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블루 날려버릴 보석같은 여행지

[여행]by 시티라이프

코로나19 시대, 뉴노멀 휴가 포인트가 뜨고 있다. 이름하여 ‘SAFETY(안전)’다. 근거리(Short distance), 야외활동 포인트(Activity), 가족 단위(Family), 자연친화(Eco-area), 인기 관광지(Tourist site), 관광 수요 회복 조짐(Yet·아직) 등 6개 키워드의 영문 앞 글자로 만든 조어다. 한국관광공사가 SKT의 T맵 교통 데이터와 KT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코로나19 국내 발생 시점인 지난 1월 20일부터 5월 30일까지 21주간 국내 관광객의 관광 이동 패턴과 행동 변화를 분석한 결과다. 코로나19 시대, 나들이 코스가 여전히 불안하다면, ‘SAFE한(안전한) 루트’를 따라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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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의 랜드마크 도담삼봉. 한국관광공사 제공

1. 빵지 순례·레트로 투어…

치고 빠지는 당일치기 근거리 포인트


코로나19 뉴노멀 여행의 핵심은 놀랍게도 당일치기다. 콧대 높은 특급호텔에서도 확진자가 속속 나오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 자는 것도 불안하다. 치고 빠져야 한다.


당일치기 여행에 빠질 수 없는 게 테마다. 요즘 지자체들도 테마를 만들어 스토리텔링으로 여행을 밀고 있다.


독특하게 빵지 순례와 해수욕장을 엮은 힐링의 메카가 부산 광안리다. 해수욕장 풍광이야 뻔할 테고, 이곳이 요즘 뜬 것은 순전히 빵지 순례 덕이다. 오죽하면 이곳을 남천동 대신 ‘빵천동’이라 부를까.


빵지 순례 코스는 이렇다.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남천역 1번 출구까지 약 4㎞ 구간. 코스 시작 구간인 삼익비치타운아파트 사이 700m 길을 따라 그림 같은 꽃길이 이어진다(당연히 SNS에 인증샷을 올릴 때는 ‘#빵천동’을 활용할 것). 이 길을 따라 프랜차이즈 빵집과 동네 빵집 등 20여개가 몰려 있다.


무조건 찍어야 하는 ‘전설의 빵집’ 리스트를 살짝 알려드린다. 핫스폿 넘버원은 옵스. 순수 부산 토종 브랜드다. 1989년 부산 동네 빵집으로 문을 연 뒤 대박이 ‘빵’ 터져서 지금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등에 직영매장까지 열었다. 간판 메뉴는 ‘학원전(학원 가기 전에 먹는 빵이라는 의미)’과 ‘슈크림빵’. 붉은색 쌀(홍국)로 만든 빵으로 유명세를 탄 시엘로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홍국으로 만든 베이글과 식빵은 줄 서서 사야 할 정도다. 단팥빵 하나로 부산을 평정한 김흥종(부산 제1호 제과기능장)찰단팥빵, 프랑스인이 운영하는 메트로 아티정, 천연 발효 식빵이 유명한 롤링 핀, 하루에 두 번 빵을 굽는 브레드슈가도 빵천동 빵지 순례의 필수 코스로 꼽힌다.


빵지 순례 원조는 원래 대구다. 순례지로 꼽힌 5곳은 가창찐빵거리, 삼송빵집, 빵장수, 근대골목단팥빵, 반월당고로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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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 한국관광공사 제공

사는 곳이 남도 쪽이라면 ‘레트로 투어’ 코스를 택하면 된다.


