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느끼하고 덜 달고 소화도 잘되는 짜장면 어디 없을까

[푸드]by 동아일보

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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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동보성의 ‘삼선간짜장’. 임선영씨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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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음식을 맛보고 맛집을 찾는 일에 종사하면서 가장 어려운 숙제는 건강한 짜장면을 찾는 일이었다. 짜장면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짜장면에 대한 불신 또한 만만찮다. 중국집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시판 춘장은 검은빛을 띠는데 이는 전분으로 만든 캐러멜 색소 때문이다. 여기에 다량의 설탕을 투척해 짜장은 들척지근한 단맛을 낸다. 이것저것 튀긴 후에 검게 그을린 식용유에 요리를 하다 남은 야채와 고기 자투리를 이것저것 섞고 검은 춘장을 넣고 대량으로 볶아내어 한 솥의 짜장 소스를 만든다. 면발은 밀가루 반죽만으로 쫄깃하게 만들 수는 없다. 식소다라 불리는 탄산수소나트륨을 넣어야 적게 치대도 탄성 있는 면발을 만들 수 있다. 짜장면을 처음 한두 입은 맛있게 먹다가도 한 그릇 비우면 속이 더부룩하고 후회가 밀려오는 이유가 이런 소스와 면발이 합심해 배 속에서 요동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외식 메뉴에서 짜장면을 제외하기란 김치 빼고 집밥을 차리는 것처럼 허전했다. 그래서 덜 느끼하고 덜 달고, 먹고 나서 소화가 잘되는 짜장면 찾기에 초점을 맞췄다.


‘동보성’은 중국대사관의 연회장으로 많이 회자되는 곳이다. 선도 높은 재료와 깔끔한 조리법이 이곳의 생명력이다. 짜장 소스는 양파와 새우가 주를 이루는데 통통한 새우살에 감칠맛이 돈다. 짜장에는 기름이 덜하며 진득하게 볶아낸 소스에 춘장 특유의 감칠맛이 살아있다. 면은 노란빛이 감돌아 무첨가제 순밀면이라 하긴 어렵지만 충분히 잘 소화되는 무난한 면발이다.


‘왕스덕’의 주방장은 중국 산둥 태생의 중국인으로 전취덕 주방장 출신이다. 베이징 카오야가 대표 메뉴이지만 짜장면이 의외로 훌륭하다. 기름과 MSG를 덜 쓰고자 하는 노력은 짜장면에서도 이어진다. 면은 하늘하늘 얇아서 우리의 안동국시 면발과 흡사하다. 춘장을 볶고 고기를 갈아낸 러우니(유니)짜장 형식이다. 달지 않고 구수하며 소스를 안고 넘어가는 면의 식감이 세련되고 깔끔하다.


캐러멜 색소가 첨가되지 않은 수제 춘장을 맛보기 위해서는 ‘마마수교’에 들를 필요가 있다. 직접 콩과 밀가루로 메주를 쒀 발효하고 숙성시켰으며 조미료나 화학첨가제를 넣지 않은 춘장이다. 소금이나 설탕조차 넣지 않으나 새콤달콤 구수함이 살아 숨쉰다. 산둥 출신 조부가 60년 전 중국집을 열었는데 그때부터 3대째 영업 중이다. 할아버지 대에서부터 발효시켜온 씨 ‘첨면장(甛麵醬)’을 지금도 이어오고 있다. 양파와 감자로 단맛과 점도를 살렸고 보드랍게 으깨진 콩 맛에 몸이 아픈 사람들도 짜장면을 먹고 싶을 땐 이곳을 찾고, 다시 찾는다.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 동보성: 서울 중구 퇴계로18길 5. 삼선간짜장 9000원

○ 왕스덕: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130. 왕스덕짜장면 7000원

○ 마마수교: 서울 은평구 증산로 397. 산동짜장면 8500원

2019.06.0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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