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진다고 바람을 탓하랴… 풍경 한조각 품으면 될 것을

[힐링 코리아]늦가을 인생샷 명소 강원 원주-경기 연천

소금산 출렁다리 서면 아찔한 절경

뮤지엄산 조형물에 반해 절로 찰칵

한탄강 일대 좌상바위-협곡에 탄성

《짧디짧은 가을, 겨울이 눈앞이지만 아직 단풍 구경의 기회는 있다. 강원 원주와 경기 연천은 주말 한나절이면 늦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두 곳 모두 서울에서 가깝고 잘 모른다는 이유로 여행지로 주목받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늦가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인생 사진을 담을 수 있는 강원, 경기 여행을 떠나보자.》

출렁다리와 미술관에서 즐기는 원주 늦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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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고구려 3대 성이라고 부르는 호로고루, 당포성, 은대리성은 임진강과 한탄강을 따라 약 15m 높이 주상절리 절벽 위 삼각형 모양 평지에 조성돼 있다. 그중 당포성은 호로고루의 축소판 같은 모양으로 보루 위에 팽나무 한 그루가 있어 색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40여 년 전만 해도 원주 간현유원지는 수도권에서 유명한 나들이 명소였다. 많은 대학생과 연인이 중앙선 열차를 타고 지금은 사라진 중앙선 간현역에 내려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10여 년 뒤 경춘선 열차가 닿는 강촌역과 대성리역이 간현유원지 자리를 대신했다. 그렇게 간현유원지는 점점 잊혀져 갔다.


간현유원지가 다시 관심을 모은 건 2018년 소금산에 놓인 출렁다리 덕분이다. 두 개의 절벽 사이에 놓인 출렁다리는 문을 열자 많을 땐 하루 2만여 명이 다녀갔다. 이 다리에 영감을 받은 많은 지자체가 출렁다리를 놓았을 정도다. 유원지 주차장에서 출렁다리 매표소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 가는 도중에 많은 식당들이 자리 잡고 손님을 기다린다. 표(성인 3000원)를 구매한 뒤 출렁다리까지는 578계단을 걸어 올라야 한다. 중간에 앉아서 쉴 곳도 있고, 몇 계단이 남았는지 중간중간에 표시돼 있어 몸 상태를 조절하며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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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현유원지에 위치한 소금산 출렁다리는 길이 200m, 높이 100m의 다리로 직접 건널 때는 물론 멀리서 봐도 아찔한 느낌이 든다.

출렁다리 길이는 200m, 높이는 100m다. 다리 바로 옆에 20m 정도 절벽 앞으로 튀어나온 전망대가 있다. 출렁다리보다 전망대가 더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다. 출렁다리는 건축학을 전공한 원창묵 원주시장이 중국 장자제(張家界)에 놓인 출렁다리에서 영감을 받아 놓았다고 한다. 앞으로 유원지에는 잔도와 케이블카가 설치될 예정이다. 여기에 출렁다리 아래 바위를 배경 삼아 영상을 상영하는 미디어파사드도 내년 초에 들어선다. 유원지로 본격적인 부활이 예고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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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현유원지에 위치한 소금산 출렁다리는 길이 200m, 높이 100m의 다리로 직접 건널 때는 물론 멀리서 봐도 아찔한 느낌이 든다.

간현유원지를 색다르게 즐기고 싶다면 레일바이크가 제격이다. 폐쇄된 간현역과 판대역을 오가는 코스로 간현역에서 풍경열차를 타고 판대역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다. 대부분 코스가 내리막길이어서 힘들지는 않다. 7.8km 길이로 1시간 정도 걸린다. 하루 5차례 운영(2인 3만8000원, 4인 4만8000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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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산은 종이와 관련된 각종 진귀한 전시물을 비롯해 건물과 야외 대형 조형물, 주변 풍경 모두 눈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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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산’은 연인들이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다. 이곳은 멀리서 보면 산속에 감춰진, 가까이서 보면 벽 속에 감춰진 곳이다. 종이 박물관과 미술관의 전시물도 훌륭하지만 건물과 주변 풍광 자체가 주는 늦가을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건물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워터가든, 180그루의 자작나무 길이 있는 플라워가든, 세계 유명 작가들의 조각 작품과 단풍이 어우러진 조각정원 등 천천히 둘러봐도 시나브로 가을이 스며든다. 각종 TV 광고에 등장했던 카페테라스에서는 물 위에 비친 구름과 주변 산 능선이 눈과 마음을 평화롭게 만든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다면 판화, 드로잉 등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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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신림면 성남2리에 있는 성황림은 국가지정 천연기념물로 숲 안에는 당집인 성황당과 그 옆에 높이 솟은 전나무와 엄나무가 있다.

