 진부하게 느껴질 법한 여행의 시작이지만 후회할 일은 없다. 영종대교를 건너기 직전 파란색의 거대한 곰 조형물이 시선을 잡아 끈다. 그곳이 바로 영종대교휴게소다. 혹시라도 아이들과 동행한다면 가장 먼저 환호성을 터트릴 게 뻔하다. 거대한 곰 조형물의 이름은 포춘베어. 폭 9.7m, 높이 23.57m, 무게가 무려 40t인 이 조형물은 세계에서 가장 큰 철제 조각품으로 지난 2014년 월드 기네스북에 공식 등재되었다. 단군 신화를 모티브로 한 스토리텔링도 제법 그럴 듯하게 꾸며 놓았고, 조형물 아래에 소원 자물쇠를 매달 수 있는 시설도 마련해 놓았다. 휴게소 안에는 영종대교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실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인 선셋라운지도 마련되어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공간이다.


인천대교기념관은 인천대교를 건너자마자 우측에 자리 잡고 있다. 지상 4층 규모의 기념관은 마치 황금색 티피텐트의 형상으로 동그란 돔을 물고 있는 듯한 독특한 디자인의 건축물이다. 세계 10대 건설 프로젝트로 꼽히는 인천대교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곳은 길이 21.4km로 국내 최장 교량인 인천대교의 건설 과정과 공법, 경제 효과 등을 소개하는 전시실과 영상관을 갖추고 있다. 1층에는 뮤지엄 카페가 마련돼 있고, 4층 전망대에서는 인천대교의 웅장한 모습과 송도국제도시의 스카이라인 등 멋진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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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들어준다는 포춘베어와 만나고 인천대교의 웅장한 자태를 바로 눈앞에서 감상했다면 이제 본격적인 영종도 여행을 시작해보자. 그러기 위해선 먼저 영종역사관을 찾는 게 순서다. 새로 만들어진 공항 덕분에 신도시 같지만 영종도의 역사는 한반도의 그것만큼 길고도 길다. 그러한 역사를 알고 만나는 영종도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기 때문에 역사관을 둘러보는 건 필수다. 역사관이라고는 해서 지나치게 딱딱하진 않다. 오히려 바닷가 옆에 자리한 공원 정도로 생각하고 산책을 겸해 가볍게 다녀와도 좋을 만한 곳이다. 어느덧 여름의 문턱, 영종역사관을 향해 걷는 길은 온통 노란빛이다. 뜨겁게 내리쬐는 뙤약볕이 성가시지만 간간히 바람에 흔들리며 아른대는 금계국의 군무는 위안을 넘어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그뿐 아니다. 역사관 입구에 광활하게 펼쳐진 노란 유채꽃밭은 마치 제주도에 와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인상적이다. 그렇게 만난 영종역사관은 공원처럼 한적하고 조용하다. 영종도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문화 플랫폼으로 인근에서 출토된 선사시대 유물을 비롯해, 영종도의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역사와 생활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특히 어린이들이 영종도의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키즈룸과 체험전시실을 마련해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사전에 정보 검색을 하고 간다면 유용할 듯 싶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공공시설 휴관 조치가 유동적이어서 방문 전 개방 여부를 확인하고 가야 한다.


