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넘어 보디빌딩대회 정상에…“나이 들수록 근육 키워야”

[라이프]by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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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순 트레이너가 9월 24일 열린 서울시장배 보디빌딩대회 마스터스 부문에서 우승한 뒤 포즈를 취했다. 조우순 트레이너 제공.

‘회사 해외주재원→피트니스 트레이너→미스터코리아 마스터스 제패….’


그의 변신은 어디까지인가? 회사 해외주재원에서 피트니스 트레이너로 변신한 조우순 서울 목동 에스짐 퍼스널트레이너(61)가 9월 17, 18일 열린 국내 최고의 보디빌딩 대회인 미스터&미즈 코리아 남자부 마스터스 부문에서 우승했다. 50세 이상이 출전하는 부문에서 지난해 3위를 했지만 올해는 쟁쟁한 ‘후배들’을 제치고 정상에 선 것이다. 조 트레이너는 2021년 9월 25일 환갑의 보디빌더 “근육 키우면 젊음도 돌아와…늦은 때는 없어”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으로 쓴 인물이다.


그의 올해 활약은 정말 눈부시다. 5월 제41회 미스터서울선발대회 마스터스에서 우승했고, 서울 대표로 나온 미스터&미즈 코리아 대회에서도 정상에 선 것이다. 조 트레이너는 9월 24일 열린 서울시장배 보디빌딩대회 마스터스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하기 위해 노력 많이 했습니다. 평소대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서 체지방을 빼기 위해 공복 유산소 운동을 많이 했죠. 공복에 유산소 운동을 하면 다이어트 효과가 크거든요. 새벽에 1시간 씩 달리거나 고정식 자전거를 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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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순 트레이너(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9월 17, 18일 열린 미스터&미즈 코리아 남자부 마스터스 부문에서 우승한 뒤 입상자들과 한자리에 섰다. 조우순 트레이너 제공.

조 트레이너는 대회 2개월 전부터 철저하게 단백질 위주의 식단으로 근육의 선명도를 높였다. 그는 “닭 가슴살 위주로 식사를 했고 고구마, 잡곡 등을 먹으며 탄수화물 섭취를 최소화했다”고 했다. 수분관리도 도움이 됐다고 했다.


“제가 평소에 하루 6리터의 물을 마십니다. 그러다 3일전 2리터, 하루 전날 1리터, 그리고 대회 전까지 24시간은 물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근육의 선명도가 훨씬 높아졌죠. 심사위원들이 근육의 질도 좋아졌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무리해서 괜찮을까? 조 트레이너는 “전 1년 내내 지속적으로 몸을 관리한다. 절대 무리하지 않기 때문에 몸에 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조 트레이너는 “2023년 세계보디빌딩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우승하는 게 다음 목표”라고 했다. 그가 환갑을 넘겨서도 이렇게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같이 평범한 사람도 꿈을 꾸고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나이 때문에, 체격 조건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꿈을 꾸게 하고 그 꿈을 이루게 하는 게 제 인생 2막의 목표입니다.”


항공사와 건설사, 정부기관 등 해외주재원으로만 20년 넘게 일한 조 트레이너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진 뒤 해외생활을 정리하고 ‘제2의 인생’을 준비했다. 은퇴할 나이도 됐고 100세 시대를 맞아 향후 새로운 삶을 살아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 때 아들 현우 씨(27ㆍ연세대 체육과 대학원)가 보디빌딩 지도자 자격증을 따고 대회에도 출전하라는 조언을 했다. 미스터 연세 출신으로 각종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해 우승까지 한 현우 씨는 “어렸을 때부터 지켜본 아버지는 매일 운동을 생활화 했어요. 몸도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어요. 그래서 새로운 직업을 택한다면 보디빌딩 지도자를 권했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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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순 트레이너가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조 트레이너는 2020년 보디빌딩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필기와 실기, 현장 연수로 이뤄진 과정을 단번에 통과했다. 그리고 2021년 3월부터 몸을 제대로 만들기 시작해 그해 5월말 열린 고양시장배 보디빌딩대회 마스터스 60세 이상부와 피지크에서 우승했고, 마스터스 그랑프리까지 차지했다. 2021년 6월 말 열린 월드스포츠탑모델쇼(WSTMS) 미디엄(키 177cm 이하) 부분에서도 우승했다.


