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어눌해지거나 못 움직이면 응급… 장염 등은 의원으로

[라이프]by 동아일보

의료공백 현실화, 응급상황 대처는

한쪽 팔다리 힘 없고 감각 이상 등 심근경색 의심 땐 속히 응급실로

움직임 없을 땐 심정지 확인하고, 심폐소생술 숙지 땐 바로 실시를

경증 환자는 달빛병원 등 활용… 응급의료 포털 등서 정보 확인

동아일보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가시화하며 정부가 군병원 12곳 응급실을 민간인에게 개방한 20일 오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대거 사직서를 내고 상당수가 병원을 이탈했다. 응급실에도 의료 공백이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해 전국 409개 응급센터의 24시간 응급실 체제를 유지하고 20일부터 중앙응급상황실도 확대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의원급에서 재진 환자에게만 허용하는 비대면 진료를 모든 환자에게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의 도움을 받아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응급 상황 대처법을 알아봤다.

● “의식 또렷해도 말 어눌해지면 응급 상황”

환자의 의식이 또렷하더라도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이상하거나 △안면마비가 나타나면 응급 상황에 해당한다. 가슴이 조이는 것처럼 아프거나 코끼리가 밟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흉통이 발생하면 심근경색 가능성이 있다. 어제 먹은 음식이 체했다고 생각하거나 괜찮아질 거라고 여기고 그냥 둔다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선 한시라도 빨리 응급실에 가야 한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갑자기 가슴 앞쪽이나 등 쪽 견갑골(날개뼈) 사이, 배 위쪽에서 극심한 통증이 생긴다면 ‘대동맥 박리’ 증상일 수 있다. 대동맥 박리는 대동맥 내막에 미세한 파열이 발생할 때 나타난다. 이런 상황이 생기면 역시 응급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교통사고와 추락, 절단 등으로 인한 중증 외상은 쉽게 인지할 수 있어 응급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빈도가 높다. 하지만 대동맥 박리 등은 환자들이 증상을 간과하고 시간이 한참 지난 후 병원을 찾을 때가 많다 보니 그만큼 피해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이 교수는 “출혈이 발생한 경우 상처 부위에 검증되지 않은 가루를 뿌리거나 근육이 경련을 일으켰을 때 손가락을 바늘로 찔러 피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런 민간요법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상처를 악화시키는 행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상이 발생했을 때는 깨끗한 수건으로 상처 부위를 누르고, 근육이 경련했을 때는 더 다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119에 빨리 신고하는 게 좋다.

● “환자가 안 움직인다면 심정지 가능성도”


환자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가장 먼저 알아봐야 하는 게 심정지 가능성이다.


일단 환자가 숨을 제대로 잘 쉬고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다만 비의료인이 환자의 혈액 순환 및 호흡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럴 때는 환자의 가슴과 배가 오르락내리락하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만약 호흡에 따른 규칙적인 가슴과 배의 변화가 없다면 응급 상황이므로 재빨리 응급실에 가야 한다.


만약 심폐소생술을 잘 숙지하고 있다면 바로 실시하는 게 좋다. 또 주위에 심장충격기가 있다면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119구급대에 연락하면 상황요원과 구급상황관리사 등이 전화로 심폐소생술을 안내해준다.


환자에게 말을 걸어도 적절하게 대답하지 못한다거나 아예 답을 하지 않는다면 이 역시 응급 상황에 해당된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넘어지거나 부딪혀 머리를 다쳤는데, 의식이 없다면 취했다고만 생각할 게 아니라 응급 상황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응급의학 전문의 개원 의원 활용을”

구토와 설사 등으로 대표되는 장염은 응급실을 찾는 경증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환 중 하나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상황에서 대형병원은 중증 환자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경증 환자들이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을 찾으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할 수 있다. 경증 환자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이나 응급의료기관이 아닌 다른 응급실을 방문할 것을 권장한다. 오히려 이런 응급실에서 더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따로 개원해 야간에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원을 운영하기도 한다. 비응급 경증 질환의 경우 이런 의원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소아청소년과 달빛병원같이 야간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의원도 있다. 또 응급의료포털(www.e-gen.or.kr) 홈페이지나 응급의료 정보 제공 모바일 앱, 보건복지부 콜센터(129), 119, 건강보험공단 콜센터(1577-1000),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콜센터(1644-2000) 등에서도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주간에 병원에서 진료를 마치고 복용할 약을 탔음에도 야간이나 새벽에 다시 응급의료기관을 찾는 사례가 종종 있다. 열이 떨어졌고 증상도 심하지 않을 때는 응급의료기관 이용을 가급적 자제하는 게 좋다. 이 교수는 “응급실은 중증응급질환과 중증외상 환자를 위해 응급처치를 하는 곳”이라며 “일반 질환은 일과 시간에 인근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2024.02.2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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