영종역사관을 나오면 도시 전체를 공원처럼 꾸며놓은 영종도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바다와 맞닿은 해변도시의 아름다움이 곳곳에 펼쳐져 있는 씨사이드파크의 시작이다. 씨사이드파크는 영종도 남쪽 8km의 해안선을 따라 만들어진 해안 공원이다. 여의도 전체 면적과 맞먹는 크기의 공원은 바닷바람정원과 하늘구름 광장 등 5개의 테마로 조성되어 있고, 카라반캠핑장 등의 캠핑시설과 함께 다양한 체육시설과 놀이터, 인공암벽폭포, 조형분수, 야외공연장, 전망대 등을 갖추고 있다. 또 직접 소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염전테마정원도 특별한 체험을 선사한다. 인천에서는 유일하지만 요즘 흔한 레일바이크도 이곳에서 타면 완전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바닷가를 따라 이어진 무려 5.6km의 코스는 바다와 갯벌로 옷을 갈아입는 서해바다의 장관을 함께 할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씨사이드파크에서는 하루 종일 골라 즐길 수 있는 재밋거리가 가득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이곳이 어디와도 비교할 수 없는 바다공원이라는 점이다. 밀물과 썰물이 연출하는 바다와 갯벌의 아름다움을 바로 눈앞에서 감상하며 무엇이든 즐길 수 있다. 씨사이드파크에서의 즐거움은 하루가 모자랄 정도지만 영종도에는 아직 볼거리, 즐길 거리가 즐비하다. 영종역사관 아래 해안도로를 따라 씨사이드파크를 거쳐 인천대교기념관까지 가는 영종둘레길은, 시간에 따라 변하는 바다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걷는 환상적인 트레킹 코스로 한번쯤 걸어볼 만하다. 그 길을 걷다 보면 영종도의 핫플레이스가 된 BMW드라이빙센터와 파라다이스시티를 만난다. 소확행과 어울리는 소박한 영종도 섬 여행을 하고 있지만 이 두 곳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여행 스폿으로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선물한다. 또 분주하게 지나온 여행길에 단비 같은 휴식을 줄 만한 공간이다.


Place-여행 필수 방문 코스


▷이색 체험장, BMW드라이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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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마니아를 위한 이색 공간으로 BMW를 모는 기분을 맘껏 낼 수 있는 곳이다. 지난 2014년 개관한 이곳은 무려 축구장 33개 면적에 자동차 체험과 전시 공간, 드라이빙 트랙과 체육공원 등을 갖춰놓았다.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최고급 BMW 시리즈를 직접 시승할 수 있고, 6가지 코스에서 짜릿한 레이싱을 경험할 수 있다. 브랜드 체험센터에는 BMW의 클래식카뿐만 아니라 최신 모델까지 모두 관람할 수 있고 시승도 가능하다. 또 친환경 모형 자동차 만들기 등의 체험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형 교통안전교육 프로그램인 키즈 드라이빙스쿨도 운영한다(BMW를 타고 직접 트랙을 도는 드라이빙 체험은 사전 예약을 해야 가능). 전시관 2층에는 레스토랑도 있어 트랙 위를 질주하는 차들을 바라보며 피자, 파스타, 커피 등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도 있다.


위치 인천 중구 공항동로 136 운영 시간 화~일 09:00~18:00 *월·공휴일 휴무


▷아트테인먼트 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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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테인먼트’를 표방하는 동북아시아 최초의 복합 리조트로 호텔, 스파, 클럽, 카지노, 쇼핑몰, 풀빌라 등을 모두 갖춘 곳이다. 아트테인먼트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알레산드로 멘디니, 데미언 허스트, 쿠사마 야요이, 수비드 굽타 등 세계적 거장부터 국내 신진 작가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아우르는 총 3000여 점의 예술 작품들이 리조트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마치 미술관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따라서 호텔 투숙이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특히 인생샷을 건지려는 여행객들에게는 최고의 공간이다. 워터파크형 스파인 씨메르와 밤의 유원지를 콘셉트로 한 테마파크 원더박스는 파라다이스시티만의 차별화된 아이템으로 상상 그 이상의 즐거움을 주는 공간이다.


위치 인천 중구 영종해안남로 321번길 186


▶12 : 00 | 잘 안다고 생각했던 무의도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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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의 서남쪽 거잠포에서 잠진도를 거쳐 가느다랗게 이어진 연도교는 무의도까지 가는 여정을 너무도 쉽게 만들어 놓았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를 배를 타고 다니던 시절, 비록 사진 몇 장 찍으면 바로 내려야 하는 곳이었지만 무의도로 가는 바닷길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아름다웠고 호젓한 여행의 참맛을 제대로 안겨주던 곳이었다. 이제 시간과 맞바꾼 서해바다의 소박한 아름다움은 못내 아쉽지만 파란하늘과 짙푸른 산에 안긴 무의도는 여전히 가슴 설레는 섬이다.


