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딸 같은 매니저 위기 보고 그냥 몸 던져”… 패스트푸드점 난동범 제압한 60대
얼굴 등 상처, 경찰서 표창장… “또 이런 일 생겨도 적극 대응”
1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흉기 난동범을 제압하다 얼굴에 상처를 입은 김영근 씨.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
“나이대가 비슷한 딸이 떠올라 그냥 뛰어 들어갔죠.”
13일 서울 강남구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당시 패스트푸드점 매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던 김영근 씨(64). 그는 “딸 같은 매니저가 ‘살려 달라’고 소리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 27분경 청담동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는 배달원으로 일하는 A 씨(45)가 오토바이를 몰고 매장 안으로 돌진한 뒤 여성 매니저(29)를 흉기로 위협하는 일이 있었다.
사건이 벌어질 당시 주차장에 있던 김 씨는 A 씨가 오토바이를 몰고 매장 안으로 진입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한다. 김 씨는 패스트푸드점의 주차관리실장으로 3년째 일하고 있다. 김 씨는 매장 안에 있던 직원들이 뛰쳐나오면서 “안에 매니저가 붙잡혀 있다”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김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 뒤 매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1남 1녀를 둔 김 씨에게는 올해 32세인 딸이 있는데 딸 같은 매니저가 흉기를 든 A 씨에게 붙잡혀 있다는 소리를 듣고 앞뒤 가리지 않고 매장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는 것이다.
매니저는 흉기를 들고 나타난 A 씨를 설득하기 위해 다가섰다가 A 씨에게 붙잡힌 상태였다. 오른손에 흉기를 든 A 씨는 왼손으로 매니저 목을 감싼 채 위협하고 있었다. 김 씨는 순간적으로 흉기가 들린 A 씨의 오른손을 붙잡고 벽 쪽으로 몰아붙였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흉기를 놓쳤다. 이 틈에 매니저는 A 씨에게서 벗어나 매장 밖으로 무사히 나왔다.
하지만 김 씨는 A 씨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얼굴과 손, 양쪽 눈 주위 등에 상처를 입었다. 김 씨는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A 씨를 체포할 때까지 약 3분간 A 씨와 거친 몸싸움을 벌여야 했다. 김 씨는 “아내에게서 ‘왜 당신이 나서서 다치느냐’고 핀잔을 듣기도 했다”면서도 “앞으로 이번 같은 일을 또 보게 되면 그때도 역시 굴하지 않고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15일 강남경찰서는 김 씨에게 표창장을 수여했고, 이날 A 씨는 특수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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