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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올록볼록 봉분 눈에 쏙… 사각사각 억새 귀에 쏙… 인생샷 핀 ‘달구벌피아’

by동아일보

[힐링 코리아]눈-귀-입이 즐거운 대구여행

불로동 봉분길 데이트코스로 그만

대명유수지 억새밭엔 황금빛 물결

향촌동 가면 풀짜장-돔배기전 별미

《여행의 즐거움은 보고, 듣고, 먹는 일에서 비롯된다. 아쉽게도 이 세 가지를 모두 만족시켜주는 여행지를 찾기란 쉬운 일만은 아니다. 시간과 돈이 드는 경우가 적잖다. 하지만 의외의 장소에서 그런 삼박자를 고루 갖춘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대구도 그런 곳 가운데 하나다. “어디서 찍은 사진이야”라는 궁금증을 자아낼 만한 사진촬영 명소와 “감각 있는데”라는 칭찬을 들을 만한 카페가 대구 곳곳에 숨어 있어 찾는 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싸고 맛있는 먹을거리는 지친 여행객들의 입맛을 되살려준다.》

눈이 즐겁다… 하늘과 언덕 그리고 노을

동아일보

멀리서 보면 야트막한 동산에 불과한 모양이다. 하지만 다가가 들여다보면 동산에 봉긋봉긋 수많은 봉분이 솟아 있다. 대구 동구에 위치한 불로동 고분군이다. 최근 사진촬영 명소로 뜨거운 관심을 받는 곳이다. 고분들은 지름 15∼20m, 높이 4∼7m 크기로, 모두 275기가 있다. 1938년 처음 발굴된 이후 금귀고리 등 장신구와 각종 토기와 무기들이 발견됐다. 당시로는 귀한 음식인 상어(돔배기)의 뼈도 나와 5, 6세기 삼국시대에 일대를 지배한 세력들의 무덤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분군은 말 그대로 공동묘지이지만 이젠 젊은 연인들이 즐겨 찾는 데이트 코스 중 하나다. 특히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웨딩사진 촬영 장소로 인기가 높다. 동글동글한 모양의 봉분은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어준다. 고분군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면 봉분의 부드러운 곡선과 하늘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연출해낸다. 봉분 사이로 홀로 서 있는 소나무는 회화적인 느낌마저 들게 한다.


동산의 높이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대구의 그 어떤 곳보다 뛰어난 전망을 자랑한다. 정상에 오르면 팔공산, 이월드 83타워, 월드컵경기장 등 대구 지역 명소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1500년 이상의 시차를 뛰어넘어 과거와 현대가 뒤섞인 묘한 분위기다. 가족 동반 나들이 코스로도 적당하다. 주차장에서 입구를 지나 언덕으로 오르면 봉분 사이로 산책로가 나온다. 경사가 완만하고 정비가 잘돼 있어 아이들과 손을 잡고 걷기에 좋다. 고분군은 팔공산 올레길 6코스의 들머리이기도 하다. 고군분이 단지 죽은 사람들만을 위한 쉼터가 아니라 살아 숨쉬는 사람들에게도 안식처가 되고 있는 셈이다. 언제든 아름답지만 해질 무렵이 특히 뛰어나다. 대구 최고의 ‘노을 맛집’이라 부를 만하다. 해가 서산을 넘어가고 주변 빌딩과 아파트에 하나둘 조명이 켜지면 봉분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사방이 완전히 어두워지기까지 봉분은 이국적이면서도 시간을 초월한 공간이 된다. 이맘때 이곳을 찾은 이들은 넋을 놓고 석양을 한동안 쳐다보기 일쑤다.


고분군 인근에 위치한 봉무공원도 가볼 만하다. 인공 저수지인 단산지 주변으로 조성된 공원이다. 저수지 둘레를 한 바퀴 도는 산책로는 ‘맨발 산책로’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약 3.5km 길이로 40분 정도면 완주할 수 있다.

귀가 호강하다… 바람에 춤추는 억새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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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억새밭이 펼쳐져 있는 대명 유수지는 나무 덱을 따라 걷다 보면 자꾸 사진을 찍고 싶을 정도로 풍경이 아름답다.