무의도는 아주 오랜 옛날, 어부들이 근처를 지나다가 이곳을 보면 마치 ‘말을 탄 장수가 옷깃을 휘날리는 모습’ 같기도 하고 ‘선녀가 춤을 추는 듯한 모습’ 같기도 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영종도나 용유도와는 달리 여행객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았던 이곳이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천국의 계단’을 비롯한 여러 드라마의 촬영지가 되면서다. 그리고 세상을 놀라게 했던 50년 전의 ‘실미도 사건’도 무의도라는 이름을 세상 밖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바닷물이 빠지면 하나로 연결되는 실미도와 무의도. 둘인 듯 하나이기도 한 이 섬에는 그렇게 아름다운 드라마의 여운과 역사의 아픔이 공존하며 여행객의 마음을 애틋하게 때론 무겁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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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교를 건너 얼마 가지 않으면 오른쪽으로 실미도유원지 가는 길이 있다. 그 길로 작은 고개를 몇 개 넘으면 실미해수욕장이 나온다. 실미도는 건너편인데 실미해수욕장은 무의도에 붙은 해변이어서 의아하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실미도 사건의 비극도 이젠 거의 잊힌 기억일 뿐, 하루에 두 번 바닷물이 빠져 무의도와 실미도 사이에 길이 드러나면 그 길을 걷기도 하고 어촌체험마을의 도움을 얻어 해산물을 채취하는 재미가 여행객들을 그곳으로 이끈다.


하나개해수욕장 역시 이전의 감동과는 사뭇 다른 곳이 되었다. 무의도에서 가장 큰 해수욕장이자 고운 모래가 아름답고, 조용하고 호젓하기까지 했던 해변, 거기에 온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드라마의 여운까지. 시종일관 감동적이기만 했던 해수욕장의 분위기는 확 달라져 있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과 ‘칼잡이 오수정’의 오픈 세트장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김태희와 권상우를 보며 온몸으로 느꼈던 감동과 여운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신 해수욕장 한 가운데 거대하게 솟구쳐 오른 파란색 철골 구조물이 여행객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집와이어다. 어느새 하나개해수욕장을 제대로 즐기는 첫 번째 방법이 된 듯하다. 하늘에서 모래사장으로 꽂히듯 내려오는 집와이어는 보기만 해도 짜릿하다. 비행거리가 좀 짧다는 아쉬움이 얼굴마다 배어나지만 그래도 모두 ‘엄지 척!’으로 만족감을 표시한다. 아무렴 어떤가, 여행이 즐거우면 되는 거지. 마치 그런 표정을 짓듯 하나개해수욕장은 익사이팅을 만끽하려는 젊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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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개해수욕장의 변화가 아쉽다면 해상관광탐방로를 걸으면 된다. 바다 위로 놓여진 550m의 탐방로는 밀물 때든, 썰물 때든 서해바다의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하지만 파도가 호룡곡산의 바위 절벽에 부딪쳐 하얗게 부서지는 밀물 때 이곳을 걷는다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느껴볼 수 있다.


하나개해수욕장으로 대표되던 무의도 여행의 즐거움은 이제 호룡곡산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옛날 호랑이와 용이 싸웠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호룡곡산은 해발 245.6m로 그리 높지 않지만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 희귀식물 등이 어우러진 절경으로 ‘서해의 알프스’란 별명을 갖고 있다. 최근 산행과 트레킹 명소로 알려지면서 무의도를 찾는 등산객들이 늘고 있는 중. 산세가 그리 험하지 않고 산을 오르내리며 서해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을 수시로 조망할 수가 있어 환상의 산행 코스로 통한다. 등산로는 하나개해수욕장 쪽에서 오르는 코스와 광명항 쪽에서 오르는 코스가 대표적인데 코스를 어떻게 정하냐에 따라 약 2~3시간 정도 소요된다. 시간과 상황이 허락한다면 하나개해수욕장 쪽에서 올라가 국사봉을 거쳐 광명항 쪽으로 하산, 소무의도까지 둘러보고 온다면 무의도 여행을 완성하는 환상적인 트레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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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도 향토음식점, 무의도 데침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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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서 휴식을 얻다’라는 말을 좌우명 삼아 무의도의 향토음식을 만들고 전통과 맛을 이어가는 집이다. 전남 곡성이 고향인 주인 정경자 씨가 17년 전에 무의도에 정착했고, 10년 전부터 무의도의 대표 음식을 고민하다 ‘데침쌈밥’을 탄생시켰다. 호박잎과 양배추, 묵은지에 곰취 등 제철 채소를 데치고 무의도에서 나는 굴로 쌈장을 만들어 내놓는다. 거기에 갈치젓갈과 낙지, 오징어, 청어, 호박씨, 해바라기씨 등이 들어간 씨앗젓갈, 그리고 아로니아와 돼지감자, 아카시꽃 등으로 만든 갖가지 장아찌들을 곁들인다. 직접 기른 채소와 산을 돌아다니며 채취한 나물에 정성스러운 손맛을 더해 메뉴 하나하나를 만들고 다듬는다. 음식은 모두 정갈하고 맛깔스럽다. 덩달아 배어나오는 주인의 친절과 배려도 음식의 맛을 한층 돋궈준다. 서대와 박대 등의 생선껍질을 말려 만든 벌버리묵은 TV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에 소개되기도 했다.