대회 출전을 위해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 땐 웨이트트레이닝을 주 6일 하루 1시간 30분 씩 한다. 3일 하고 하루 쉬는 일정으로 몸을 3분할로 나누어 한다. 하루씩 하체, 가슴과 어깨, 등과 코어로 나눠서 운동한다. 그동안 격일로 유산소운동(1시간 달리거나, 고정식 자전거 타기)을 해 지방도 태웠는데 이번엔 매일 유산소운동을 한 것이다. 식단관리도 중요하다.


조 트레이너는 평소에는 ‘지속가능한 운동’을 강조하며 하루 3식을 4식으로 나눠 2식은 단백질과 채소 위주, 2식은 탄수화물 등이 포함 된 일반식을 한다. 그는 “근육을 만들 때 탄수화물을 안 먹어야 한다고 믿는데 그럼 오래 지속할 수 없다. 일시적으론 가능하지만 평생 운동을 하려면 골고루 잘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도 운동을 즐겨 몸이 좋았지만 웨이트트레이닝을 집중적으로 하면서는 ‘조각’처럼 선명해졌다고 했다. 그는 “과거엔 근육의 볼륨만 있었다면 이젠 선명도가 높아져 사람들이 선호하는 몸이 됐다. 개인적으로도 달라진 몸에 만족한다”고 했다.


70개국 이상을 돌아다닌 해외 전문가로 관광학 박사 학위까지 딴 조 트레이너는 요즘 사는 게 즐겁다. 그는 “은퇴하며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준비할까 고민이 많았다. 평생 내가 좋아했던 운동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수하는 트레이너로 사는 게 행복하다. 즐기며 돈도 번다. 일석삼조의 직업이다”고 했다. 웨이트트레이닝 PT가 낮엔 띄엄띄엄 있다가 밤 10시에 끝나지만 하루가 즐겁다. PT가 없는 시간을 활용해 개인 운동을 한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중요합니다. 40세가 넘으면 매년 근육이 1%씩 빠집니다. 근육이 없으면 낙상 가능성이 높고 뼈도 쉽게 부러지게 됩니다. 근육을 키우면 젊음도 돌아옵니다. 근육=젊음이라고 보면 됩니다. 절대 늦었다는 때는 없습니다. 나이가 많아도 욕심 부리지 않고 천천히 키우면 충분히 탄탄한 몸을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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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순 트레이너(오른쪽)가 2022미스터&미즈 코리아 여자부 대상을 받은 이진원 씨와 서울특별시장배 보디빌딩대회에서 함께 포즈를 취했다. 조우순 트레이너 제공.

조 트레이너는 100세 시대를 맞아 자신의 운동 노하우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그냥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의미 있는 삶이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시니어를 위한 전문 트레이너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서울 목동 에스짐파리공원점과 인근 피트니스센터에서 프리랜서 PT(퍼스널 트레이닝)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20~60대 전 연령층을 지도한다. 어르신들에게는 자원봉사로 재능기부도 하고 있다. 공부도 열심히 한다.


“인체 해부학, 운동생리학 등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가 잘 알아야 잘 가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체는 공부하면 할수록 재미있습니다. 지리탐구 하듯 인체를 탐구하며 배우고 있습니다.” 조 트레이너는 운동은 지속가능해야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나이 들면 운동을 싫든 좋든 해야 합니다.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란 말이 운동에 가장 잘 들어맞습니다. 무슨 운동이든 의욕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자신의 몸이 적응할 수 있는 만큼만 운동을 해야 합니다. 의욕 넘친다고 하루에 너무 세게 하면 역효과만 납니다. 운동을 오래 지속하려면 즐겨야 합니다. 지나치게 욕심 부리다 골병 든 사람 많습니다. 천천히 꾸준하게 하면 우리 몸은 서서히 탄탄하게 바뀝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22.10.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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