레트로 투어의 메카는 ‘서군포(서천·군산·목포)’. 도시 자체가 비대면으로 여행족들이 여름에 그냥 스쳐가는 ‘서천’은 놓치지 말아야 할 코로나19 시대 여행 포인트다. 서천의 레트로 포인트는 서천 판교마을. 1930년대에 장항선 판교역이 개통한 뒤 소를 사고파는 우시장이 발달하면서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한 곳이다. 하지만 30여년 전, 우시장이 문을 닫은 뒤 시간이 멈춘 채 고스란히 그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비롯한 1960~1970년대 영화 포스터가 그대로 붙어 있는 극장, ‘흑염소’로 기억에 남아 있는 그 옛날 건강원, 쌀 가게와 미용실, 예스러운 간판과 빛바랜 외벽이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1시간 남짓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군산은 도시 자체가 레트로다. 경암동에는 옹기종기 모인 낡은 상가 사이로 폭 1m 남짓한 좁은 철도가 지금도 놓여 있다. 복고풍 교복을 빌려 입고 연탄불 앞에 쪼그리고 앉아 추억의 달고나를 해 먹는 경험은 쏠쏠한 추억을 부활시킨다. 공중전화나 게임기 등 곳곳에 놓인 소품도 압권. 영화 ‘장군의 아들’ 촬영지인 ‘히로쓰가옥’과 근대역사박물관까지 1시간 정도에 레트로한 맛을 다 즐길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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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천동 빵지 순례 코스의 명소 ‘옵스’(위), 영화 ‘1987’ 촬영지인 목포 서산동 ‘연희네슈퍼’(아래). 한국관광공사 제공

목포는 서산동 일대가 레트로 포인트다. 이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시간은 뭉텅 잘려 1980년대로 돌아간다. 영화 ‘1987’ 촬영지로 알려진 연희네슈퍼는 간판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당시 구멍가게를 고스란히 재현했다. 흑백사진을 찍어주는 유달동사진관과 1949년부터 운영 중인 빵집 ‘코롬방제과’도 SNS 핫스폿이다. 일본 건축 양식을 따라 지은 이훈동정원과 목포근대역사관을 둘러보며 역사를 되새겨보는 것도 강추.


인천은 요즘 손맛으로 코로나 블루를 쫓는 ‘낚캉스’ 명소로 뜨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한 달 만에 전국에서 1000여명 이상이 이용한 놀라운 언택트 낚시 바캉스. 심지어 주말에는 2주 전 풀부킹이 될 정도로 인기 코스다. 인천 연안부두 앞에서 배를 타고 4시간 정도 인천 앞바다를 훑고 우럭과 볼락을 낚은 뒤 선상에서 회를 쳐 먹고 돌아오는 코스다. 손맛을 못 본 도시어부들에게는 낚시 피크닉 코스도 있다. 아예 회김밥을 싸 들고 배에 오른다. 손맛을 못 본들 어떠리. 도시락과 함께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른다는 선상 라면을 끓여 먹고 컴백한다.

2. 스피드 보트·섬티아고…

테마형 다이내믹 나들이…Activity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시간은 1분 30초. 단양과 사랑에 빠지는 시간은…단 5초.”


문화해설사가 항상 단양을 소개할 때 붙이는 서두. 누구나 가는 순간 딱 5초 만에 사랑에 빠져버리는 매력의 도시, 단양이다. 코로나 블루 해소에는 뭐니 뭐니 해도 액티비티다. 아예 도시 전체가 액티비티 메카로 뜬 곳이 단양이다.


우선 육(陸). 언택트 트레킹으로 편히 걸어볼 수 있는 길이 도처에 널려 있다. 느림보길과 단양강 잔도는 충북도가 추천한 녹색걷기길 20곳에 올라 있다. 특히, 단양강 잔도는 단양읍 고수대교, 상상의거리, 수양개빛터널 등 야경 명소에서 낮보다 아름다운 단양의 밤 풍경을 즐기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다음은 해. 정확히는 해(海)가 아니라 강(江)이다.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 나와 난리가 난 곳, 도담삼봉이다. 강 위에 봉긋, 3개의 봉이 솟은 것도 희한한데 그걸 액티비티 도시답게 보트를 타고 즐긴다. 멀리 사진이나 찍고 빠지던 이 삼봉을, 세상에 제트보트로 코앞에서 볼 수 있다니. 8인용 초고속 보트에 오르면 시속 40~50㎞ 쾌속으로 달리며 봉과 봉 사이를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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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시내를 내려다보면서 즐기는 패러글라이딩(위), 인천 앞바다 낚시 투어(아래), 충남 서산의 자연휴양림 용화산에서 즐기는 ‘로프어드벤처’(아래). 한국관광공사 제공

마지막 방점은 하늘에서 찍는다. 패러글라이딩과 함께 이곳 하이라이트가 바로 경비행기 투어. 둥실 바람을 타고 허공을 가르는 맛, 단양의 아찔한 맛이다.