위치 인천 중구 대무의로 309-15 영업 시간 10:00~20:00 *연중무휴 대표 메뉴 데침쌈밥 9000원, 데침쌈밥+간장새우 1만3000원, 벌버리묵 1만2000원(겨울 메뉴)


▷맛집 명소, 소나무회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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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맛집을 찾을 때면 늘 고민스러운 집이 있다. 인터넷으로 맛집 검색을 하면 거의 도배가 되다시피 하는. 용유도에서 잠진교를 타기 직전에 있는 소나무회식당이 바로 그런 집이다. 1980년에 처음 문을 열었으니 벌써 40년의 역사지만 과연 음식 맛은 어떨까? 결론적으로, 고민할 필요 없는 명불허전의 맛집이다. 해풍에 말린 생선과 싱싱한 해물을 사용하는 메뉴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하고 바닷가 바로 옆에 있어 경관도 한몫을 한다. 대표 메뉴인 생선구이정식은 바다에서 직접 잡은 3가지 생선과 조개탕, 갓 지은 솥밥에 새우장을 비롯한 여덟 가지의 밑반찬이 나오는데 가격 대비 최고의 성찬이다.


위치 인천 중구 잠진도길 60 영업 시간 09:00~21:00 *연중무휴 대표 메뉴 생선구이정식 1만6000원, 해물칼국수 1만1000원


▶17 : 00 | 용유도 그리고 다시 영종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이젠 사라졌거나 새롭게 생겨난 것들 모두 무의도 여행을 특별한 추억으로 만들어 준다. 이제 여정을 거슬러 다시 영종도로 들어갈 시간. 작지만 더없이 아름다웠던 섬의 잔상이 어른거리지만 돌아가는 길 또한 섭섭하지 않을 것이다. 그 길에서, 아직 보지 못한 영종도의 다른 모습, 용유도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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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이 들어서기 전, 용유도는 영종도와 함께 서해의 대표적 섬이자 관광지로 이름이 높았다. 섬의 모양이 용이 헤엄을 치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섬의 한쪽이 무너져 이젠 헤엄치는 용의 자취는 찾아볼 수 없지만 서해안 최고의 낙조를 지닌 아름다운 해변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카페거리로 변한 마시란해변에서 왕산까지 이어지는 바닷가에는 용유해변과 선녀바위, 을왕리해수욕장, 왕산해수욕장, 왕산마리나 등 명품 해변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과거의 명성에 비해 해수욕장의 화려함은 가셨지만 초대형 베이커리와 카페 등의 핫플레이스들이 명품 노을과 새롭게 콜라보를 이뤄내며 여행객들의 취향을 사로잡는다. 용유도의 해변은 드라이브 코스로 좋다. 굳이 한 곳에 머무르며 무엇을 오랫동안 하지 않아도, 그냥 슬쩍슬쩍 곁눈질만으로도 서해바다의 아름다운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그러다 문득 멋지게 차려진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며 노을에 물들어도 좋다.


