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운동 과시해선 안돼…한계 뛰어넘는 정신력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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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결국 몸 쓰는 일로 돌아왔다. 황혜민 다부짐휘트니스 매니저(40·경기도 용인 수지)는 유망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였다. 부모의 반대에도 스케이팅을 포기하고 미술대학에 들어갔다. 스케이팅은 타지 않았지만 운동을 멈추진 않았다. 대학 때부터 웨이트트레이닝 트레이너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회에 출전해 우승하면서 미술을 접고 전문 선수로 나섰다. 지금은 ‘보디 디자이너’로 건강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몸을 만들어주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각종 대회 기록을 갈아 치우던 제가 중학교 때 스피드스케이팅을 그만 둔다고 하자 어머니 반대가 심했어요. 운동을 계속 하는 게 더 유망한데 갑자기 비전도 보이지 않는 미술을 한다고 했으니. 돌이켜보면 왜 그랬는지…. 결국 몸 쓰는 일로 돌아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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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이 싫었던 게 아니었다. 새벽에 일어나 추운 곳에서 운동하는 게 싫었다. 평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서양화를 전공했다. 하지만 운동 본능을 완전히 억누를 수는 없었다. 운동은 언제나 그의 옆에 있었다. 미술을 했지만 시간 날 때 공원을 달리고, 헬스클럽을 찾아 운동은 계속했다. “몸을 쓰지 않으면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루라도 운동을 안 하면 몸이 근질근질 했다”고 했다. 혹시 몰라 미술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체육대학 입시도 병행했다. 결국 미대에 진학했지만 1학년부터 웨이트트레이닝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따 시간제 트레이너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업을 마쳤다. 대학원 때 미술학원을 차린 뒤에도 시간을 내 헬스 트레이너로 ‘투잡’을 뛰었다.
“2013년 헬스클럽 관장이 ‘살을 빼서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해보라’고 권유했어요. 보디빌딩을 10년 넘게 했지만 많이 먹으면서 운동해 체중이 74kg까지 나갔었죠. 살만 빼면 근육이 돋보일 것이라고 했어요.”
그해 7월 1일부터 3개월 운동과 다이어트를 병행해 20kg 넘게 감량했다. 다소 극단적인 다이어트였다. 그는 “2개월 간 하루 닭가슴살 400g, 현미 300g 먹다가 마지막 한 달은 탄수화물을 끊었다”고 했다. 하지만 황 매니저는 “다이어트를 할 때 절대 탄수화물을 끊으면 안 된다. 적당히 먹고 많이 운동해서 빼야 요요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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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뺀 뒤 10월 2일 경기도 성남시 보디빌딩대회 여자부 52kg 이하급에서 1위를 하고 그랑프리까지 차지했다. 이 때부터 미술을 접고 본격적으로 보디빌딩에 매달렸다. 무대에서 잘 만든 몸을 과시하며 좋은 평가를 받는 게 멋졌다. 오전 오후 4시간씩 하루 8시간 근육을 만들었다. 2013머슬마니아 코리아 대회에 출전해서도 머슬 1위, 피규어 3위를 차지하는 등 각종 대회에서 우승했다. 어렸을 때 스피드스케이팅으로 다져진 하체와 10년 넘게 만들어진 상체 근육이 돋보였다. 2015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머슬마니아 세계대회에 출전해 2관왕을 차지했고 2018년까지 4회 연속 출전해 2016년(2위)을 제외하고 모두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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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보기에 예쁜 몸을 만들고 싶었는데 전 근육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두드러졌어요. 몸매도 좀 서구적으로 생겼고…. 보디빌딩대회가 분화하면서 국내 각종 대회에서는 근육보다는 전체적인 아름다움을 보는 경우가 많았죠. 그 때 사진기자 한 분이 ‘혜민 씨는 외국에 가야 먹힌다’고 했는데 실제로 국제대회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미술을 공부했던 게 피트니스 트레이너인 그에게 큰 도움이 됐다. “인물을 그릴 때 밸런스와 대칭 등 알맞은 비율에 맞게 그려야 한다. 운동하면서 인체해부학을 공부하다보니 미술과의 연관성이 깊었다. 요즘은 내 몸은 물론 지도하는 회원들의 몸도 멋지게 디자인하는 즐거움에 빠졌다”고 했다.
