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쇼 시대의 재림 후쿠오카, 모지코 레트로

후쿠오카 시내에 질렸다면, 모지코가 답입니다. 100년 전 다이쇼 감성부터 구운카레와 전망대, 바나나맨까지… 하루면 충분한 레트로 여행이 기다립니다.

모지코(門司港)는 후쿠오카 기타규슈 최북단에 자리한 항구로 간몬해협을 사이에 두고 시모노세키와 마주한다.

JR 모지코역

JR 모지코역

1889년 개항한 모지항은 한때 규슈를 대표하는 무역항으로 번성했다. 국가 특별 수출항으로 인정받았던 이곳은 청일전쟁, 러일전쟁 발발 후 군수품과 식량을 실어 나르는 관문으로 발전을 거듭한다. 특히 1차 세계대전 무렵에는 유럽 항로의 기항지로, 일본 3대 무역항으로 절정기를 맞는다.


모지코의 쇠락은 종전, 그리고 간몬해협의 다리 및 터널 개통과 때를 같이한다. 무역항으로의 입지를 잃어버린 이후, 지역은 가파른 침체의 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모지코에는 1900년대 초반 다이쇼 시대(大正時代, 1912~1926)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에 주목한 민관(民官)은 당시 건축물을 중심으로 도시를 복원, 재정비한다. 그 결과 1995년 모지코 레트로 지구(門司港レトロ地区)가 탄생했다.

야키카레와 빈티지의 궁합, 미쓰이 클럽

미쓰이클럽

미쓰이클럽

미쓰이 클럽은 미쓰이 물산이 숙박 및 사교 클럽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건물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이곳에는 '아인슈타인 메모리얼 룸'이라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1922년 방일한 아인슈타인 부부가 후쿠오카에서의 강연을 위해 클럽에 머물렀을 때 이용한 객실이다. 현재 미쓰이 클럽 1층은 식당으로 운영 중이다. 특히 여행자들에게는 야키카레 맛집으로 통한다.

야키카레(구운카레)

야키카레(구운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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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키카레는 밥 위에 카레와 치즈, 달걀을 얹어 오븐에 구워낸 요리다. 서양 문물을 일본화한 사례 중 하나로, 그 역사만 100년이 넘는다. 미쓰이 클럽의 야키카레는 새우와 복어, 오징어, 감자 등을 토핑으로 추가할 수 있다. 치즈와 카레의 부드러운 조화에 달걀노른자의 고소함이 더해져 고급스러운 맛이 난다.


마쓰이 클럽 식당은 1930년대 흑백영화 <인간의 굴레>의 한 장면이 연상될 만큼 추억을 불러온다. 커튼과 식탁보에서 빈티지 감성이 물씬 나는 근대식 인테리어, 그리고 하얀 블라우스에 카디건을 걸친 종업원들의 차림에서 베티 데이비스가 오버랩된다.

시간을 거슬러 달리는 JR 모지코역

1914년에 개통된 신르네상스 양식 역사로 1988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일본에서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기차역은 도쿄역, JR 모지코역 둘뿐이다. 모지코역은 JR 규슈 철도의 기점이자 종점이다. 후쿠오카 하타카역에서 1시간 30분, 기타규슈 고쿠라역에서 15분이면 충분하다. 당일 레트로 여행을 위한 교통수단으로도 더할 나위 없다.


모지코역은 2012년부터 약 6년의 보존 수리 공사를 거쳐 100여 년 전 개통 당시 모습을 재현했다. 벤치가 없는 플랫폼, 옛것을 그대로 사용한 역 간판, 레트로 유니폼을 입은 역무원 등 역사 내에는 볼거리가 가득하다. 특히 전시 중에 귀금속 공출이 될 뻔했던 행운의 세면대(ちょずばばち)와 전쟁에서 돌아온 병사가 물을 마시며 안도했다는 ‘돌아온 물(帰り水)’ 급수대는 묵직한 울림을 준다.