영종도에서 시작해, 무의도와 소무의도를 거쳐 용유도 해변까지 부지런히 돌았던 한나절 섬 여행은 다시 영종도로 돌아와 마무리를 하는 게 좋다. 아직 둘러볼 만한 곳이 더 있기 때문. 백운산 용궁사가 그중 하나다. 영종도에서 가장 높은 백운산에 올라 인천국제공항과 공항 신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봐도 좋지만 산기슭에 살포시 자리한 사찰 용궁사만 들러도 여행의 구색을 모두 갖춘 느낌이 든다. 용궁사는 신라 문무왕 10년(670)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진 유서 깊은 절이지만 대웅전을 비롯한 사찰 전체가 소박한 모습을 하고 있어 오히려 정겨워지는 그런 절이다. 도량 안에는 수령 1000년이 넘는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고 절 뒤편에 높이가 11m에 달하는 미륵불이 서있다. 사찰로 걸어 들어가는 작은 오솔길부터 규모나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도량의 모습까지, 마음을 맑게 또 차분히 해주는 진정한 힐링 공간이 용궁사다.


서해바다에 노을이 내린다. 이젠 천천히 그리고 차분히 느린 풍경에 젖어들 때다. 예단포 선착장은 영종 여행의 끝에 두면 좋을 곳이다. 서해에는 저마다 최고라고 하는 일몰 명소들이 많고 일몰의 장관을 보는 것 또한 어디서나 가능하지만 영종도의 최북단 포구인 예단포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특별함이 있다. 지는 해가 구름에 가려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지 못하더라도 눈앞의 펼쳐진 섬들과 함께 연출해내는 이곳의 일몰은 가히 역대급이란 찬사가 아깝지 않다.


공항을 제쳐놓고 떠난 한나절 영종 섬 여행은 잊어버렸던 한때의 소중한 기억을 되찾는 시간이었으며 그로 인한 힐링과 치유의 시간이기도 했다. 무심히 지나치며 살았지만 여전히 그곳에 있는 섬은 일상의 고민을 다독여주고 쉼을 선물해주는 애틋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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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화가 부부 오진동·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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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개항장의 문화 오아시스를 이끌던 화가 부부가 느닷없이 영종에 터를 잡았다. 이젠 영종의 문화를 만들고 다듬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들의 생각대로 신도시 영종의 문화는 아직 척박하다. 문화만큼은 알차고 기름졌던 개항장에서의 노하우를 살려 영종마저 문화 오아시스로 만들겠다는 의지와 포부가 신선하다. 먼저, 아내인 이경희 씨가 캔버스 대신 앞치마를 두르고 ‘엄마 손맛’을 발휘했고 머지않아 영종도 최고의 맛집을 탄생시켰다. 바로 ‘별난 밥상’이다. 화가의 밥상은 간장게장과 갈치조림으로 소위 대박이 났다. 특히 입소문난 직화제육볶음을 찾아 먼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남편인 오진동 씨는 공연장 겸 복합문화공간인 ‘별난스페이스’를 열었다. 별난 예술가답게 영종도 개발 현장에서 나온 폐자재와 재활용품으로 직접 공간을 꾸몄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개관 프로그램이 보류되고 있지만 김목경, 신촌블루스 엄인호, 와이키키브라더스밴드, 신재창 등의 공연과 북토크, 강좌, 음감회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별난 화가 부부의 별난 삶이 지금 영종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위치 인천 중구 화랑목로 40-10(별난밥상), 100번길 51(별난스페이스)


▷구읍뱃터 먹거리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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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절 여행의 끝을 먹는 즐거움으로 매듭짓고 싶다면 구읍뱃터를 찾아가면 된다. 월미도에서 영종도를 오가는 배의 선착장이기도 한 이곳에는 작지만 알차고, 저렴하기까지 한 어시장이 있고, 그곳에서 회를 주문한 후 같은 건물에 있는 식당에서 생선회와 식사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이 건물 8층에는 그야말로 요즘 핫한 고품격 찻집 ‘차덕분’이 있다. 애기설국, 귀비오룡, 이태룡 마흑채, 팔선 등 이름도 난해한 차들을 판매하는데 8000원 이상의 제법 높은 가격임에도 대기표를 받고 기다렸다 마실 정도로 유명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한적한 뱃터의 풍경은 웬만한 스카이라운지가 부럽지 않다.


위치 인천 중구 은하수로 12 구읍뱃터프라자


[글과 사진 이상호(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35호 (20.06.3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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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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