잊을 뻔했다. 모든 여행의 끝판왕, 시장 투어. 단양 8경으로 곳곳의 포인트를 찍고 난 다음, 9경 코스로 오라고 시장 이름도 ‘단양구경’이다. 사람이 된다는 흑마늘이 유명하니 무조건 드셔보실 것.


1004개의 섬과 섬이 절묘하게 거리 두기를 하는 최고의 언택트 여행지 전남 신안도 빼놓을 수 없다. 800㎞짜리 힐링의 대명사 산티아고에 빗대 이곳은 ‘섬티아고’라 불린다. 액티비티로 트레킹을 원하는 트레킹 마니아들은 볼 것 없다. 무조건 신안행이다.


신안에서도 가장 핫한 곳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면서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청정의 섬’ 병풍도. 1004섬 신안군의 작은 섬 병풍도는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으로 자연의 신비함이 숨겨져 있다는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는 섬이다. 여기에 최근 예수의 12제자 천사 조각상이 설치돼 또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압권은 ‘작은 예배당’ 12개. 한국 기독교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순교자인 문준경 전도사의 발자취를 따라 세계 어디에도 없는 작은 예배당 12개가 거리 두기를 하며 서 있다. 12개의 예배당을 연결한 길이 ‘12사도 순례길’이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본떠 ‘섬티아고’라는 애칭이 등장한 것도 이 길 때문이다.

3. 자연휴양림·숲길 체험…

가족과 함께…오붓한 Family 여행지


코로나19 시대 뉴노멀 여행을 주도하는 뉴 트렌드가 자연휴양림이다. 인파로 북적거리는 바다나 계곡 대신, 다른 사람과 접촉을 피하면서 쾌적한 환경을 벗 삼아 심신의 피로를 풀고 가벼운 산책과 명상도 할 수 있다.


요즘은 테마도 있다. 지루할 틈이 없다. 대표적인 곳이 충남 서산에서 뜬 자연휴양림 용화산이다. 최초 액티비티형 휴양림이니 무조건 아이와 함께 가야 한다.


산림욕장의 끝 지점 계곡을 지나면 새로운 건물이 눈에 띈다. 2020년 4월 새로 개장한 산림 레포츠 체험시설이다. 심지어 실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전천후 이용 가능한 산림 레포츠 체험시설은 전국 휴양림 중 유일하다.


야외 프로그램은 당연히 압권이다. 인공암벽과 하늘날다람쥐, 숲속날기 등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슬라이드 슈트와 헬멧을 착용하고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수직슬라이드’에는 얌전한 아이들도 열광한다.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8m 높이의 타워에 오른 뒤 80m 레일에 몸을 맡겨 산속 짚라인을 전국에서 유일하게 실내에서 체험하는 ‘짚재그’도 매력.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전문 운영인력의 지시에 따라 20여개 코스를 완주하며 자신감 향상과 전신 근력운동을 할 수 있는 ‘로프어드벤처’, 나무 재질로 바꾼 인공암벽이 주는 따뜻함과 여러 가지 모양의 홀드를 잡고 자연암벽을 오르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전신운동형 체험시설인 ‘디자인암벽’ 등도 인기다.


동적인 활동 못지않게 숲 해설 프로그램, 숲 명상 프로그램, 계곡 탐사, 우드버닝 목공예 체험 등 정적인 활동 프로그램도 맛깔스럽다. 연립동 3동 13실, 휴양관 1동 8실, 숲속수련장 1동 3실. 야영시설 덱 30면(13.32㎡, 3.7×3.6) 등에서 숙박이 가능하다.


