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영웅들 누볐던 코스에서 평생 잊지 못할 활강
스키시즌 개막 “가즈아! 설원으로”
강원 평창 용평리조트 스키장. 초중급자 코스인 ‘핑크 슬로프’ 정상에서 스키어들이 활강을 준비하고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 알파인 스키 경기장으로 사용됐던 ‘레인보우 슬로프’는 12월 말 개장을 앞둬 수준급 스키어, 스노보더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평창=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설상 종목을 흥미롭게 본 사람이라면 ‘설상의 호날두’로 불리는 알파인 스키 금메달리스트 마르셀 히르셔(29·오스트리아)의 경쾌한 몸놀림이 기억날 것이다. ‘한국 스노보드 간판’ 평행대회전 은메달리스트 이상호(23)가 온몸으로 눈 바닥을 스칠 듯이 활강하던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TV로만 보던 올림픽 코스들을 직접 질주해 본다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겨울 스포츠 덕후’들의 마음은 설렌다.
강원 평창 용평리조트는 평창 올림픽의 알파인 스키 경기가 열린 ‘레인보우 슬로프’를 이번에 개장한다. 그동안은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됐었다. 해발 1458m 발왕산 정상에서 시작하는 레인보우 슬로프는 알파인 경기가 열린 2개 코스를 포함해 총 5개의 슬로프로 이루어져 있다. 국제스키연맹(FIS) 공인 슬로프인 이곳에서는 1999년 겨울아시아경기를 시작으로 4차례 스키 월드컵이 개최되기도 했다. 평창 올림픽 기간에는 알파인 스키 회전, 대회전 혼성 단체전까지 총 5개 금메달의 무대가 됐다. 해당 슬로프는 12월 말 개장을 목표로 제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상급자 코스인 알파인 경기장이 부담스럽다면 ‘레인보우 파라다이스’ 슬로프를 이용하면 된다. 알파인 경기장과 동일하게 발왕산 정상에서 출발하는 레인보우 파라다이스는 산 끝자락 드래곤밸리 호텔까지 이어지는 5600m 코스다. 비교적 경사가 완만해 장거리 라이딩으로 실력을 키우고 싶은 중상급자 스키어에게 알맞다. 발왕산은 주변 산맥 중 최고 높이로 강릉 경포 호수까지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해 정상에서 ‘인증샷’을 찍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올림픽 9개 종목을 치른 휘닉스 스노우파크는 12월 중순 ‘올림픽 코스’ 5곳을 선보인다. 이상호가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은메달을 딴 ‘듀크 슬로프’는 이름을 ‘이상호 코스’로 바꿨다. 이 밖에 수준급의 스키어, 스노보더를 위한 크로스, 모굴, 하프파이프, 슬로프스타일 코스도 12월 중순 개장을 앞뒀다. 이 중 하프파이프 코스는 ‘스노보드의 황제’ 숀 화이트(32·미국)와 한국계 미국인 클로이 김(18)이 평창 올림픽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인 곳이다. 휘닉스파크는 숀 화이트가 머물렀던 콘도 블루동 1003호를 그의 미국 본가를 재현한 ‘숀 화이트 룸’으로 단장해 일반에 개방한다.
스키점프 무대였던 알펜시아 리조트에서는 150m 높이의 스키점프대에 직접 올라볼 수 있다. 일반인이 점프를 해볼 수는 없지만 모노레일을 타고 점프대에 올라 발아래 펼쳐지는 아찔한 높이를 체험해볼 수는 있다. 스키 점프대 정상에서는 썰매 종목 경기가 열린 슬라이딩 센터와 노르딕 스키 종목이 열린 골프장 등이 내려다보인다.
스키만 타기 지루하다면? 스키장 이색 체험도 만끽
요즘 스키장들은 ‘주력 상품’인 스키, 스노보드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와 즐길 거리를 마련한다. 22일 휘닉스 스노우파크에서 열리는 ‘컬러 라이딩 페스티벌’은 형형색색의 조명과 컬러 파우더로 흰색 슬로프를 수놓는 축제다. 프랑스 몽블랑에서 열리는 ‘스키 컬러 페스티벌’을 본떠 국내 최초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이상호가 오륜기 색상의 연막을 흩뿌려 시작을 알리고 400여 명의 일반인 참가자가 각자 컬러 파우더를 들고 뒤를 따른다. 분홍색, 파랑색으로 물든 슬로프를 내려온 뒤 서로에게 색색의 가루를 뿌리며 즐기는 축제다.
