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머리 안 말리고 자면 생기는 '끔찍한' 일

 

“봄볕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에 딸 내보낸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요즘 같으면 며느리 인권 유린으로 이혼 사유가 되겠지만, 그만큼 봄볕이 따갑고 타기 쉽다는 뜻이라고 한다. 겨우내 움츠려 있다가 날이 풀렸다고 돌아다니면 피부 상하기 딱 좋다. 특히 우리가 평소에 잊고 사는 피부, 머리카락 속 두피는 봄여름 땡볕에 고생깨나 한다고 한다. 봄여름철 내 두피를 건강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모자와 양산 챙기기

 

체감 온도는 비슷한데, 가을볕보다 봄볕이 위험한 이유는 뭘까? 봄은 가을보다 일사량이 1.5배 많으며 자외선 지수 역시 눈에 띄게 높다. 게다가 꽃가루, 미세먼지, 황사 등으로 인해 급증한 대기 속 먼지는 모공을 막는 등 피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물론 두피는 얼굴이나 팔 등,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다른 피부보다 약간 사정이 낫다. 두피를 보호하기 위해 바로 우리들의 머리카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뜨거운 자외선이 한국인의 검은 머리카락과 만나면 어떨까. 머리카락이 열을 흡수해 오히려 두피 온도를 높이게 된다. 이럴 때는 아예 두피가 자외선을 만나지 못하도록 가려주는 것이 상책이다. 가볍게 모자를 써서 두피와 머리카락을 함께 보호할 수 있고, 양산을 사용한다면 얼굴까지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이때 주의할 점은 모자를 착용할 때 통풍을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통풍이 원활하지 않으면 두피에 피지, 땀, 노폐물 등이 쌓여 세균 번식과 탈모의 원인이 된다. 이번 봄, 야구모자를 구입할 계획이 있다면 뒤가 메시(그물) 소재로 된 것을 선택하자.

 

 

물놀이 후 주의하기

 

날이 따뜻해지면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고 싶어서 안달을 한다. 신나게 노는 건 좋은 일이지만, 약간의 방심으로 건강이 상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도 있다. 수영장 바닥에서 넘어지거나 계곡 급류에 휩쓸려가는 것만 위험요소는 아니다. 여러분과 여러분 아이들의 두피가 산성화라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도시에는 분수, 연못, 인공 실개천 등 물놀이형 수경시설에서 시민들이 놀 수 있는 환경이 잘 마련되어 있다. 이때 아이들이 물을 섭취했다가 탈이 나지 않도록 잘 소독된 용수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 물이 닿으면 두피의 산성도가 증가하여 각질층이 약화될 수 있다고 한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 우리의 두피는 외부 자극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약산성 막이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물놀이형 수경시설의 수질관리 기준에 맞춰진 물은 두피의 수소이온농도보다 높다. 이런 물에 장시간 노출되어 있으면 두피 각질층이 자극을 받아 더욱 약화되고 세균, 곰팡이 등이 두피로 침입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 게다가 수영장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소독약 속의 화학성분 ‘클로린’과 바닷물의 염분은 모발의 단백질을 손상시켜 머리카락을 건조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니 물놀이 후에는 꼭 머리를 깨끗이 감도록 하자. 두피 안부터 모발 바깥까지 말이다.

 

 미지근한 온도로 머리 감기

 

차가운 물로 머리를 감으면 머릿결이 좋아진다는 속설이 있다. 원리인즉슨, 두피가 자극을 받아 모근에 탄력이 생기고 그것이 모발에까지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설은 속설일 뿐 실상은 이렇다. 찬물에 머리를 감으면 머리가 쉽게 엉키고 노폐물을 제거하기가 어렵다. 모공에서 나온 피지와 기름 등을 제거하려면 적당한 온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뜨거운 물은 어떨까. 모발 속 기름기를 지나치게 많이 제거하기 때문에 머릿결을 거칠고 푸석하게 만든다. 게다가 두피는 상당히 연약한 피부이기 때문에 높은 수온을 견디지 못하고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두피를 위해서도, 모발을 위해서도 뜨거운 물로 머리를 감는 것만은 절대로 피하자.

 

머리를 감을 때 가장 좋은 온도는 사람의 체온과 유사한 37도다. 그렇다고 우리가 항상 온도계를 가지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매번 수온을 체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 온도를 가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하나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온도가 될 때까지 잠시 기다리는 것이다. 예민한 봄여름 두피를 위해 머리를 감을 때만이라도 한국인의 급한 성질을 잠깐 내려놓고, 미지해질 때까지 참아라.

 

 머리 잘 말리기

 

자기 전 머리를 감은 뒤, 베개에 수건을 깔고 그대로 방치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간과 공기가 알아서 잘 말려주리라 믿는 것이다. 특히 날씨가 춥지 않아 감기 걸릴 염려도 없는 봄여름에는 거리낄 것도 없다. 하지만 헤어드라이어도 자연풍도 없는 실내에서 젖은 머리를 방치하는 것은 길에 쓰레기를 버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당신의 두피가 손상되라고 방치하다 못해 박수를 쳐주는 꼴이라 이 말이다. 빽빽한 모근과 머리카락으로 빈 공간이 없는 두피가 장시간 젖은 채로 있으면 습기가 찬다. 그 결과 세균 번식이 쉬워져 지루성 두피염, 곰팡이성 비듬 등 다양한 문제가 생긴다.

 

실외에서 말리면 좀 괜찮을까? 하지만 자외선은 젖은 머리카락을 손상시킨다. 게다가 젖은 두피가 뜨거운 자외선을 만나면 수분이 증발된다. 머리카락이 마르다 못해 두피까지 건조해지는 셈이고. 건조해진 두피는 햇볕에 그을리거나 화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니 머리를 감은 후에는 늘 두피를 충분히 건조시켜 습기를 제거해야 한다. 출근 시간, 약속 시간이 급하다면 머리카락 대신 두피라도 살짝 말리기를 권해본다.

 

 

실외에 머무는 시간 줄이기

 

날이 따뜻하니 어디로든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옛날이라고 다르지 않았겠지만, 어머니는 딸을 한사코 봄볕 아래 못 나가게 했다. 어떤 예방 조치보다도 나은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아예 위험을 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사람들은 해변이나 수영장으로 물놀이를 갈 뿐만 아니라, 캠핑이나 레저 등 야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즐긴다. 이때 두피와 모발이 장시간 자외선에 노출된다. 모자를 써도, 선크림을 발라도 완벽한 보호는 불가능하다. 특히 머리숱이 비교적 적거나 탈모가 있는 경우, 자외선이 두피에 직접 닿아 모낭을 손상시킨다. 또한 왕성한 활동으로 분비되는 피지와 땀 등 각종 노폐물은 두피의 모공을 막는다. 모공이 막히면 모발로 영양 공급이 어려워 모근이 약해지고, 탈모 증상이 악화된다.

 

 

그렇다면 집에만 있으란 말인가?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 야외 활동을 하되, 자외선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재미있게 놀더라도 가급적 햇살이 직접 비추는 장소는 피하고, 중간중간 그늘이나 차양 아래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이왕 놀러갔는데 실내에 오래 있으면 아깝다고? 당신 두피는 그렇게 생각 안 할 것이다. 놀러 갈 날은 앞으로도 많지만 내 두피는 하나뿐이니까 잘해주자. 


 

서국선 press@daily.co.kr

2021.04.2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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