신림면 성남리에 있는 성황림(천연기념물 제93호)에서는 제대로 단풍으로 물든 숲을 느낄 수 있다. 성황림은 마을 사람들이 대대로 모셔온 신성한 숲이다. 활엽수림 50종 이상이 잘 보존돼 있다. 성남리 주민들은 치악산의 성황신을 마을 수호신으로 믿고 100년 넘게 매년 음력 4월 8일과 9월 9일 제사를 지내 왔다. 성황림에 들어서면 금줄 너머 당집인 서낭당이 있다. 그 옆에 숲의 신목인 전나무가 30m 높이로 쭉 뻗어 있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매주 토요일 20명 이상 신청하면 성황림 탐방과 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 신청은 포털 사이트에서 ‘성황림 마을’을 검색한 뒤 예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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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과 붉은 가을을 담은 연천 성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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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0m 높이의 좌상바위는 중생대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현무암으로 커다란 모습이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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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유네스코는 경기 연천군과 포천시, 강원 철원군 한탄강 일대 26개소를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했다. 그중 10개소가 연천에 있다. 현무암이 만든 기암절벽인 백의리층, 한탄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부근의 높이 25m, 길이 2km 협곡인 임진강 주상절리, 수백 개의 베개를 쌓아올린 것처럼 보이는 아우라지 베개용암, 높이 60m로 우뚝 솟아 있는 좌상바위, 멋진 경관을 자랑하는 재인폭포 등 화산과 수십만 년 세월이 빚은 지질 작품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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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폭포는 한탄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곳으로 높이 18m의 현무암 주상절리 절벽에서 물이 쏟아진다. 최근 출렁다리가 놓여져 재인폭포를 한 눈에 담기 좋다.

그 주상절리 절벽을 이용해 500∼600년대 고구려인들은 성벽을 쌓았다. 연천 고구려 3대 성이라고 부르는 호로고루, 당포성, 은대리성은 임진강과 한탄강을 따라 약 15m 높이 주상절리 절벽 위 삼각형 모양 평지에 조성돼 있다. 3면 중 2개 면이 절벽으로, 한쪽만 성벽을 올렸다. 수많은 전쟁을 치렀던 성들은 또 세월이 흘러 이젠 가을 여행 장소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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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의 임진강 유역 방어 진지인 호로고루는 부드러운 능선 위로 하늘과 주위 풍경이 펼쳐져 있어 시원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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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의 임진강 유역 방어 진지인 호로고루는 부드러운 능선 위로 하늘과 주위 풍경이 펼쳐져 있어 시원한 느낌을 준다.

장남면 원당리의 호로고루는 멀리서 보면 너른 들판 위에 우뚝 선 언덕 같다. 성벽 높이 10m, 아랫부분 폭 40m, 길이 90m로 마을 주민들은 성이 아니라 ‘재미산’이라 부를 정도로 웅장하다. 성벽은 고구려가 쌓았지만 고구려가 멸망한 뒤 신라가 보수해 사용했다. 성벽을 돌아 뒤편으로 가면 건물과 우물이 있던 터가 눈에 들어온다. 성벽 위로 오르는 계단은 하늘로 오르는 것 같아 ‘하늘계단’이라 부른다. 성벽 밑에서 보면 잔디로 덮인 성벽 위로 드넓은 하늘이 펼쳐져 가슴이 시원해진다. 하늘과 구름의 모양에 따라 풍경이 수시로 변한다. 성벽 위에서 하늘을 배경으로 제자리 뛰기로 사진 찍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가는 길은 좁은 농로여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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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포성은 호로고루의 축소판 같은 모양으로 보루 위에 팽나무 한 그루가 있어 색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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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산면 동이리의 당포성은 호로고루와 쌍둥이 같지만 규모는 조금 작다. 성벽은 높이 6m, 폭 31m, 길이 50m 정도다. 성벽 앞에는 폭 6m, 깊이 3m의 구덩이를 파 적이 쉽게 성벽을 오르지 못하게 했다. 덕분에 성벽을 앞에서 보면 더 높아 보인다.


호로고루와 다른 점은 성벽 위에 외톨이처럼 팽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는 것이다. 성벽 아래에서 보면 팽나무 덕분에 성벽의 실루엣이 낭만적인 느낌을 준다. 당포성과 호로고루 모두 방어를 위한 성이었기에 강가 높은 언덕에 위치해 있다. 계단을 올라 성벽 위에 서면 강가와 넓은 초원을 한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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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대리성은 한탄강과 차탄천 사이 용암대지에 낮게 쌓은 평지성으로 보루가 길쭉하게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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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대리성은 한탄강과 차탄천 사이 용암대지에 낮게 쌓은 평지성으로 보루가 길쭉하게 이어져 있다.

전곡읍 은대리의 은대리성은 한탄강과 차탄천 사이에 낮게 쌓은 성이다. 성의 규모는 동서 길이 400m, 남북 길이 130m 정도다. 길게 이어진 보루가 자연스럽게 하늘과 경계를 이룬다. 호로고루와 당포성보다는 높이가 낮은 편이다. 긴 보루를 따라 걸으면 절로 마음에 여유로움이 깃든다. 은대리성은 전곡읍에 있어 주위에 높이 솟은 아파트가 보이는데 잔디로 덮인 보루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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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원주 연천=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
2020.11.1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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