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10마리가 매출 10조로,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

우리나라 축산업 부동의 1위, 하림그룹의 창시자

2014년, 프랑스 파리 근교의 퐁텐블로 오세나 경매소에 나폴레옹의 2각 모자가 출품됐다. 경매 결과 이 모자는 188만 4,000유로, 당시 환율로 원화 약 26억 원에 한국인에게 낙찰됐다. 나폴레옹 모자 경매 낙찰을 받은 이는 한국 ‘하림그룹’의 김홍국 회장(이하 직함 생략)이었다. 모자 낙찰에 대해 그는 평소 나폴레옹의 ‘불가능은 없다’는 도전정신을 높이 사 왔으며, 기업가 정신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의미에서 구매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홍국이 하림그룹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평소의 낙천적인 성격,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도전정신 덕분이라고 주로 이야기된다.

선물 받은 병아리 10마리에서 시작된 양계사업

학창시절의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김홍국은 1957년 6월 27일 전라북도 익산에서 전북대학교 농대 교수를 지낸 부친과 초등학교 교사를 하던 모친 사이에서 4남 2녀 가운데 3남으로 태어났다. 유년기 그의 부친은 교편을 놓고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이것이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어린 시절을 그리 풍족하게 보내지 못했다. 때문에 그는 어린시절부터 돈에 대한 감각이 남달랐고, 주변으로부터 사업 수완이 좋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가 처음으로 한 사업은 11살 때 외조모가 사준 병아리 10마리로 시작한 양계 ‘사업’이었다.


처음에는 미꾸라지와 개구리를 잡아서 삶고, 쌀독의 쌀을 퍼서 병아리들을 먹였다. 그는 잘 자란 닭을 눈여겨보던 동네 닭장수들에게 팔아 병아리 값의 40배의 돈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이를 종잣돈으로 삼아 기르는 병아리의 수를 더 늘렸다. 10마리였던 병아리는 200마리로 늘어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양계를 넘어 염소와 돼지까지 키우기 시작했다. 10리 밖의 읍내에 나가 돼지들을 먹일 음식 찌꺼기를 구해오는 게 하루 일과가 됐다. 양계사업에 재미를 느낀 그는 집안에서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리농업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닭값의 폭락, 잠시 사업을 접다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삼장통합의 아이디어를 내다

학창시절 그는 양계장을 직접 설계하고 시공해 1,000여 마리의 닭을 키웠으며, 돼지도 30여 마리로 늘렸다. 당시 월 수익은 300만 원이 넘었다. 실로 사업이라 부를 만한 규모였다. 김홍국은 보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가기 위해 18세의 나이에 자본금 4,000만 원으로 ‘황등농장’을 설립하게 된다. 당시만 하더라도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한 황등농장은 개업 후 승승장구했고, 그렇게 정착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의 양계사업은 마냥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창업 후 순항하던 황등농장에 닭값 폭락파동이 일어나면서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그는 황등농장을 포기하고 식품회사에 영업 사원으로 취직해 훗날을 도모하게 된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그는 수익화를 위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상하게 되는데, 이는 하림이 ‘삼장통합‘으로 부르는 통합경영의 아이디어였다. 삼장통합이란 1차 농축산물에 부가가치를 만들어 2차 가공식품으로 만들고, 이를 그대로 유통하는 형태를 이야기한다. 즉, 농장과 공장, 시장을 통합해서 경영하는 방식이었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성공을 거두다​

삼장통합을 통해 그는 생산 원가를 조절하고 물류구조를 개선하며 유통마진을 확대하는 방향을 꾀하고자 했다. 1986년, 김홍국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냈다. 그리고 2년 동안 모은 월급으로 양계장을 인수하고, 업계 최초로 병아리 위탁 사육 시스템을 도입했다. 부지 매입과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대신, 농가에 시설재, 사료 등을 공급하는 조건이었다.

