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라이프 ]

악마가 편집했나 악마를 편집했나… ‘나는 솔로’ PD가 입을 열었다

by동아일보

동아일보

2011년 ‘짝’에 이어 2021년부터 일반인 짝짓기 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연출하고 있는 남규홍 PD. 〈복수자들〉 캡처

“‘나는 솔로’를 안 보면 대화에 못 낀다.”


과장이나 우스갯소리가 아닙니다. ‘현커’(현실커플) 세 커플 탄생시킨 6기, “손 선풍기 안 가져왔어?” 한 마디로 숱한 패러디를 양산한 10기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더니, 최근 방영된 16기에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가족과의 식사자리에서도, 직장인들의 ‘커피 타임’ 때도 ‘나는 솔로’는 가장 ‘핫’한 대화 소재였습니다. 한밤의 발레로 사랑을 고백한 영숙, 올해의 유행어 “테이프 깔까?”의 주인공 광수, 카메라와의 아이컨택을 선보인 상철 등 독보적인 캐릭터들의 향연에 이효리, NCT 도영 등 연예인들까지 ‘나는 솔로’ 팬을 자처했습니다. 16기 출연진이 방송 후일담을 전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 시청자는 25만 명까지 치솟았습니다.


‘본방사수’라는 단어가 무색해진 시대에 “수요일 밤 10시 30분만 기다린다”는 골수팬들을 양산해낸 ‘나는 솔로’의 중심에는 남규홍 PD가 있습니다. 프로그램의 인기와 함께 남 PD도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섰습니다. ‘각본 없는 드라마’를, 배우도 아닌 일반인과 만들어가고 있는 그에게 질문들이 쏟아집니다. ‘어디서 그런 인물들을 섭외하는 것이냐’부터 ‘악마의 편집이 사실인지’, ‘인기를 견인한 출연진에 인센티브를 얼마나 지급하는지’까지 방송과 관련된 사소한 정보들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회자됩니다.


도파민 폭발시키는 출연진을 끌어모으는 남규홍 PD에게 이런 수식어가 붙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복 많은 남자.’ 놀랍게도 남 PD는 “실제로 만나보면 그들 모두 평범한 인간”이라고 말합니다. ‘사랑’ 하나에만 집중해 농축된 감정을 터뜨리다 보면 누구나 ‘빌런’이 될 수도, ‘어쩌다 보니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평범한 남녀가 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 남 PD를 <복수자들>이 만났습니다. 2011년 ‘짝’에 이어 일반인의 짝짓기 프로그램을 연이어 만드는 이유, 출연진 ‘빌런 논란’에 대한 그의 생각을 동아일보 유튜브 <기웃기웃>(https://youtu.be/BQFoQrj_Gxg)에서 볼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복수자들〉 캡처

―최근 방영된 16기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어요. 결혼 커플 두 팀 탄생한 6기, 온갖 패러디 양산한 10기, ‘빌런’ 총집합했다는 16기 중 PD님의 ‘원픽’이 궁금합니다.


제 마음속 원픽 기수는 9기라고 늘 이야기 했었는데요. 세 기수 중 고르자면 6기를 고르고 싶네요. 프로그램이 안정기에 접어든 시기이기도 하고, 출연자들도 굉장히 열심히 임해주셔서 애정이 큽니다. 같이 삽질하던 시기거든요. 어려울 때 고생을 같이 한 분들이 오래 기억에 남아요. 16기도 화제가 많이 돼서 굉장히 고맙죠.



동아일보

큰 화제가 됐던 ‘나는 솔로’ 16기 돌싱 특집. 유튜브 〈촌장엔터테인먼트TV〉 캡처

―기수 화제성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시잖아요. 역대급 인기를 누린 16기 인센티브에 관심도 지대해요.