경기권에는 자연휴양림 양대 산맥, 중미산과 유명산이 버티고 있다.


양평 국립산음자연휴양림 옆 양평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6-6번)를 타면 이내 중미산이다. 이곳 휴양림은 ‘태교 트레킹’으로 정평이 나 있다. 숲 해설 산책로를 따라 1.2㎞짜리 ‘태교의 숲길’이 이어진다. 사박사박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배 속 아이도 신이 나 꿈틀거린다. 사실 이곳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은 오리엔티어링이다. 이게 꽤 흥미롭다. 잣나무와 낙엽송이 우거진 숲길 사이로 나침반 하나에 의존해 목표 지점을 찾아가는 익스트림 레저 중 하나다. 직접 해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인근 볼거리는 용문사다. 1000년 넘었다는 용문사 은행나무는 전국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 TV 프로그램에서 책정된 가격만 무려 1조6000억원대. 그래서 이곳 템플스테이는 가을에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아닌 게 아니라 원족(나들이) 갔다 은행 열매 하나만 잘 주워도 몸값을 감안하면 본전 뽑고도 남는다.


펜션에서 하룻밤 묵으며 쌓인 피로를 푸는 것도 좋지만 그저 숲길만 걸어봐도 힐링이 된다. 용산~용문 간 중앙선 전철이 개통되면서 ‘일일 휴가’ 코스로도 안성맞춤. 잊을 뻔했다. 이곳 천문대 역시 아이들과 함께 꼭 둘러봐야 할 여름철 버킷리스트 코스. 미리 예약을 하면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실제 눈으로 감상할 수 있다.


중미산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유명산 자연휴양림. 이곳은 8만㎡(약 2만4000평)가 넘는 자생식물원 때문에 톡톡히 유명세를 타고 있다. 자연교육과 생태교육이 함께 이뤄지는 유일한 휴양림인 셈이다. 테마도 있다. 난대식물원과 함께 박하, 산마늘 등 향료 식물 135종이 모여 있는 ‘향료식물원’이 명불허전. 금낭화 벌개미취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우리꽃길도 명품이다.


캠핑장도 요즘 차박(차로 가서 숙박) 붐을 타고 인기몰이 중이다.


강원도 인제군 선바위자연캠핑장도 보석 같은 곳으로 꼽힌다. 옛날 나무꾼과 선녀들이 신선놀음하던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강원 인제 용대삼거리 하고도, 미시령계곡 선바위 아래 둥지를 트고 있다. 깨끗한 계곡물에 기암절벽까지 어우러졌으니 그야말로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산 중턱에 걸친 묘한 운무. 수려한 산새. 고요한 자연의 소리가 청아하게 맴돌고 별빛이 쏟아지는 감동을 자아낸다. 숲과 계곡 바로 옆에 2실의 숙박시설과 30개의 야영 덱 시설을 갖추고 있다. 가장 큰 매력은 천연 에어컨이다. 한여름 도심보다 7~8℃ 낮은 온도를 유지한다.


캠핑장에서 나와 속초 방면 미시령터널을 통과, 10분 거리에 내려다 보이는 청초호 전경은 한 폭의 산수화를 펼쳐놓은 듯 수려한 풍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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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부터)전남 신안 태평염생식물원, 영광 백수해안도로, 제주 신창풍차해안도로. 한국관광공사 제공

4. 힐링로드로 떠나라…

차 안에서 즐기는 드라이브 스루 명당


바다, 드라이브, 경치, 당일치기. 힐링 드림팀이 총출동한다. 자연친화 여행 코스에 ‘힐링로드’만 한 게 없다. 가볍게 반나절, 길어야 하루 새 찍고 올 수 있는 보석 같은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포인트가 있다.


