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부장판사 “대법 일제 강제징용 판결 잘못” 공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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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사진=동아일보DB

현직 부장판사가 지난해 10월 최종 확정된 일제 강제징용 배상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나라면 아마 최초 제1심과 제2심판결(원고 패소)처럼 판단하였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31일 부산지법 등 법조계에 따르면,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취지의 글을 올렸다.


A4용지 26장 분량의 해당 게시물에서 김 부장판사는 “원고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소멸시효, 법인격의 소멸, 기판력(확정판결에 부여되는 구속력)의 승인이라는 ‘엄청난 장애’를 넘어야 했다”며 “이러한 장애를 대법원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공서양속(공공질서와 선량한 풍속) 위반 금지 같은 ‘보충적인 원칙’으로 쉽게 넘어 버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법리의 남용은 결과적으로는 다른 민법의 일반조항들을 무력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민법의 법 조항과 법리들을 이러한 보충적인 법리로 허물어버리면 앞으로 많은 소송당사자가 법원을 찾아와 자신들에게도 이런 특혜를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해 김 부장판사는 “옳은 것이었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역사학계·정치권·국민 공론의 장 등에서는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사법부만큼은 그 정치적 의미보다 해석이 법 일반원리에 위반되지 않게 하려는 데 노력했어야 한다”고 적었다.


또한, 김 부장판사는 “조약 해석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의하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은 ‘문언에 부여되는 통상적 의미에 따라’ 성실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우리가 (해당 협정) 당시 일본 측에 요구한 8개 항목에는 피징용 한국인에 대한 기타 청구권과 같이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전제로 하는 요구들이 포함돼 있는데, ‘문언에 부여되는 통상적 의미’를 추구한다면 이미 개인의 청구권은 해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일본 측에 배상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김능환 전 대법관이 건국하는 심정으로 판결문을 작성했다는 언급에 대해 “판결문을 읽어보면 들인 노고가 적지 않고 충정도 읽히지만, 건국하는 심정이 들 정도의 논리 전개를 할 필요가 있었다면 그 논리 전개가 자연스럽거나 합리적이지 않았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김 부장판사는 “대법원 판결에서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 등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글을 작성해 친구공개로 페이스북에 게시한 것”이라며 “논란을 키우고 싶지는 않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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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99).사진=뉴스1

앞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지난 1997년 12월 일본제철(당시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일본 오사카 지방재판소에 강제징용 피해 보상 및 임금 배상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지만,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1965년 한일 양국이 맺은 청구권협정에 의해 개인에게 배상할 책임이 없다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2005년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 2심에서는 일본 재판의 효력이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왔으나 대법원은 2012년 5월 해당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 이듬해인 2013년 서울고등법원은 피해자 1인당 1억 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해당 판결에 일본제철이 불복하면서 이 사건은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갔고, 5년 2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2019.08.0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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