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부실대학 낙인… 20곳은 학자금 대출도 제한 ‘생존 기로’

교육부, 정원감축 116개대 명단 발표

재정-비리여부 등 반영 4단계 분류… 1단계에 포함안된 대학들 큰 충격

조선대, 사과문 내고 총장 사의… 연세대 원주캠퍼스 24일 대책회의

9월 수시모집에도 영향 줄듯

사실상 부실대학 낙인… 20곳은 학자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전문대 결과


“학생 수는 급격히 줄어드는데 대학 수는 그대로다. 결국 일부 대학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소비자(학생, 학부모)들이 그 정보를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 결과는 그에 대한 답이다.”(교육부 관계자)


23일 공개된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는 대학에 통보되지만 실은 앞으로 대학을 선택할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정보다. 대학의 교육여건, 재정건전성, 지속가능성, 비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좋은 대학’과 ‘안 좋은 대학’을 4단계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안 좋은 대학일수록 학생 모집이 제한되고 정부의 재정지원이 끊기기 때문에 이들 대학은 자연스레 사라질 수밖에 없다.

116개 대학 학생 수 줄이고 재정 졸라매야

좋은 평가를 받은 ‘자율개선대학’에는 일반대 120개, 전문대 87개 등 207개 대학(전체의 64%)이 선정됐다. 정원 감축을 할 필요가 없고, 대학이 자유롭게 판단해 쓸 수 있는 일반재정지원을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다. 특수목적사업 재정지원도 신청할 수 있으며 학생들을 위한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도 지원된다.


나머지 △역량강화대학(66개교) △진단제외대학(30개교) △재정지원제한대학(20개교)은 내년부터 정원 감축을 권고받는다. 감축 권고 규모는 총 1만 명 수준이다. 가장 나쁜 재정지원제한대학 Ⅱ유형에 선정된 대학들은 다음 평가가 예정된 2021학년도까지 일반대는 35%, 전문대는 30%씩 정원을 줄여야 한다. 역량강화대학은 일반대 10%, 전문대 7%의 정원 감축이 권고된다.


재정지원에도 영향을 받는다. 재정지원제한대학 Ⅱ유형에 선정된 대학들은 학자금 대출을 포함한 모든 재정지원이 100% 차단되기 때문에 사실상 회생 불능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 다음으로 강한 제재를 받는 재정지원제한대학 Ⅰ유형 대학들은 기존에 받던 정부 재정지원은 받을 수 있지만 신규 재정지원은 받지 못한다. 학자금 대출은 50%만 제한된다.


정부 재정지원 포기를 전제로 평가에서 빠지겠다고 신청한 진단제외대학은 대학 정원 감축 권고를 따라야만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역량강화대학은 조건 없이 일반재정이 지원되는 자율개선대학과 달리 별도의 평가를 거쳐 뽑혀야만 일반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다.

총장 사퇴 등 대학가 후폭풍 거셀 듯

자율개선대학에 들지 못하면 사실상 ‘부실 대학’이라는 낙인이 찍히기 때문에 그간 대학들은 자율개선대학으로 분류되기 위해 올 한 해 필사의 노력을 벌여왔다.


그럼에도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되지 못한 대학들은 큰 충격 속에 총장 사퇴 등 거센 후폭풍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역량강화대학에 최종 선정된 조선대는 총장과 주요 보직교수들이 사과문을 내고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6월 발표된 1단계 가결과에서 자율개선대학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덕성여대, 배재대, 우석대, 순천대도 이미 총장이 사임했거나 보직교수들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이날 역량강화대학에 포함된 연세대 원주캠퍼스의 윤영철 부총장은 “정원을 10% 줄이면 연간 등록금 수입이 15억 원 줄어들기 때문에 우수 교원들이 빠져나갈까 걱정”이라며 “24일 김용학 연세대 총장 주재로 전체 교수가 모이는 대책회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지원제한대학에 포함된 상지대 관계자는 “당장 다음 달 시작될 수시모집에 영향을 줄 게 가장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배재대, 우송대, 영산대, 한양여대는 당초 1단계 가결과에서 자율개선대학에 들지 못했다가 극적으로 살아났다. 이들 대학은 수원대, 평택대, 목원대, 경인여대 등 4개교가 이사장, 총장 등의 중대 비리로 감점되면서 점수가 역전돼 자율개선대학에 들었다. 교육부는 24일부터 5일간 이의신청 기간을 가진 후 8월 말 이번 결과를 확정할 예정이다.


박은서 clue@donga.com·김호경 기자

2018.08.2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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