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재벌3세 중 ‘갑’인 이유

인문학을 중히 여기는 경영자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재벌3세 중

1968년생으로 그룹사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 중에서는 비교적 젊은 나이인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을 대표하는 단어는 ‘인문학’이다. 남다른 인문학 사랑을 보이는 정 부회장은 그룹 경영에도 인문학적 통찰력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덕에 신세계그룹의 새로운 상품, 서비스들은 항상 인문과 예술, 패션에 중점을 둔 상품들로 매번 좋은 평가를 받으며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지난 몇 년 간의 주력 상품들을 훑어보면 이와 같은 정 부회장의 경영철학을 보다 명료하게 확인할 수 있다.

문화를 소비하다, 스타벅스코리아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재벌3세 중

각종 악재로 곤혹을 겪고 있는 미국 현지에서와는 달리 호실적을 올리고 있는 스타벅스코리아

전 세계 곳곳에서 성공을 거둔 바 있는 커피 프렌차이즈 스타벅스의 국내 실적은 그 중에서도 돋보인다. 작년 매출 1조 2천억 원, 영업이익 천백억 원을 돌파한 스타벅스코리아는 2013년부터 연간 100여곳을 신규 출점하며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며 국내 커피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 스타벅스 본사와 이마트가 절반씩 지분을 나눠갖고 있는 스타벅스코리아는 정용진 부회장 덕에 국내 진출을 빠른 시기에 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부회장이 미국 유학시절 즐기던 스타벅스를 한국에 들여와 2000년 설립한 스타벅스코리아는 미국 시장에서 어닝쇼크의 부진한 실적으로 고전하는 스타벅스 본사와는 달리 연일 높은 실적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가격 거품을 뺀 자체 브랜드, 노브랜드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재벌3세 중

‘브랜드가 아닌 소비자’를 캐치프레이즈로 삼고 있는 노브랜드

이마트의 자체 PB(Private Brand) 브랜드인 ‘노브랜드’는 정용진 부회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이마트가 제조사로부터 물건을 납품받아 브랜드 없이 파는 PB 제품 노브랜드는 브랜드를 없애고 포장을 최소화해 제품 유통가를 유사 상품 대비 최대 60% 가량 저렴하게 공급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2015년 4월부터 전개되고 있는 노브랜드는 론칭 당시 와이퍼, 건전지 등 9개 상품으로 출시된 이래 한 달 만에 매출 1억 9천만 원을 달성했으며, 작년 연매출은 2,900억 원을 기록하며 큰 폭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노브랜드 PB 제품은 약 1,100여 종이 출시돼 판매되고 있으며, 기업형 수퍼마켓 형태의 ‘노브랜드 전문점’도 인기를 끌고 있다.

창고형 매장, 이마트 트레이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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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와의 직접 경쟁 선포, 그리고 이제는 코스트코보다도 많은 점포수를 보유하고 있는 이마트 트레이더스

신세계그룹이 10대 그룹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기반이 이마트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룹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이마트가 대형마트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에서도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한국식 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로 꼽힌다. 출범 6년 만에 연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바 있는 트레이더스(2016년 매출 1조 원 돌파, 2017년 1조 5,214억 원 기록)는 경쟁사와는 달리 연회비를 받지 않으며 한국인 입맛에 맞는 상품군을 통해 차별화를 꾀한 것이 주된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작년 12월 13호점, 14호점을 잇달아 오픈하며 국내 창고형 매장 중 가장 많은 점포망을 구축한 트레이더스는 올해에도 추가로 최대 2개 점포를 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식탁을 점령한 대세 간편식, 피코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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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 사이에서 ‘진리’로 통하는 간편식 브랜드 피코크

지난 2013년 처음 선을 보인 간편식 브랜드 ‘피코크’는 노브랜드보다 먼저 시도된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이자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작으로 이야기된다. 가격 경쟁보다는 품질, 맛으로 승부한다는 정 부회장의 역발상에서 출발한 피코크는 해외 유학파 출신 쉐프가 시장 트렌드를 분석하고 이를 직접 레시피로 구현해 만드는 고품질 간편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서도 낮은 유통가를 실현해 고정 수요층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피코크는 출시 첫해인 2013년 34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 750억 원, 2015년 1,270억 원, 2016년 1,900억 원, 작년에는 2,4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매년 눈부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어른들의 놀이터, 일렉트로마트와 스타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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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스타필드

신세계그룹의 성인들을 위한 놀이터 공략의 성과는 혀를 내두를 수준이다. 정용진 부회장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직접 주도해서 만든 일렉트로마트는 쇼핑에 소극적인 젊은 남성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불러들이고 있으며, 쇼핑과 놀거리, 먹을거리를 한 곳에 모두 모은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는 신세계그룹의 주력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타필드는 경기도 하남 1호점을 시작으로 서울 코엑스점, 고양점에 이어 올해 12월에 위례 신도시에 4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며, 가전전문매장 업계 후발주자임에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일렉트로마트는 올해 점포수를 30개까지 늘리고 연매출 5천억 원을 달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본격 글로벌 진출, PK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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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마켓을 표방하고 있는 PK마켓, 내년 미국 1호점이 오픈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이 현재 가장 의욕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미국 시장 진출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미국 진출을 위해 신세계의 대표 브랜드인 이마트 대신 신규 브랜드인 ‘PK마켓’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형 대형마트가 미국에서는 경쟁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PK마켓은 프리미엄 푸드 마켓을 컨셉으로 삼은 수퍼마켓으로, 가격보다는 브랜드의 고급화에 중점을 둔 제품 라인업이 특징이다. 내년 5월 미국 1호점 오픈을 목표로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PK마켓은 LA다운타운을 시작으로 5개 가량의 점포 오픈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 진출에 맞춰 PK마켓에는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한식, 일식, 중식, 동남아식 등의 아시안 토털 푸드를 선보이고 수퍼마켓에 레스토랑을 결합한 그로서란트(Grocery + Restaurant) 마켓을 표방할 계획으로, 아마존의 홀푸드마켓이 가장 직접적인 경쟁상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PK마켓은 홀푸드마켓 진출 지역에 중점적으로 점포를 오픈해 정면승부를 펼칠 계획이며, 미국에 이어 유럽, 호주 등으로 글로벌 진출 지역을 확대시킬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커머스 시장 공략 본격화, ICT 분야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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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를 중심으로 신세계그룹의 새로운 기술들이 활발히 테스트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4차 산업 시대 선도를 위해 끊임없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주로 시도되고 있는 것은 ICT와 유통업의 결합이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간편결제 등의 기술들이 신세계그룹의 유통망을 통해 시도되고 있는데, 실제로 자율주행 콘셉트 스마트카 ‘일라이’, 휴머노이드 로봇 ‘나오’, 쇼핑 도우미 ‘페퍼’ 등 여느 ICT 기업들보다도 신세계그룹은 새로운 시도는 빈도가 잦고 밀도가 높은 편이다. 오프라인 유통망을 넘어 이커머스 분야에서의 도전도 눈에 띄는데, 2014년 출범한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은 연 매출 1조 원을 돌파했으며 출범 4주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며 도전의 성과를 증명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

2018.06.1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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