200만 원 이상은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누군가는 300만 원을 가져가기도 했고요. 웬만하면 동등하게 가는 게 맞지만, 특별한 케이스에는 더 받게 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고요, 원칙은 없습니다. 출연료와 인센티브를 다들 궁금해하시는데, 돈에만 관심이 너무 치중되는 건 좀 아쉽죠.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출연료가 점점 올라가다 보면 프로그램이 망해요. 출연료를 노리고 나오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진정성이 떨어질 수 있거든요. 돈을 안 줘도 나오겠다는 각오가 있는 사람들이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케이스를 훨씬 더 많이 봤어요. 돈이 계기가 되는 순간 순수한 마음이 훼손될 수 있어요.


―이번 16기 ‘돌싱 특집’이 큰 인기를 끌었잖아요. 노년층, 성소수자, 외국인, 연예인 특집 등을 만들어달라는 시청자들 의견도 있는데, 특집 계획이 있으신가요?


모솔, 돌싱 특집 외에 다른 특집편 계획은 없습니다. 일반인 출연자들도 너무 많이 밀려있어요. 특집은 ‘방송을 위한 특집’으로 끝날 것 같아서 자제하려고 합니다. 언론이나 방송계 종사자들은 웬만하면 커트하려고 해요. 진정성이 떨어질 수 있거든요. 방송인들은 마이크를 잡고 진행하려는 습성이 있어서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 나올 수 있어요. 그분들만 모은 특별편을 만들 순 있겠지만 현재로선 일반인을 우대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

‘나는 솔로’의 출연진 빌런 논란에 대해 “착한 악마가 편집했다”고 설명하는 남규홍 PD. 〈복수자들〉 캡처

나는 솔로에는 ‘빌런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출연자 빌런 논란은 매 기수마다 불거집니다. 시청자들은 ‘이번 기수의 빌런은 누구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합니다. 출연진이 아닌 남 PD가 ‘최종 빌런’이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출연진의 경악할만한 행동들을 제작진이 유도한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대해 남 PD는 “출연진이 빌런도 아니고, 제작진이 빌런의 모습을 유도하지도 않는다”고 선을 긋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오롯이 집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그는 출연진 섭외에도 그리 안달하지 않는답니다. “누가 나와도 그 정도는 한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편집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어요. 악마가 편집했다 VS 악마를 편집했다, 어느 쪽이 맞습니까?


착한 악마가 편집한 거죠. 출연진 빌런 논란이 계속 있는데요, 악마는 저 하나로 족합니다. 출연진들은 실제로 만나보면 평범해요. 감정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모습들이 시청자에게 빌런처럼 보여지는 거죠. 저희가 그런 행동과 상황을 유도했다고 오해할 수 있는데, 솔로나라에 가면 누구나 다 그 정도 모습은 나온다고 봐요. 그래서 제가 캐스팅에 그렇게 안달복달 하지 않아요. 누구를 뽑아 놔도 적어도 망하지는 않거든요.



동아일보

16기 출연진 중 ‘광수’가 모든 서사의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설명하는 남규홍 PD. 〈복수자들〉 캡처

―‘빌런’이 합격 기준이 아니라면 출연진을 뽑을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합격 팁은 뭔가요?


합격과 불합격이 있는 건 아닙니다. 1, 2년 전에 인터뷰했던 분들도 출연하는 경우가 있죠. 기준선에만 통과됐다 싶은 분들은 때에 따라 이후 기수에 출연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준선에는 어떻게 통과하나요?)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분이 좋고요, 사람을 서로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니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갖추면 좋아요. ‘내 자녀가 저 프로그램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게요. 매력도 중요해요. 조금만 대화를 해 봐도 즐겁고 재밌는 분들은 굉장히 좋은 출연자죠. 마음을 동하게 만들어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인터뷰 20~30분 안에 시시콜콜 그 사람의 모든 걸 예상하거나 기대하면 안 돼요. 그냥 하늘에 맡깁니다.


―한 인터뷰에서 ‘혁명을 일으킬 만한 인물을 원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남 PD님이 생각하는 ‘혁명가’란 어떤 사람인가요?