휘닉스 평창 호텔 포레스트홀에서는 22일부터 24일까지 힙합,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파티인 ‘아프레 스키(Apres Ski)’ 파티가 열린다. ‘아프레 스키’는 프랑스어로 스키를 타고 난 뒤 즐기는 사교 파티를 의미한다. 비와이, 치타 등 힙합 래퍼의 공연과 디제잉이 결합돼 2030 젊은 스키어, 스노보더들의 마음을 ‘저격’할 예정이다.
강원 홍천 대명 비발디파크는 어린이 고객을 겨냥한 ‘스노위랜드 테마파크’의 운영일수를 기존 74일에서 94일로 늘려 가족 단위 여행객 유치에 나섰다. 테마파크까지 이르는 곤돌라도 13대에서 28대로 늘렸다. 매봉산 정상 4만6000m² 면적의 독립된 공간에 자리한 스노위랜드는 튜브썰매, 레프팅썰매, 전통 스키, 아이스하키 등 다양한 겨울철 놀이를 마련했다.
강원 원주 오크밸리 리조트에서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미디어 아트를 체험할 수 있다. 오크밸리가 자랑하는 1.4km 길이의 숲속 산책로 ‘숨길’은 스키 시즌 동안 화려한 음악과 조명을 곁들인 ‘소나타 오브 라이트’로 재탄생한다. 나무와 돌, 흙길 등 자연물에 3차원(3D) 조명을 흩뿌려 신비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
‘스알못’도 괜찮아… 정상을 내어줄게
스키를 전혀 탈 줄 모르는 ‘스알못(스키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강원 정선 하이원 리조트를 추천할 만하다. 하이원 리조트의 명물은 해발 1340m 백운산 정상에서 약 4km를 활강하는 초급자 코스 ‘제우스 슬로프’다. 스키가 낯선 초급자라도 백운산 정상에서 주변 360도로 펼쳐지는 백두대간을 바라보며 스키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차별화한 스키 강습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중상급 스키어라면 ‘스키 데몬스트레이터(최고 등급 강사)’가 진행하는 쇼트턴, 카빙턴, 모굴스키 기술 강습을 무료로 신청할 수 있다.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를 위한 ‘프리미엄 키즈 강습’은 자녀에게 스키를 가르치고자 하는 부모도 배려했다. 강습이 진행되는 동안 부모 전용 라운지에서 아이가 스키 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서울에서 경춘선이 연결돼 ‘전철 타고 가는 스키장’으로 유명한 강원 춘천의 ‘엘리시안 강촌’도 초중급자에게 적합한 스키장이다. 국가대표 스키 선수 출신들이 스키 스쿨(유아스키) 강좌 코치진으로 나서 ‘내 아이 첫 스키’를 가르치려는 가족 방문객에게 인기가 많다.
여기에 자녀들이 스키를 배우는 동안 기다리는 부모를 위해 요리 수업이나 이벤트 프로그램 등도 운영하고 있다. 경춘선 전철을 타고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접근성은 엘리시안 강촌의 장점이다. 서울∼춘천 고속도로 이용 시 강촌 나들목을 거치면 서울에서 한 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한눈파는 순간 ‘쾅’… 스키장 안전 수칙
위험천만한 ‘직활강’ 절대 금물… 안전헬멧은 ‘생명 모자’
짜릿한 속도감을 즐기려는 스키어, 스노보더는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빠른 속도로 활강하다 보면 충돌 또는 낙상 사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추운 날씨에 근육과 관절이 경직되면서 가벼운 충돌도 골절이나 인대 파열 등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어떤 경우에도 ‘직활강’(슬로프를 직선으로 내려오는 것)은 금물이다. 올해 1월 경남 양산 에덴벨리 스키장에서는 상급자 코스에서 직활강하던 10대 스키 초급자가 40대 남성과 충돌해 상대방을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스키와 스노보드는 내리막에서 S자를 그려 속도를 줄이며 내려오는 스포츠다. 경사에서 속도를 줄이는 방법이 익숙하지 않다면 폭이 넓고 평균 경사가 10도 이하인 완만한 슬로프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초급자가 섣불리 상급자 슬로프를 택하면 급경사면에서 속도를 조절하지 못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호기롭게 상급자 코스를 택했다가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라면 무리하게 내려가기보다는 슬로프 바깥쪽으로 이동해 장비를 벗고 정상으로 걸어 올라가 리프트를 타고 내려오거나 근처 안전요원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안전 헬멧은 부상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올해 1월 강원 경기 지역 스키장 5곳 이용자 500명(스키어 284명, 스노보더 2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39.6%인 198명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스키장 안전사고 492건을 분석한 결과 머리 또는 얼굴 부상이 22.6%에 달해 엉덩이·다리(28.2%), 팔 또는 손(27.7%)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미국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에 따르면 스키 안전모를 착용했을 경우 머리 부상 가능성이 착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44%까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평창=조응형 기자 yesp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