비즈니스 분야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2016 EY 최우수 기업가상을 수상한 김홍국 회장

그의 아이디어는 성공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여기에 정부의 시책이 날개를 달아줬다. 육계 계열화사업의 이야기다. 육계 계열화사업이란 가축의 사육과 축산물의 생산, 도축, 가공, 유통 기능의 전부 또는 일부를 통합 경영하는 사업을 말한다. 즉, 하림이 이야기하는 삼장통합과 다를 바 없다. 1984년 축산법 개정을 통해 육계 계열화사업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1990년대에 들어서는 육계사육단지 조성사업과 계열업체 육성사업이 실시됐다. 이 과정에서 하림을 비롯해 마니커, 체리부 등의 기업들이 집중적인 지원을 받았으며, 그 덕에 하림은 빠른 속도로 성장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연이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

1980년대 말부터 양념치킨 체인점들이 늘어나면서 하림의 매출은 해가 갈수록 커졌다. 성장하던 하림에 다시금 위기가 찾아온 것은 1990년대 말이었다. 국제금융위기가 대한민국을 덮친 것이다. 굴지의 대기업들이 하루가 멀다고 쓰러지는 와중에, 하림은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려 돌파구를 찾았다.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산하 국제금융공사(IFC)로부터 2,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위기를 벗어난 것이다.

신 공장의 건설로 하림은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간신히 위기를 넘긴 이들에게 다시 한번의 위기가 2003년 5월에 찾아온다.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연건평 1만 평이 넘는 본사 공장이 전소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조류독감이 유행하면서 닭고기의 소비가 30%나 감소했다. 이로 인해 하림의 사업은 미증유의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하지만 사업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 속에서, 하림은 다른 기업의 공장을 빌려서 생산라인을 가동하는 한편 대출을 받아 신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신 공장을 통해 하림은 이전에 비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 탄탄히 다지게 된다.

재계 서열 26위로 성장하다

2001년 창립된 세계 최초의 식품 중심 홈쇼핑 회사이자 하림그룹 계열사, NS홈쇼핑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림이라는 기업명을 들으면 닭고기를 제일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하림은 닭고기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또 이 사업들 대부분이 상당한 성과를 거둬들이고 있다. 김홍국은 회사의 성장 단계에서 닭고기 가공업체 올품, 가축사료 전문기업 천하제일사료, 가축약품 전문 회사 한국썸벨, 양돈과 사료부문 전문 기업 선진, 팜스코, 오리 계열화 업체 주원산오리 등 가축 사육에 관련된 대부분의 시장을 거머쥐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농수산식품 전문 홈쇼핑 업체인 NS홈쇼핑도 하림그룹의 자회사며, 지난 2013년에는 종합식품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해 종합식품사인 하림식품도 설립했다. 2015년에는 팬오션을 하림그룹의 계열사로 편입해 원자재를 나르는 국내 제1의 벌크선사를 가지게 됐다.


인수합병과 사업확장을 통해 현재 하림그룹은 자산총액 11조 9천억 원으로 재계 서열 26위의 그룹사다. 하림그룹은 6개의 상장법인과 96개 법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종사자의 수는 16,000여 명에 달한다. 주목할 점은 이들의 재계 서열 순위가 빠른 속도로 상승 중이라는 점이다. 2017년 발표된 자료는 자산총액 10조 5천억 원으로 재계 서열 32위였는데, 1년 만에 6계단이 올랐다. 하림그룹은 지금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제는 위탁농민도 돌아봐야 할 때

현재 하림그룹은 스마트팩토리 등의 차세대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공격적인 경영으로 성장하고 있는 하림이며, 이 성장을 김홍국이 전면에서 주도했다. 하지만 현재 김홍국은 하림식품의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집중적으로 규제하기 시작했는데, 하림은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기업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김홍국이 아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편법이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데, 김상조 현 정책실장이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취임한 뒤 9개월 동안 현장조사가 무려 7번이나 이뤄졌을 정도다. 김홍국은 빠른 그룹사의 성장으로 인한 성장통을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림그룹에 대한 농민들의 비판도 앞으로 김홍국이 넘어야 할 숙제다. 하림이 성장할 수 있었던 삼장통합은 위탁농가를 소작농화시켰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위탁농가의 소득이 높아지지 않고 있음에도 회사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데에서, 이들의 성장 이면에 농가의 진통이 있었음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규모가 커진 만큼, 회사와 임원 개인의 사회적 책임도 커지기 마련이다. 현재 김홍국은 그룹사의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사의 핵심 사업인 축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성장뿐만 아니라, 하림그룹은 자신들의 성장을 지지해준 농가를 함께 돌아봐야 할 것이다.


최덕수 press@daily.co.kr

2019.11.2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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