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문 너머 비밀 아지트, 스피크이지 바 5
책장의 책을 누르거나 냉장고 문을 열면 나타나는 숨겨진 세계. 서울의 진짜 힙한 스피크이지 바 5곳, 입장부터 짜릿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간판 하나 없고 입구마저 감춰져 있어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숨은 문을 통과하는 순간,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서는 듯한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밀실로 안내하는 한 권의 책
르챔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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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 향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작은 서재가 앞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당황할 필요는 없다. 책장에 빼곡히 꽂힌 고서 중 ‘Le Chamber’라고 적힌 책을 누르면, 책장이 옆으로 밀려나며 은밀한 지하 세계가 열린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55길 42 지하 1층
운영시간: 월~목요일 오후 7시~오전 3시, 금~토요일 오후 7시~오전 4시, 일요일 오후 7시~오전 2시
강렬한 한 방, 전통주의 변주
복싱타이거
![]() ©복싱타이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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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 끝자락, 조용한 골목 어귀. 간판에는 호랑이가 할퀴고 간 듯한 자국만이 남아 있다. 계단을 내려가 초인종을 눌러야만 입장할 수 있는 이곳은 복싱타이거. 공간 곳곳에 샌드백과 권투 글러브 등 복싱장을 연상시키는 오브제를 배치해 독특하고도 강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복싱타이거에서는 전통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칵테일을 선보인다. 피치일반, 막상막학, 자업자두, 오매불망 등 재치 있는 네이밍이 인상적이다. 과실주와 증류주를 다채롭게 변형한 칵테일 한 잔은 마치 링 위에서 날아든 펀치처럼 짜릿한 여운을 준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10-3
운영시간: 월~토요일 오후 8시~오전 3시, 일요일 오후 7시~밤 12시
서울에 정차한 상하이 호화 열차
푸시풋살룬
![]() ©푸시풋살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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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 이어진 어둑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1930년대 상하이 호화 열차에서 영감을 받은 푸시풋살룬은 1층은 플랫폼, 2층은 열차 객실을 콘셉트로 꾸며 이색적이다.
‘푸시풋(Pussyfoot)’은 기차에서 신분을 숨기고 활동하던 사복경찰을 뜻하는 말로, 이는 공간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특히 2층 테이블석의 차창 프레임에 설치된 스크린에서는 이국적인 풍경이 끊임없이 재생돼 마치 달리는 열차에 몸을 실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31길 7-6 지하 1층
운영시간: 오후 6시~오전 3시
냉장고 속으로 들어간 칵테일 바
장프리고
![]() ©장프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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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평범한 과일 가게 같지만, 가게 안 냉장고 문을 열면 숨은 칵테일 바가 나타난다. 장프리고는 과일 가게 콘셉트의 스피크이지 바로, 키위 페스토와 자몽슈페너 등 신선한 과일을 활용한 상큼한 칵테일을 선보인다. 과일 바구니와 생과일 큐브 등 맛은 물론 비주얼까지 챙긴 과일 안주도 눈길을 끈다.
독특한 콘셉트만큼이나 주문 방식도 이색적이다. 바 안에 마련된 공중전화를 통해 주문하는 시스템으로, 입장부터 주문까지 전 과정에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입구에 진열된 과일은 실제 구매도 가능하다.
주소: 서울시 중구 퇴계로62길 9-8
운영시간: 화~토요일 오후 6시~오전 1시 30분, 일요일 오후 5시~밤 12시(매주 월요일 휴무)
전 세계 도시를 잔에 담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 찰스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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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서울을 모티브로 한 칵테일 '스필드 밀크'. ©찰스H. |
포시즌스 호텔 서울 LL층의 화이트 마블 벽면을 따라 걷다 보면, 숨은 문 하나를 발견할지 모른다. 그 비밀스러운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국적이고 화려한 분위기의 바 ‘찰스 H.’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맛본 요리와 칵테일을 책으로 남긴 미국 작가 찰스 H. 베이커 주니어의 이름을 따 만든 공간이다.
찰스 H.에서는 작가의 저서에 등장하는 세계 여러 도시를 모티브로 한 칵테일을 선보인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대한민국 서울을 담은 ‘스필드 밀크(Spilled Milk)’. ‘빨리빨리’로 상징되는 서울의 빠르고 편리한 문화에서 착안해 편의점 인기 상품을 색다르게 해석했다. 토키 소주 블랙 라벨을 베이스로 검은깨, 콜드 브루 커피, 바나나 크림 등을 72시간 저온 추출한 만큼 깊고 복합적인 풍미가 특징이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97 LL층
운영시간: 오후 6시~오전 1시 30분
Info. 스피크이지 바의 탄생
스피크이지 바는 1920~1930년대 미국 금주법 시대에 등장했다. 당시 주류의 제조, 판매, 운송이 전면 금지되었지만 그럴수록 술을 향한 사람들의 욕망은 더욱 커졌다. 이들은 경찰의 단속을 피해 몰래 술을 즐길 수 있는 은밀한 장소를 찾기 시작했고, 그렇게 스피크이지 바가 하나둘 생겨났다.
따라서 스피크이지 바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자리하거나 위장한 가게 뒤편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았으며, 입장하려면 암호나 특정 신호가 필요했다. 내부에서도 조용히 속삭이듯 대화를 나눠야 했기 때문에 ‘스피크이지(Speakeasy)’라는 이름이 붙었다.
조윤주 에디터 yunjj@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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