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땅에서 다리위에서… 오감만족의 즐거움 가득한 곳
창원
“거기 갈 만한 곳이 있어?” “무슨 소리, 아주 많아!”
경남 창원에 볼거리가 없다고? 선입견이다. 올해는 창원이 마산, 진해와 통합된 지 10년이 되는 해. 통합 초기에는 잡음도 많았지만 지금은 그 어떤 도시보다 결합이 잘 이뤄진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3개의 시가 하나로 합쳐진 만큼 갈 곳도 많아졌다. 창원만큼 오감을 모두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곳도 드물다. 물론 오감을 뛰어넘는 경험은 ‘덤’이다.
총성에 스트레스 싹∼: 창원국제사격장
창원국제종합사격장은 일반인도 산탄총, 공기총은 물론 레이저 전투사격 체험도 가능하다. |
창원국제사격장은 2018년 세계사격선수권대회를 치른 국제사격장이다. 시설은 국내 최상급이다. 사격장으로 가는 길은 높이 솟은 메타세쿼이아들이 왕복 2차로 도로 양쪽에 늘어서 있어 눈이 즐겁다. 사격장은 선수와 동호회 회원들이 주로 이용하지만 일반인도 즐길 수 있다. 산탄총, 공기총 등 실제 총을 사용한 사격은 물론이고 스크린 사격과 레이저 총을 이용한 사격도 할 수 있다. 과녁에 적중했을 때의 성취감도 있지만 사격의 묘미라면 역시 격발할 때의 짜릿한 총성. 귓가에서 바로 울리는 총성은 스트레스를 날려준다. 사격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건 레이저 전투사격 체험장이다. 기존의 레이저 총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이 발사되는 총을 들고 실내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서바이벌 체험을 할 수 있다. 레이저 총이라고 하지만 다양한 소리를 선택할 수 있다.
눈이 즐거워요: 상상길과 창동예술촌
오래된 도시일수록 역사가 숨 쉬는 골목길을 빼놓을 수 없다. 창동은 오랫동안 옛 마산의 중심이었다. 조선 중기에 대동법이 시행되면서 영남지방의 세곡을 보관하던 조창이 이곳에 들어섰다. 창동이라는 이름도 이 창고에서 비롯됐다. 경남의 명동이라 불렸던 창동은 1990년대 후반 활기를 잃었다가 도시 재생 사업 덕분에 예술촌으로 부활했다. 창동 골목은 창동예술촌과 상상길로 크게 나뉜다. 창동예술촌은 창동 아트센터를 중심으로 문신예술, 마산예술 흔적, 에콜드창동이라는 3개의 테마 골목으로 구성돼 있다. 골목길마다 작은 공방과 아기자기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갤러리가 곳곳에 자리해 있다. 골목길은 잘 정비되어 있다. 재미있는 벽화가 길에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 골목길이 나타날 때마다 새롭게 나타나는 풍경에 눈이 즐겁다. 상상길은 창동 불종거리에서 부림시장으로 이어지는 155m 구간의 길. 2015년 ‘당신의 이름을 한국에 새겨보세요’ 글로벌 캠페인에 응모한 전 세계 200여 개국, 30여만 명의 참가자 중 2만3000명을 선정해 이름을 블록에 새겨 놓았다. 굳이 지도를 보며 걷지 않아도 된다. 골목마다 길마다 재미있고 눈이 즐거운 풍경이 펼쳐질 테니 말이다.
싱싱한 해산물에 눈도 혀도 호강: 마산어시장
마산어시장은 2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창원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조선시대 마산포에 세곡을 보관하는 마산창이 들어서자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자연스레 도시가 만들어지고 시장도 생겨났다. 마산어시장은 규모만 19만 m²로 서울 롯데월드(12만8000m²)보다 1.5배 더 크다. 200여 개의 횟집을 비롯해 2000여 개의 점포가 입점해 있다. 수산물을 주로 다루는 어시장이지만 농산물과 축산물 등 다양한 점포가 들어와 있다. 싱싱한 회를 먹기 위해 시장을 찾지만 구경만 해도 재미있다. 수조에서 탈출해 사람들 사이를 누비는 물고기, 커다란 게를 보고 놀라서 우는 아이 등 생각지도 못한 재미있는 시장만의 풍경을 볼 수 있다.
