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영화 추천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동심의 세계로
스릴러부터 로맨스, 추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있지만 ‘동화 같은 영화’를 뜻하는 단어는 없다. 물론 그 앞에 ‘어른들을 위한’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면 더욱 더 찾아보기 힘들다. 긴박감 넘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빠져드는 영화가 보고 싶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어렸을 적 동화책에서 본 것만 같은 순수하고 조금은 특이한 영화가 끌릴 때도 있다. 영화를 보는 그 짧은 순간만큼은 마치 어린아이가 되어 꿈꾸는 듯한 기분이 드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영화를 추천해본다.
빅피쉬
팀 버튼 감독이 선사하는 행복한 판타지 빅피쉬. 아버지의 병세가 위독하다는 말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온 아들 윌. 병상에 누운 아버지는 많은 이들이 그렇듯 과거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그야말로 동화 같은 모험담을 늘어놓으신다. 키가 4미터가 되는 거인과 함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하반신은 하나지만 상반신은 두 개인 샴쌍둥이 자매와 지구를 반 바퀴 돌아 집으로 돌아온 이야기, 늑대인간 서커스 단장에게 물려 죽을뻔한 이야기 등 당연히 거짓이라고 여겨지는 일들을 사실처럼 말하는 아버지. 과연 그의 이야기는 사실일까 거짓일까?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법한 동화 같은 이야기를 영화로 풀어낸 작품이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세계 최고의 부호인 마담 D의 피살사건! 의문의 살인을 당한 그녀의 유언은 무엇이고 범인은 누굴까? 1.33:1의 화면비율과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움직이는 인물들, 정확한 비율에 근거한 세트구성과 촬영방식 등 스토리뿐만 아니라 연출 자체로도 큰 주목을 받은 영화이다. 살인사건이라는 끔찍한 일을 중심으로 하지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위트 또한 매력이 가득하다. 정말 동화 같지만 동시에 동화 같지 않는 영화로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까지 받으며 완벽하게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영화의 자격을 갖추기도 했다.
더 폴: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하반신이 마비되어 절망의 나날들을 살아가고 있는 전직 스턴드맨 로이. 그리고 팔이 부러져 병원에 입원한 어린 꼬마 알렉산드리아. 로이가 알렉산드리아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 이야기는 알렉산드리아의 상상 속에서 현실화되어 매혹적인 영상으로 변신한다. 강렬한 원색과 장대한 자연, 비현실적 존재들이 가득한 상상은 마치 실제처럼 다가와 보는 이를 압도하게 만든다. 시작은 단순했지만 결코 결말은 단순해질 수 없는 영화. 아이의 순수함이 만들어낸 세계와 그 세계를 지탱하고 있는 어른의 씁쓸함이 대조되는 영화이다. 특히 CG없이 자연 그대로가 담긴 영상들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 거대한 규모의 스펙타클한 동화를 찾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아멜리에
마구잡이로 잘라놓은 듯한 단발머리에 동그랗게 뜬 눈, 익살스러운 표정까지.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오며 가며 한번쯤은 봤을 포스터의 영화 아멜리에이다. 동화 속 주인공처럼 생긴 아멜리에의 삶과 그녀의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강렬한 색감과 빠른 전개, 유머러스한 편집이 눈길을 끈다. 포스터만 보면 어릴 적부터 사랑 받고 자란 개구진 소녀를 떠올리겠지만 영화는 마냥 밝은 이야기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마냥 고독한 영화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아멜리에의 매력이지 않을까? 그 중에서도 분명한 것은 주인공 아멜리아(오도리 토투)가 이보다 더 사랑스러울 수는 없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이다.
문라이즈 킹덤
이제 막 12살이 된 소년 소녀 수지와 샘이 그려가는 이야기. 어린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지만 어린이 보다는 어른들을 겨냥한, 어른들이 보면 좋을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어른이 만들어놓은 울타리 속을 벗어나고자 하는 조숙한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뒤쫓는 어른들의 허둥지둥한 모습까지. 나이를 불문한 모든 이의 세상이 각자의 이야기와 사연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만든 웨스앤더슨 감독 특유의 동화스러운 분위기, 독특한 구도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는 점 또한 눈 여겨 볼만 하다.
늑대소년
현실적이지 않다. 그러나 현실이었으면 한다. 많은 이들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감상평 중 하나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송중기, 박보영이라는 배우가 있었음을 외면할 수는 없지만 이야기 그 자체로도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판타지를 기반으로 한 멜로 영화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오글거림과 비현실성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필수사항. 그럼에도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첫사랑의 순수함, 순도 높은 감성연출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주고 있다. 오글거린다거나 억지스럽다는 말을 연발하면서도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 흐르는 눈물을 어찌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당신의 기억, 행복한가요?”라고 묻는 포스터를 보자마자 어딘지 모르게 가슴 한 구석이 아려왔다면 지금 바로 재생 버튼을 눌러도 좋다. 화려한 영상과 미뉴에트, 왈차 등의 밝고 경쾌한 OST가 영화를 가득 채우지만 그 속에서 뭔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지는 영화이다. 그 중심에는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는 주인공 폴(귀욤 고익스)이 있다. 과연 그는 마지막에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기억과 추억,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애니메이션 <일루셔니스트>로 극찬을 받은 실뱅 쇼메의 첫 실사화 영화이기도 하다.
가려진 시간
시간의 벽에 갇힌 외로운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동화적이고 아기자기하게 펼쳐내는 연출의 힘이 돋보이는 영화, 가려진 시간이다. 초반엔 스타 배우 강동원이 나오는 영화로 주목을 받았지만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즈음엔 영화에 흠뻑 빠져 나도 모르게 훌쩍이고 있을지도 모르는 마성의 매력을 지녔다. 영화의 중심이 된 두 아역 배우 신은수와 이효제의 연기 역시 영화에 빠져들게 하는 일등공신의 역할을 했다. 아름답지만 슬픈 동화,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동화 같은 영화이다.
플립
동화하면 자고로 귀엽고 순수한 분위기가 가득해야 한다고 믿는 이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영화. 최근 인기에 힘입어 7년 만에 재개봉을 하기도 했다. 누구나 일생에 한 번쯤은 만나는 첫사랑을 주제로 삼은 영화로 어린 소년소녀의 풋풋한 러브스토리가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유치하지만 그래서 매력적이고, 단순하지만 그래서 더 설레는 매력의 플립. 영화를 보는 내내 ‘나도 어렸을 적엔 저랬었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본격 기억조작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시간과 공간의 이동, 어딘지 모르게 이상한 점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 수상한 분위기가 가득한 여자. 그리고 그 속에 던져진 평범하기 짝이 없는 주인공까지. 판타지 동화의 모든 요소를 그대로 갖추고 있는 영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이다. 할아버지의 죽음 이후 방황하던 제이크는 동화 속의 어린이집을 찾아가게 되고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아이들을 마주하게 된다. 기발한 상상력과 그에 걸 맞는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로 3권으로 이루어진 원작 소설 시리즈를 한 편의 영화로 담아낸 작품이다. 원작 소설을 읽은 이들에겐 방대한 세계관과 스토리를 한 편의 영화에 다 담아낸 것이 아쉬울 수도 있지만, ‘역시 팀 버튼’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글 : 권예랑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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