청정 여행지로 코로나19 시대 오히려 여행족으로 붐비는 동해 하고도 삼척. 넘버원 드라이브 스루 여행지는 ‘삼척 새천년해안도로’다. 검푸른 동해, 진한 갯내음에 그저 창문을 열고 달리기만 해도 코로나 블루가 날아갈 것 같다. 삼척 해수욕장과 삼척항을 잇는 길이는 4.8㎞. 자연이 깎고 다듬은 기암괴석과 우거진 송림이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연출한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 날이면 도로 위로 솟구칠 듯 파도가 몰아치는데 그 광경이 일품이다. 소원 명당이 있는 소망의 탑과 바다를 끼고 도는 비치조각공원 덕에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새천년해안도로와 함께 쌍으로 ‘스루’해야 하는 드라이브 코스가 강릉 헌화로다. 도로와 해안이 맞닿아 이국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옅은 옥빛에서 청록색까지 다채로운 물빛이 백미. 그러고 보니 낯이 익다. 맞다. 인기 드라마 ‘시그널’ 최종회에서 항공 촬영을 통해 소개된 바로 그 장면의 그곳이다.


헌화로의 매력은 또 있다. 국내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도로가 바로 여기다. 강원 강릉시 옥계면 금진해변에서 북으로 심곡항을 거쳐 정동진항까지 이어진다. 하이라이트 구간은 금진해변에서 금진항을 지나 심곡항에 이르는 그 사이. 파란 하늘과 웅장한 해안 절벽, 쪽빛 바다가 어우러지며 그림 같은 풍광을 만들어낸다. 2㎞ 남짓 짧은 거리가 아쉽다면 금진항이나 심곡항에 차를 세우고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도로와 바다 사이에 길이 있어 걷기 편하다.


남도에도 드라이브 스루 명당이 많다. 올여름 남행을 고집한다면 ‘영광 백수해안도로’만큼은 기억해둘 것. 전남 영광군 백수읍 길용리에서 백암리 석구미마을까지 16.8㎞를 뻗어간다. 영광 8경 중 제1경으로 꼽히니 말 다했다. 칠산 앞바다의 구불구불한 해안선과 크고 작은 섬을 바라보며 질주하는 맛이 있다. 드라이브광은 삼척 새천년해안도로에 필적할 만한 서해 대표 드라이브 코스로 이곳을 꼽는다.


굽이도는 10㎞ 해변길을 달리다 보면 해안 절벽 사이로 멋들어지게 솟아오른 바위와 여기저기 자리한 암초가 오묘한 풍광을 조합해낸다. 골든타임은 일몰. 일몰 때 바다 풍경은 동해 일산 일출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아름답다는 평이다.


경상도 쪽이라면 통영 삼칭이길을 강추한다. 경남 통영 삼칭이 바윗길은 통영 영리마을 해안선을 따라 나 있는 총 4㎞ 해안도로다. 푸른 바다 위로 별 같은 윤슬이 가득한 풍경은 황홀 그 자체다. 95% 정도가 평지다. 잠시 차를 대고 쉬어가기도, 해안도로 자전거 대여점에서 자전거를 빌려 바람을 맞으며 달려보는 것도 좋겠다. 모든 게 귀찮다면, 그저 바다만 보고 돌아가도 좋겠다.


해안도로를 따라 쭉 가다 보면 ‘통영등대낚시공원’이 나온다. 이순신 장군 한산대첩으로 유명한 한산도가 맞은편에 있어 뜻깊은 역사의 순간까지 느껴볼 수 있다.


제주로 날아갔다면 신창풍차해안도로 만큼은 달려보실 것. 제주 서쪽 끝을 따라 연결된 도로다. 해상풍력 단지가 있어 줄지어 선 풍차를 만나는 맛이 일품. 하얀 풍차와 에메랄드빛 바다는 답답한 우리 마음에 청량함을 선사한다.