혁명가에게는 자기희생이 필요해요. 조직이나 단체를 여러 측면에서 좋게 바꾸려는 따뜻한 마음과, 그걸 실천할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혁명가거든요. 그런 분들이 솔로나라에 오면 분명 새로운 기운이 돌죠. (16기의 혁명가는 누구였나요?) 광수님이요. 그분이 스토리에 많은 파란을 일으켰어요. 모든 사건들에 다 관여를 하면서 판을 뒤집어놓았기 때문에 혁명가 역할을 한 거죠. 광수님 소개에도 그렇게 썼습니다. ‘어쩌다 보니 주인공’.



동아일보

‘나는 솔로’ 출연진을 고를 때 외모도 고려한다는 남규홍 PD. 〈복수자들〉 캡처

―외모도 보시나요?


외모가 뛰어난 분들이 훨씬 유리한 건 사실이에요. 그분들은 판을 흔들어놓거든요. 혁명사적 요소가 있기 때문에 제작진 입장에서 예쁘고 잘생긴 분들을 환영하는 건 당연합니다. (외모적으로 가장 혁명적이었던 출연자를 꼽는다면?) 11기 영철, 17기 옥순.



동아일보

〈복수자들〉 캡처

‘달걀 속 노른자위 같은 사람 마음, 기름 두르고 후라이를 해 보면 안다.’ 남 PD가 직접 적은 방송 속 글귀입니다. 달걀을 깼을 때 노른자위의 경계는 흐리멍덩하지만 후라이를 하면 노른자의 경계가 점점 선명해집니다. 사람 마음도 마찬가지라고 남 PD는 말합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는 두드러지지 않았던 인간 본성은, ‘솔로 나라’라는 기름이 부어지는 순간 그 실체를 드러냅니다. 솔로나라의 촌장으로서 기름 붓는 역할을 계속 하겠다고 남 PD는 말합니다.


―세 딸의 아버지이십니다. 딸이 이 중 하나의 프로그램 출연해야 한다면요? 하트시그널 vs 나는 솔로 vs 환승연애.


나는 솔로에 나오는 게 좋죠. 기왕 경험할 거면 진하게 경험하는 게 좋아요. 본인들은 더 많은 걸 가져갈 수 있어요. 감정이 고농도로 농축되면 짧은 시간 안에 터질 때도 있어요. 출연진들이 전부 하는 말이 ‘솔로 나라 와서 울 줄 몰랐다’는 거예요. 그런데 한번 출연해보면 알아요. 농축된 감정들이 낯선 환경에서 폭발하는 경험을 하시게 됩니다. 감정을 터뜨리지 않으면 병이 납니다. 울고 싶으면 울어버리고 시원하게 해소해야 돼요. 감정을 그때그때 터뜨려버리면 다 해소되게 돼 있고, 그게 또 다른 에너지가 돼서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어요.


―기존 연출작 짝과 나는 솔로가 일반인 매칭 프로그램이잖아요. 유사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유가 있나요?


의도한 겁니다. 짝의 경우 굉장히 훌륭한 프로그램이 뜻하지 않게 사라진 측면도 있어요. 짝의 껍데기는 버리고 알맹이만 살려보자고 의도해서 만든 게 나는 솔로에요. 죽은 자식은 정말로 눈물나거든요. 제 죽은 자식인 짝을, 10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 영리하게 살려 놓은 게 나는 솔로에요. 짝과 나는 솔로 모두 우리 시대의 사랑에 대한 자화상 역할을 합니다. 남녀가 짝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시청자들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거라고 기대합니다. 짝 제작진이었던 나상원 PD, 백정훈 PD와 저, 이렇게 세 사람이 닷 다시 뭉쳐 짝의 정신을 이어 받아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신은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계속 갈 겁니다.



동아일보

〈촌장엔터테인먼트TV〉 캡처

―남규홍에게 ‘달걀 속 노른자 위 같은 사람 마음’이란 뭔가요?


제 마음이죠. 달걀 속 노른자위는 흐리멍덩해요. 구별도 안 되고 선도 애매하고 색도 애매한데 기름을 두르고 튀김을 해보면 선명하게 노란색으로 쫙 드러나거든요. ‘보통 사람 마음이 그렇지 않을까’라는 의미로 쓴 겁니다. 제 마음도 그런 마음이고요.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