그는 최근 근육운동을 하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열심히 운동해 보디프로필을 찍어 과시하는 문화는 동기부여가 돼 좋다. 하지만 몸 건강을 위하기보다는 반짝 스포트라이트만 받으려는 의도는 좋지 않다”고했다. 황 매니저는 “한두 달 운동하고 대회에 출전해 마치 꾸준히 운동한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운동을 진짜 좋아하는 사람들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운동한다. 속성 운동은 트레이너에게 부탁해 사실상 강압에 의해 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다. 부상도 잦다”고 말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주목 받는 도구로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요. 뭐 ‘나 이런 것도 해’라고 과시하는 것이죠. 연예인이나 파워 유튜버, 또 속칭 인플루언서들…. 하지만 근육운동의 기본은 건강을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전 운동을 즐기다 자연스럽게 무대에 섰고 인정 받다보니 더 열심히 운동하게 됐습니다. 모든 운동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근육운동은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아무나는 못합니다. 한계를 뛰어 넘는 힘겨운 과정을 이겨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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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매니저는 웨이트트레이닝 기구를 사용하기 전에 맨몸 운동을 많이 시킨다.
“근육을 잘 쓰게 하려면 쓸 줄 알아야 합니다. 무턱대고 기구 운동을 하면 부상당할 수도 있고요. 전 스쿼트, 런지, 팔굽혀펴기, 사이드스텝, 버피테스트 등 맨몸으로 하는 운동으로 기초 체력을 잡아준 뒤 기구 운동에 들어갑니다. 전 20회 PT를 하면 10회 이상 기초를 잡기 위해 투자합니다. 맨몸을 잘 쓰면 두려움도 없어져요. 운동효과도 기구운동과 차이가 없습니다. 또 준비운동을 20분 이상해야 PT를 해줍니다. PT가 1시간이라면 미리 와서 준비운동 안하면 20분 손해 보는 겁니다. 제 PT 회원들은 수업 전에 와서 충분히 준비운동을 합니다.”
그는 회원들에게 줌바, 스피닝 등 GX(그룹 운동)도 참여를 권유한다. 음악을 들으며 춤추듯 하는 운동을 하면 재밌기 때문이다. 그는 “재미없으면 피트니스센터에 안 나올 가능성이 높다. 흥미를 유발시키는 게 중요하다. 정 안 되면 센터에 나와서 샤워만이라도 하고 가라고 한다. 자주 나와야 꾸준히 운동할 가능성이 높다. 오는 연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매니저에게는 ‘보디빌딩 선수’를 하고 싶은 회원들이 많이 찾는다. 그만큼 몸을 잘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가 디자인해준 선수들이 각종 대회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2018년엔 육군 부사관학교에서 예비군인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황 매니저는 국내에선 선수보다는 머슬마니아 대회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라스베이거스에 못가 안타깝습니다. 올해도 조만간 라스베이거스가 머슬마니아 세계대회로 달아오를 겁니다. 내년부턴 다시 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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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개인 PT를 하면서도 매일 3시간 이상 운동할 시간은 확보한다. 그는 “돈보다 중요한 게 나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근육운동과 함께 유산소운동을 꼭 한다. “지방을 빼는 데는 유산소운동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스피닝강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주말에는 10km를 달린다. 코로나19가 없을 땐 회원들과 함께 주요 마라톤대회 10km와 하프코스를 완주했다. 심폐지구력을 향상시키는 유산소운동이 주는 즐거움도 크다. 취미로 주 1회 락킹 댄스도 배우고 있다. 새로운 것으로 삶의 활력소를 찾는다. 황 매니저는 외관상 다소 강한 이미지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몸에 문신도 했다. 왼팔엔 Blossom, 오른팔엔 운동하기 전 자기모습, 등엔 양귀비꽃을 그렸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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