낙동강 인근의 대명유수지는 억새밭으로 유명한 곳이다. 축구장 30개 정도 규모인 26만 m² 습지를 억새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낙동강 범람을 막기 위해 강둑과 성서산업단지 사이에 조성된 곳으로,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수천 마리가 살고 있다. 겨울이면 겨울철 특유의 스산함을 느끼고 싶어 하는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특히 억새가 필 때면 자동차들이 유수지에 접한 도로를 가득 메울 정도로 인기가 높다. 유수지에는 따로 주차장이 없다. 10월부터 11월 중순까지 한정된 시기에만 임시 주차장을 운영한다. 보통 달성습지생태학습관에 차를 세우고 20∼30분 정도 걸어서 억새밭을 찾는다.


강둑에 올라 햇살에 반짝이는 억새밭을 바라보면 눈이 부실 정도다. 때론 은빛으로, 때론 황금빛으로 물결치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나무 덱으로 만든 길은 ‘T’자 모양으로 억새밭을 가로질러 설치돼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억새를 바로 앞에서 만날 수 있다. 바람이 불면 억새는 춤을 추듯 이리저리 흔들린다. 동시에 억새끼리 부딪는 소리가 파도가 돼 귓전을 때린다. 눈을 감으면 마치 억새의 바다 위에 있는 홀로 서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가 만드는 풍경을 놓칠세라 사람들은 휴대전화와 카메라를 여기저기 들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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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유원지에서는 강 수위에 따라 아메리카 대륙, 남미 대륙과 닮은 달성습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대명유수지 바로 옆에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달성습지가 있다. 예전에 홍수로 하천에 쌓인 퇴적물이 습지를 형성했다. 이곳 습지를 한눈에 담으려면 인근 화원유원지로 가면 된다. 1970, 80년대까지 대구지역민들이 즐겨 찾았지만 1990년대 이후 개발이 중단되자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진 곳이다. 최근 사문진 나루터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설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화원유원지를 찾는 사람들이 다시 늘고 있다. 화원유원지 전망대에 오르면 달성습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 보는 달성습지는 강물 수위에 따라 모양을 달리한다. 한반도나 아메리카 대륙, 또는 남아메리카 모양을 연상케 한다. 유원지는 개발이 멈춘 탓에 1970, 80년대 감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복고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현장을 찾는 여행객이라면 놓쳐선 안 될 장소다.

입맛이 살아나다… 복고풍 감성과 옛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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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시인 등 대구 지역 문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왔던 북성로의 꽃자리다방.

대구 중구 향촌동과 북성로 일대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1960, 70년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마치 당시 영화 촬영장을 거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일제강점기에 향촌동과 북성로는 대구지역 유흥의 중심지였다. 1950년대는 한국전쟁으로 여러 지역에서 온 예술인들이 모이면서 문화의 중심지가 되기도 했다. 아쉽게도 1980년대에 접어들어 대구 신도심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옮겨지면서 향촌동은 잊혀 갔다. 60대 이상만 찾던 이곳이 복고풍 열기에 젊은 감성이 입혀지면서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독특한 감성을 지닌 카페와 오랫동안 대구지역민들에게 사랑받아온 맛집들이 핫 플레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꽃자리다방’은 시인 구상 등 대구지역 문인들이 사랑방처럼 이용했던 곳이다. 2층의 카페 내부는 복고풍 감성으로 꾸며졌다. 3층 야외 테라스에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들이 있다. 꽃자리다방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대화의 장’은 옛날에 여관으로 사용됐던 공간이다. 이곳은 현재 카페와 영화관, 공방, 상점 등으로 바뀌었다. 이국적인 풍경으로 앉아만 있어도 감성이 풍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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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한 국수 면에 잘게 썬 파와 참기름, 고춧가루를 얹은 해주분식의 풀짜장.

향촌동을 들렀다면 반드시 찾아가야 할 맛집들이 있다. ‘해주분식’에선 요즘 보기 힘든 풀짜장(4000원)을 맛볼 수 있다. 풀짜장은 납작한 국수 면에 채 썬 파와 참기름 등을 넣어 만든 짜장면이다. 10년 전만 해도 풀짜장을 내놓는 집이 10여 곳 있었지만 이젠 해주분식만 남았다. ‘너구리’ 식당에서는 2000원으로 옛날 국수를 먹을 수 있다. 주물럭 석쇠구이 1인분을 추가하면 7000원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다. 향촌동 찌짐집에서는 다른 곳에서는 먹기 힘든 돔배기전(6000원)과 배추전(4000원)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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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대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