익스피디아 선정 힐링 여행지 5곳

ASMR 여행?…코로나19 없는 ‘오감만족 힐링’


한번 대박은 영원한 대박이다. 여행족이 몰려도 ‘거리 두기’와 철저한 방역 모드로 즐기면 사실 문제 될 게 없다. 익스피디아가 최근 전국 유명 여행지 중에서 코로나19 시대, 오감 만족을 통한 힐링 포인트 5곳을 선정해서 눈길을 끈다.


첫 번째, ‘ASMR’ 소리로 힐링을 할 수 있는 곳이 전남 완도군 몽돌해변이다. 이곳은 그야말로 ASMR 여행지. 인파가 몰리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가 이어지니 자연스럽게 언택트도 가능하다. 길이 800m, 폭 200m의 해변을 가득 채운 둥근 몽돌들이 파도에 서로 부딪치는 소리, ‘자그르르’로 귓전을 때린다. 해변을 따라 펼쳐진 울창한 상록수림은 머리를 식히며 걷기에 좋다. 숙소로는 해변에 위치한 리조트 객실에서 탁 트인 다도해 전망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완도수목원펜션(평점 4.1, 익스피디아 기준, 이하 동일)을 이용하는 것을 강추. 한적한 숲속에 위치한 독채 또는 카라반에서 색다른 하루를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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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바람의 촉각 힐링이라면 강원 태백시 ‘바람의언덕’으로 향하면 된다. 매봉산풍력발전단지는 바람의언덕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 거대한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서서 시원한 산바람을 만끽하면 절로 코로나 블루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탁 트인 시야에 들어오는 태백의 산들과, 능선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 푸른 고랭지 배추밭까지, 눈도 마음도 몸도 힐링이다. 숙소는 정선의 파크로쉬리조트&웰니스(평점 4.5)가 제격. 비대면 요가와 명상 클래스 등 다양한 웰니스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시각 힐링 포인트는 일몰 타임 핑크빛으로 물드는 왜목마을이다. 충남 당진 왜목마을은 일몰과 일출을 모두 즐길 수 있는 멀티 포인트다. 서해의 일몰은 기본. 동해 방향으로 해안이 돌출돼 있는 지리적 특성 덕에 지평선 가까이에서 떠오르는 일출도 감상할 수 있다. 해안가를 따라 이어진 왜목항에서는 싱싱한 해산물도 맛볼 수 있다.


미각으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무주. 특히나 애주가라면 전북 무주군의 동굴 와이너리를 한 번쯤 방문해봐야 한다. 적상산 중턱에 위치한 머루와인동굴에서는 지역 농가에서 재배한 머루를 숙성시켜 만든 국산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와인으로 족욕을 하는 독특한 체험은 덤. 한여름에도 평균 13도를 유지하는 동굴 안은 더운 날씨에 땀 식히기에도 좋다. 휴식을 위한 여행을 계획한다면 덕유산자연휴양림 근방의 무주리조텔(평점 4.2)을 이용하거나, 전 객실이 독채로 이뤄진 무주아일랜드 펜션(평점 5)에 머무는 것을 추천한다.


후각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여행지도 있다. 충북 단양군의 이름난 헌책방 새한서점이다. 약 12만여권 장서를 품고 산속에 자리 잡은 이 서점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화 ‘내부자들’ 촬영지로 입소문을 타기도 한 곳. 빽빽한 책장 속 눈길을 사로잡은 책이 있다면, 여행의 동행으로 삼아보자. 책을 펼칠 때마다 산속 책방 고즈넉한 분위기가 느껴질 것이다. 충주호 가까이의 소노문단양리조트(평점 4)에 머문다면 스파 등 부대시설을 이용하거나, 남한강변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도 좋다.

도심 속 특급호텔 버금가는 전통 한옥호텔

한옥의 힘…코로나19도 비켜간다


곡선. 고즈넉함. 여기에 언택트한 독채형 구조. 코로나19 시대를 이겨내는 ‘한옥의 힘’이다. 코로나19 쇼크에 도심 속 특급호텔이 주춤하는 사이, 독채형 한옥호텔이 뜨고 있다. 놀기 위해 자는 게 아니라 자기 위해 놀러 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 여행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세월의 흔적이 주는 멋스러움, 고급 호텔의 편안함과 럭셔리함으로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를 홀린 국내 전통 한옥호텔을 소개해드린다.


