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의사가 만들어 누적판매 150억개 팔아치운 한국 음료
국내 최초 두유 베지밀
두유의 대명사인 베지밀은 1967년에 판매를 시작한 제품이다. 세상에 나타난 지 반세기가 넘은 베지밀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음식이며 훌륭한 식사 대용품으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기에 언제부터 유통되기 시작했으며 어떻게 발명됐는지 평소에는 별다른 궁금증이 없었을 수 있다. 작은 유리병과 종이팩에 담긴 두유가 빛을 보기 까지의 과정과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스토리가 얽혀 있다. 베지밀의 역사와 여러 사실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소아과의사의 고민에서 시작된 두유
사진 : 정식품 |
정식품의 창업주이자 베지밀을 개발한 장본인은 故정재원 명예회장이다. 식품회사의 창업주이지만 회사를 설립하기 전에 의사검정고시에 합격해 소아과에서 의사 생활을 했었던 정 명예회장은 당시 영양실조 등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찾고자 오랜 시간 연구에 몰두했다. 선진 기술을 배우기 위해 유학중이었던 미국에서 1964년에 유당불내증이라는 병을 알게 되고 모유나 우유에 함유된 유당 성분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한 것이 아이들의 사망원인이었음을 발견한다.
두유 개발과 특허
사진 : 유튜브 <정식품> |
이후 유당이 없고 영양소가 풍부한 콩을 가지고 두유를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밤낮 없는 연구의 반복으로 드디어 베지밀이 탄생했다. 1967년 `영양성두유 제조방법` 국내 특허와 영양식품 허가를 획득하는 결실을 맺었고 시제품을 생산했다. 1937년부터 끊임없이 연구를 이어 왔던 정 회장의 열정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식물성 영양 우유인 베지밀은 당시 유당 소화장애로 고통을 받던 어린 아기들에게 모유나 우유의 대용식품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가내 수공업 형태로 판매 시작
사진 : 유튜브 <정식품> |
특허와 허가 이후 본격적인 시판을 준비했지만 처음부터 바로 공장 시스템이 가동된 것은 아니었다. 자금을 가지고 있는 기업으로부터의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았고 과정 중에 여러 어려움이 많았던 터라 처음에는 정 회장 본인이 운영하던 소아과 옆의 지하 공간에 작은 기계를 들여 놓고 가내 수공업으로 두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수작업으로는 하루 500여병의 두유를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에 나섰다.
정식품 설립
사진 : 유튜브 <정식품> |
이후 소비자들의 수요는 점점 늘어났고 더 이상 가내 수공업으로는 불가능해 1973년에 하루 20만병 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하고 ㈜정.식품을 설립하게 된다. 시간이 더 지나 1984년 더 큰 규모와 시설을 갖춘 청주공장을 준공하고 1985년에는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제품 개발과 품질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지금의 정식품이 있기까지는 이러한 수많은 과정들이 있었다. 단순한 제품 개발이 아닌 의사로서의 소명으로 시작된 연구는 지금의 베지밀을 만들어 냈다.
베지밀 네이밍에 대한 설명
사진 : 유튜브 <정식품> |
콩으로 만든 우유는 식물성이라는 점에 착안해 식물(vegetable)과 우유(milk)의 영문명을 합쳐 식물성 우유라는 뜻의 베지밀이라는 이름이 탄생됐다. 처음에는 식물성 우유라고 불리다가 베지밀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참고로 덧붙이자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베지밀A와 베지밀B의 경우 원재료 및 영양성분에 차이가 없으나 베지밀A는 두유 고유의 맛에 가깝도록 담백한 맛으로 설계했으며, 베지밀B는 두유의 텁텁한 맛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층 더 달콤한 맛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베지밀 영양 성분
사진 : 정식품 공식 블로그 |
베지밀은 콩 농축액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콩 속살을 갈아 만든다고 한다. 단백질과 필수 지방산, 식이섬유 등이 풍부한 콩에 각종 비타민과 엽산, 철분과 칼슘, 나이아신과 인 등의 여러 영양소들을 더했다. 두유 한 병에 해당하는 칼로리는 110칼로리로 한 끼 식사로는 부족하지만 간단하게 허기를 달랠 때 유용하다. 기본 두유 외에도 검은콩이 들어간 두유를 먹는 것도 좋다. 검은콩에 들어 있는 안토시아닌은 시력에 좋다고 하며 항암 작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누적판매량
사진 : 정식품 공식 블로그 |
현재까지 팔린 베지밀의 수량은 150억 개를 넘어섰다. 이를 일렬로 줄지어 세워 본다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1850번가량 왕복할 수 있고 지구를 39.5바퀴나 돌고도 남는 정도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베지밀A와 베지밀B의 누적 판매량은 40억 개가 넘었다. 머릿속으로 떠올리기 힘들 정도의 양이 5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판매됐으며 여전히 베지밀의 존재감은 건재하다. 옛날보다 음료의 종류들이 많아진 상황에서 오리지널 두유 외에도 현대인의 입맛에 맞춘 다양한 스타일의 두유를 새롭게 선보인 것 또한 그 비결 중 하나일 것이다.
시장점유율
2016년 정식품의 두유시장 점유율은 51.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두유시장이 2014년 3950억 원, 2015년 3750억 원, 2016년 3620억 원 등으로 감소한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국내외적으로 불안정한 경제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작더라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시장점유율은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베지밀의 브랜드성과 두텁게 쌓아온 신뢰 덕에 두유 시장 내에서의 견고한 입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베지밀 변천사
사진 : 정식품 SNS |
다르지만 더 인기 있는 쪽은 병에 담긴 베지밀이다. 1967년 출시된 베지밀은 지금의 매끄러운 모양의 유리병이 아닌 육각형 모양처럼 각이 져 있는 형태였으며 병따개가 있어야 열 수 있는 뚜껑이었다. 이후 사이다 같은 초록색의 유리병과 갈색병 등을 거쳤으며 로고 모양도 점차 현재 모습에 가까워졌다. 그러다가 지금처럼 병따개 없이도 쉽게 열 수 있는 뚜껑으로 완성됐다.
다양해진 베지밀 종류
현재는 오리지널 두유 외에도 다양한 맛이 시중에 나와 있어 옛날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종류가 많다. 갖가지 곡물을 넣어 만든 것으로는 귀리 두유와 검은콩 두유, 검은참깨 두유, 아몬드와 호두 두유, 16곡 두유 등이 있으며 검은콩 두유와 아몬드 호두 두유는 고소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단맛으로 인기가 많다. 또한 애플망고 두유와 요거트 맛 두유, 복숭아 맛 두유 등의 상큼한 맛이 더해진 색다른 두유도 있으며 녹차의 풍미를 더한 녹차 베지밀도 호평을 얻었다.
정해린 press@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