한편, 외관은 좌우대칭으로 목조 건물의 특성이 완연히 드러나는 구조다. 역 광장의 인력거까지 카메라앵글에 담으면 시간을 거스르는 독특한 풍경이 완성된다.

구로카와 기쇼의 기발한 솜씨, 모지코 레트로 전망대

모지코 레트로전망대와 블루윙 모지

모지코 레트로전망대와 블루윙 모지

구로카와 기쇼는 프랑스 건축 아카데미 골드 메달을 수상하고, 도쿄 국립신미술관을 설계한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다. 모지코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레트로 하이마트’도 그의 작품이다. 레트로 하이마트는 높이 103층의 고층 맨션이다. 그레이 외벽에 수많은 창문, 옥상의 헬기 패드까지 구로카와 기쇼의 독특한 건축 기법이 돋보인다.


이 건물 최상층에는 조망 각이 270도나 되는 ‘레트로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전망대는 간몬해협과 간몬교, 그리고 그 건너 시모노세키 가라토 지구까지 배려다볼 수 있는 파노라마 뷰가 압권이다. 단지 뷰만 좋은 것이 아니다. 차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AIR'S CAFÉ가 자리해 그 자체로 핫플이다. 또 이곳은 야경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해 질 무렵 모지코와 간몬해협 위로 붉게 드리운 노을, 밤이 되면 조명으로 빛나는 모지코의 건축물과 간몬해협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맥주를 마시며 감상할 수 있다.


특히 11월 하순에는 자리를 잡기 힘들 정도로 인기다. 일루미네이션으로 모지코 전역이 더욱 화려해지기 때문이다.

Mojiko’s Other Spot 

블루 윙 모지

보행자 전용으로는 일본의 유일한 도개교다. 총길이 108m로 각각 24m, 14.4m인 두 다리가 60도로 상승해 열리는 구조로, 하루 여섯 차례 개폐된다. 블루 윙 모지는 ‘연인들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분리되었다가 연결될 때 처음 건너가는 커플은 평생 헤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당연히 모지코를 찾는 연인과 부부들의 필수 스폿으로 꼽힌다.

바나나 맨 동상

바나나맨 동상

바나나맨 동상

모지코는 과거 대만 바나나의 수입항으로 유명했다. 건어물상을 운영하던 아키다케(秋武)는 2000년 바나나 페어 당시 ‘사랑과 정의의 사자 바나나 맨’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바나나 인형 옷을 입고 나타난 그에게 사람들은 ‘레트로의 기폭제’라 부르며 찬사를 보냈다. 이후 인기 라디오 진행자였던 도기(Toggy)가 모지항 창고에서 썩어 검게 변한 바나나를 보고 제안해 모지코의 마스코트 ‘바나나 맨’과 ‘바나나 맨 블랙’이 완성된다.


지금도 바나나 맨 조형물 앞에는 인증샷을 남기려는 여행객들의 긴 줄이 이어져 있다.

구 오사카 상선(旧大阪商船)

다이쇼 시대 초기 모지항은 대만, 중국, 인도, 유럽 등을 오가는 여객선이 한 달에 60척에 이르는 일본 무역의 주요 거점이었다. 구 오사카 상선은 1917에 건축된 오사카 상선 모지 지점을 복원한 건물이다. 오렌지색 타일과 백색 석띠를 두른 팔각 타워의 레트로한 건물은 현재 갤러리와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구 모지 세관(旧門司税関)

1912년에 지어진 모지 세관은 붉은벽돌에 기와지붕을 얹은 전형적인 근대 건축물이다. 건물은 쇼와 시대 초기까지 세관 청사로 이용됐으며, 2019년 붉은벽돌 등을 특별 제작해 규슈시가 복원했다. 현재 1층에는 메인 홀, 휴게실, 다방 ‘몽 데 레트로’ 외에 상설 운영되는 모지 세관 홍보 전시실이 들어서 있으며, 3층에는 전망실을 설치해 간몬해협을 조망할 수 있도록 꾸몄다.


김민수(여행작가) denmagazine@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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