1. 서울 취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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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도 절묘하다. 한국의 대표 궁, 경복궁과 창경궁 사이다. 그곳에 둥지를 튼 서울 북촌 취운정. 근대에 지어진 오래된 한옥을 재건한 부티크 호텔로 보면 된다. 조선시대 왕이 궐 밖을 행차할 때 쉬어가던 정자인 취운정에서 이름을 차용했다. 이곳 객실도 한국적 정취를 그대로 품고 있다.


취운정에 마련된 총 4개의 객실은 주인이 직접 수집한 한국 전통민화부터 도자 작품으로 꾸며져 있다. 마치 작은 한국 전통 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각 방마다 편백나무로 만든 욕조와 아로마 입욕제가 준비된 것도 매력이다. 한국적 정서를 가장 많이 품고 있는 주변 북촌 지역을 바쁘게 관광하고 돌아온 뒤 피로를 풀기에는 그야말로 딱이다. 목욕 후에는 사방이 창으로 된 방에서 여러 차 종류로 구성된 미니바를 즐기면 된다. 코로나 블루여, 스트레스여 안녕이다.


2. 인천 경원재앰배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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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는 첨단, 머무는 곳은 전통이다. 이율배반적 매력으로 유명한 곳, 경원재앰배서더인천이다.


송도신도시는 초고층 건물이 뿜어내는 오색빛의 조명으로 유명하다. 여기에 한옥호텔인 ‘경원재앰배서더’만의 한국적 색채의 빛까지 더해지면 더욱 이색적인 도시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경원재앰배서더는 전통 건축 명장들이 호텔 건축에 대거 참여해 온돌과 한지로 마감된 벽 등으로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 한옥호텔 중 최초로 5성 등급을 획득한 것도 인상적이다. 센트럴파크 내에 위치해 있어 조용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언택트 여행의 완성이다.


3. 경주 산죽한옥마을 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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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 경주 편 촬영지로 등장해 눈길을 끈 곳, 경주에 위치한 산죽한옥마을이다.


총 10개의 객실이 전통 한옥, 초가, 너와 스타일로 구성돼 있다. 객실 내부에는 주방시설, 비데, TV, 냉장고 등 현대적 시설을 갖춰 투숙객의 편의를 높인 게 매력. 이곳의 압권은 음식이다. 참숯 떡갈비와 직접 담근 장으로 만든 정성 가득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산죽한정식 레스토랑’, 전통 수제차를 즐길 수 있는 ‘카페 산죽다향’까지 한국 음식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다. 조선 목기, 생활 가구를 엿볼 수 있는 ‘산죽박물관’도 놓치지 말 것.


4. 남원 남원예촌by켄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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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오히려 예약이 힘든 기현상을 빚고 있는 곳, 남원예촌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한옥 명장들이 직접 시공에 참여해 선조의 지혜와 가치를 살린 남원예촌by켄싱턴.


시멘트와 스티로폼 등 화학 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황토와 대나무 등을 사용해 자연 그대로를 담아 더욱 특별한 느낌을 준다. 백제시대 전통 기법으로 지은 연꽃 정자 ‘부용정’에서는 한지 부채와 손거울, 고무신 만들기 체험도 운영한단다. 조식은 전복죽, 황태해장국, 소고기미역국, 추어탕 등 총 4가지 한식 메뉴 중 선택. 비말 걱정되는 식상한 뷔페식은 없다. 남원고속버스터미널에서 차로 7분 거리며 춘향테마파크, 광한루원 등 남원 명소를 도보로 다녀올 수 있다.


신익수 매일경제 여행·레저 전문기자 soo@mk.co.kr

2020.07.1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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