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면허 팔아 ‘통닭집’… 권원강 회장이 이뤄낸 꿈 ‘구미 교촌거리’ [동아리]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 그 시작은 단돈 3,500만 원짜리 택시면허를 판 돈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동아’닷컴 ‘리’뷰(Review)는 직접 체험한 고객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제품·공간·문화·예술 등 우리 주변 모든 것을 다룹니다.

동아일보

문화거리 교촌1991의 야간 모습.

1991년 3월 13일 경북 구미시 송정동 굴다리 옆에 10평 남짓한 작은 치킨집이 문을 열었다. 이름은 ‘교촌통닭’. 현재 교촌치킨이 시작된 곳이다. 당시 마흔 살이던 창업주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택시 운전사로 힘겹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는 개인택시 면허를 3500만 원에 팔아 창업을 위한 종자돈을 마련했다.


권 회장은 절박함과 간절함으로 치킨집을 준비했다. 이미 여러 차례 장사에 도전했다가 실패를 맛봤고, 인도네시아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가 갑상선 항진증까지 얻게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교촌치킨 1호점인 교촌통닭 일러스트.

권 회장은 마을 어귀에 있는 ‘향교(鄕校)’의 나무처럼 한자리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에 치킨집 이름을 ‘향교가 있는 마을’이란 뜻의 ‘교촌(校村)’으로 지었다. 당시 외래어 이름이 대부분이었던 치킨집 사이에서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수준 있는 마을을 의미를 담았다.

“최고의 상술은 정직이다”

동아일보

리모델링으로 재탄생한 교촌치킨 1호점.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권 회장의 절박함과 간절함은 위기감으로 돌아왔다. 흔히 말하는 ‘개점 거품’이 빠지자 하루에 치킨 한 마리도 못 파는 날이 많아졌다. 결국 그는 맛에서 승부를 봐야한다는 생각으로 메뉴 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 탄생한 게 교촌의 시그니처 ‘교촌 오리지날’이다. 고추장을 베이스로 한 양념치킨이 메인인 다른 가게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자 했고, 경상도에선 안동찜닭 등 닭고기에 간장소스를 쓰는 일이 많아 이를 겨냥한 것이다.


또 당시는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인 ‘114’를 통해 필요한 전화번호를 얻던 시절이었다. 이때 권 회장은 한 가지 묘수를 떠올렸다. 치킨집 전화번호를 묻는 사람들에게 114 안내원이 ‘교촌통닭’ 전화번호를 먼저 알려주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는 틈만 나면 114에 전화해 전화번호를 각인시켰다. 마침내 114 안내원이 ‘교촌통닭’에 먼저 전화하는 날이 왔다. 권 회장의 궁한 노력이 결과를 맺은 셈이다.

동아일보

문화거리 교촌1991로에선 교촌치킨이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된 일화를 청취할 수 있는 전화부스가 설치돼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점차 구미에선 ‘교촌통닭’에 대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금성사(LG전자의 전신) 직원 두 명이 치킨을 먹고 있는데, 열 명의 단체손님이 매장 안에 들어왔다. 매장이 협소했기 때문에 열 명의 단체손님과 금성사 직원 두 명을 모두 받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권 회장은 단체손님을 돌려보내는 선택을 했다. 무리해서 좌석을 만들어내면 양쪽 다 만족스럽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선택은 박씨를 물어온 제비가 됐다. 금성사 기숙사에서 소문이 난 것이다. 하루에 한통 울릴까말까 했던 전화벨도 이후부턴 열통, 스무통씩 울리게 됐다.


또한 권 회장은 좁은 가게에서 많은 매출을 올리려면 홀보다 배달에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배달용으로 흔히 쓰던 오토바이 대신 프라이드 자동차를 선택했다. 오토바이로 배달하면 생길 수 있는 음식 변형, 날씨 영향 등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권 회장은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켜지 않고 땀을 흘리며 치킨을 배달했다고 한다.

‘맛과 멋’, ‘문화와 낭만’이 만나는 길

동아일보

구미시와 교촌에프앤비는 ‘교촌통닭’의 상징성을 ‘K-치킨의 고향’으로 스토리텔링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총 18억 원을 투입해 문화거리 조성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구미시는 ‘교촌통닭’의 상징성을 ‘K-치킨의 고향’으로 스토리텔링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임영환 전략스토어팀장은 지난 19일 교촌1991 문화거리에서 직접 기자들을 만나 “교촌 내부에서 창업의 마인드를 되새겨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이에 가장 적합한 곳이 1호점이었다. 마침 구미시도 관광 활성화에 대한 의사가 있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

문화거리 교촌1991의 모습.

구미시와 교촌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1년 6개월간 각각 5억 원, 13억 원, 총 18억 원을 투입했다. 이를 통해 구미 시외버스터미널부터 동아백화점 앞까지 약 500m 구간을 ‘교촌1991로’로 조성했다. 이는 구미 최초의 명예도로명이기도 하다.


특히 교촌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핵심으로 둔 키워드는 ‘초심’과 ‘다시 구미’ 두 가지다. 교촌치킨 1호점인 ‘교촌통닭’이 다시금 구미를 대표하는 명소로써, 지역과 소통할 수 있는 장소로써 ‘교촌의 맛을 찾아오게 하고 구미 멋을 찾아 돌아다니는, 교촌의 문화와 구미의 낭만이 만나는 길’ 역할을 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교촌은 각종 조형물과 벤치, 이미지월, 치맥공원 등 다양한 디자인 요소로 거리를 조성했다. 우선 문화거리의 각 시작점인 구미 시외버스터미널과 동아백화점은 ‘웰컴존’으로 꾸몄다. 아트월과 입간판 등으로 문화거리를 소개한다.

동아일보

문화거리 교촌1991로에선 교촌통닭의 상징과도 같은 프라이드 배달차를 만날 수 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교촌역사문화로드’에는 교촌통닭의 상징과도 같은 프라이드 배달차를 만날 수 있다. 교촌은 실제 차량의 50% 사이즈로 축소, 초기에 사용된 패키지와 박스를 조합해 프라이드 배달차를 제작했다.


또한 교촌이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하는데 초석이 된 114와 금성사 일화를 청취할 수 있는 전화부스를 설치했으며, 교촌 1호점의 옛 모습과 교촌통닭 로고가 롤링되는 트라이비전, 붓질의 형상을 체험하는 소스바르기 어트랙션 등 체험형 콘텐츠를 마련했다.


지역 내 방치돼 있던 녹지 공간은 수목 및 조약돌 벤치 등을 설치해 주민들의 쉼터로 새롭게 조성했다. 교촌의 대형로고와 함께 수제맥주 브랜드 ‘문베어’를 담아낸 공간 ‘치맥공원’이다.

동아일보

문화거리 교촌1991에는 허니‧간장‧레드 등 교촌의 특제 소스를 콘셉트로 조성한 ‘소스로드’가 있다.

이밖에도 교촌과 구미가 어우러져 조성된 ‘교촌구미로드’, 허니‧간장‧레드 등 교촌의 특제 소스를 콘셉트로 조성한 ‘소스로드’ 등이 거리를 채웠다.


이와 함께 교촌은 주민들의 안전과 편의성을 고려해 매장이 위치한 우방타운의 아파트 계단과 오래된 화장실을 누구나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 작업을 실시했으며, 지하차도 하부 보수 및 조명 교체로 어두운 지하차도를 안심하고 통행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개선했다.


구미=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2025.07.01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분야는 어때요?
오늘의 인기
TOP10
ESTaid footer image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