바다 내음 가득: 콰이강의 다리, 돝섬
저도연륙교인 ‘콰이강의 다리’는 길이 170m의 보행전용 교량으로 바닥이 보이는 스카이워크로 운영되고 있다. |
저도 ‘콰이강의 다리’는 창원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명소다. 2017년 문을 연 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163만 명이 다녀갔다. 콰이강의 다리는 구산면 구복리와 저도를 연결하기 위해 1987년 설치됐다. 본래 이름은 저도연륙교. 길이 170m, 폭 3m 규모의 철제 교량이다. 2004년 바로 옆에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교량이 새로 설치되면서 보행전용 교량으로 바뀌었다. 콘크리트 바닥을 걷어내고 강화유리로 마감해 스카이워크로 탈바꿈했다. 유리를 통해 13.5m 아래의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다. 밤에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다리 전체에 빛을 발해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다리를 건너면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상쾌한 바다내음이 코를 간질인다. 연인들이 데이트 장소로 많이 찾는다. 다리 한쪽에는 자물쇠를 걸어 놓을 수 있는 시설도 있다. 저도까지 가는 길은 강원 산골짜기를 연상시키는 꼬불꼬불한 도로를 달려야 한다. 주위 풍경도 좋아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다. 저도에는 비치로드라고 불리는 6.5km에 달하는 해안 둘레길이 있다.
돝섬은 마산합포구 앞바다에 떠 있는 섬으로 ‘돝’은 돼지의 옛말로 말 그대로 돼지 섬이다. 생김새도 돼지와 닮았다. 오래전부터 창원 일대에서 유명한 유원지로 최근 걷기 좋은 공원으로 조성돼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배를 타고 10분이면 섬에 닿는다. 섬 입구에 들어서면 황금 돼지상이 눈길을 끈다. 섬 입구에서 왼쪽으로 향하면 출렁다리가 나온다. 섬 아래쪽을 빙 둘러 천천히 산책하기 좋다. 짧은 산책이 아쉽다면 정상에 올라가 봐도 좋다. 정상 쪽에는 2012년 창원조각비엔날레 때 설치된 유명 조각가들의 작품 24점이 남아 있다. 계절에 따라 다양하게 얼굴을 내미는 꽃들도 반겨준다. 창원 시내와 마창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따스한 기운이 온몸으로: 마금산온천
마금산온천 족욕체험장은 무료로 간단하게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마산로봇랜드(오른쪽)는 세계 최초로 로봇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다. 22개의 다양한 놀이기구가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
마금산온천은 전국 9번째, 경남 최초의 보양온천이다. 마금산온천은 오래전부터 그 효능을 인정받아 왔다. 고려시대 중엽 다친 노루가 내려와 땅에서 솟아나는 물에 다리를 담그고 황새가 날아와 날개를 담가 상처를 치료해 갔다고 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온천수가 상처를 낫게 한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피부병 환자들이 많이 찾았다고 한다. 마금산온천 주변에는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그중 족욕체험장은 무료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크지 않은 시설이지만 다리를 담그고 온천욕을 하기에는 충분하다. 약 41도의 온천수에 다리를 담그고 있으면 몸 전체로 퍼져나가는 따스한 기운에 절로 눈이 감긴다. 5분 정도만 앉아 있어도 몸에서 땀이 흐를 정도다. 이열치열이라고 여름에 더 인기가 좋다.
그리고 감성: 창원짚트랙, 마산로봇랜드
진해짚트랙은 창원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명소로 높이 99m의 99타워에서 소쿠리섬까지 1399m의 줄을 타고 날아갈 수 있다. |
진해해양공원 안에 위치한 99타워에서는 국내 어떤 곳에서도 하기 힘든 체험을 할 수 있다. 99타워는 높이 99m, 21층 건물이다. 가장 높은 21층 탑승장에서는 1399m 떨어진 소쿠리섬까지 시속 80km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짚트랙’을 탈 수 있다. 99m 높이라고 하지만 해발 105m로 탑승장에 서면 더욱 높게 느껴진다. 출발 신호와 함께 딛고 있던 바닥이 밑으로 천천히 내려가면서 어느새 다리가 공중에 뜬다. 이때 서서히 몸이 바다 쪽으로 내려가면 저절로 ‘와’ 소리가 나온다. 처음에는 공포로 주위 풍경이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곧 여유를 찾고 풍경 감상은 물론 속도감까지 느끼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소쿠리섬에 도착하면 제트보트를 타고 돌아올 수 있다. 최고 시속 90km로 수면 위를 달리는 제트보트는 짚트랙과는 또 다른 짜릿함을 선사해준다. 제트보트 인기가 높아 조만간 제트보트만 탈 수 있는 상품도 나올 예정이다. ‘엣지워크’는 높은 산이나 타워 외벽에 발코니를 설치해 천장레일에 안전로프를 걸고 타워 둘레를 걷는 체험시설이다. 국내 유일의 시설이다. 해발 94m 지점의 타워 외벽 62m 둘레를 한 바퀴 돈다. 도는 도중 전문 강사의 지시에 따라 다양한 미션을 수행한다. 타워에는 해양 전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과 커피숍 그리고 공원이 있어 취향에 따라 즐기면 된다.
마산로봇랜드는 로봇을 테마로 한 세계 최초 로봇테마파크다. 증기범퍼카, 파도여행, 회전그네, 날으는로봇, 숲속열차, 스카이타워 등 22종의 놀이기구와 11개의 로봇체험 관람시설이 있다. 자유입장권처럼 티켓을 구입하면 모든 종류의 놀이기구를 탈 수 있다
글·사진 창원=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