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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격리수준 생활에 작은 집 답답해… 큰 평수 선호하고 공간변형 쉽게

by동아일보

거실-방 나누는 가변형 벽체 사용… 입주자가 홈시어터 만들땐 벽 없애

귀가때 바로 손씻게 현관에 세면대

집을 카페처럼 꾸민 평면도 등장

동아일보

현대엔지니어링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새롭게 디자인한 부엌 공간. 창을 넓히고 넓은 테이블과 좌식 공간을 마련해 카페나 레스토랑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제공

직장인 정모 씨(45)는 최근 이사하면서 실내 공간을 완전히 리모델링했다. 가장 신경을 쓴 것은 홈오피스를 꾸미는 일이었다. 재택근무해야 하는 날이 많아지며 가족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는 공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아파트의 방 3개는 안방과 아이 방, 드레스룸으로 써야 했다. 그는 고민 끝에 안방 베란다를 확장해서 붙박이식 책상과 의자를 배치했다. 그 덕분에 안방 한쪽에 독서실처럼 아늑한 미니 오피스를 만들 수 있었다. 정 씨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 거실과 분리된 공간이 필요했는데, 짐이 많은 드레스룸보다는 안방이 더 집중이 잘될 것 같아 안방을 홈오피스로 꾸몄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주거 공간도 바뀌고 있다. 집에서 일도 하고 수업도 받으며 여가까지 즐기는 등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귀가 즉시 손 씻게 현관 옆에 세면대


최근 신축 아파트 트렌드로 떠오른 ‘알파룸’이 대표적이다. 방과 거실을 구분하는 벽을 자유롭게 없앨 수 있도록 가변형 벽체로 만들었다. 입주자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방 크기를 늘리거나 줄이고, 아예 없앨 수도 있게 했다. 이 알파룸을 활용하면 홈오피스를 꾸미거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홈시어터, 아이 놀이방 등으로도 만들 수 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외출복을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손을 씻어야 하는 ‘코로나19식 귀가’에 맞춘 설계도 나오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5월 실시한 공동주택 설계공모에서는 현관에 바로 신발장과 건식 세면공간을 설치한 평면이 등장했다. 집에 오면 바로 손을 씻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드레스룸은 거실에 들어서기 전에 있는 방에 설치해 옷도 바로 갈아입도록 했다. 맞은편에는 욕실을 배치해 샤워까지 곧바로 할 수 있게 꾸몄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카페 가기도 망설여지는 사람들을 위해 집을 카페로 만드는 평면도 나왔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최근 내놓은 ‘올인룸(All in Room)’ 평면은 현관 팬트리(큰 수납공간)를 아예 드레스룸과 세탁공간으로 구성했다. 주방 쪽 발코니에 넣었던 세탁 공간을 현관 쪽으로 뺀 것이다. 그 대신 부엌 창을 넓히고 발코니를 정원으로 꾸며 카페처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집에 있다 보니 답답”… 넓은 공간 갈망


선호하는 주거 형태에 변화가 올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에서 가장 선호되는 주거 형태는 도심의 중소형 아파트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이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집의 크기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민간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전용면적 84m²를 초과하는 중대형 아파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199.64 대 1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의 5배로 높아진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청약률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이유도 있지만, 건설사들이 기존 수요에 맞춰 중소형 중심으로 분양을 하다 보니 중대형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희소해진 영향이 크다. 중대형 아파트로 수요가 쏠리며 경쟁률이 크게 오른 것이다.


주거 공간을 공유하는 ‘코 리빙(Co-living)’이 다시금 주목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건상 업무, 여가 등 모든 기능을 소화할 만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1, 2인 가구가 주요 대상이다. 공간을 나눠 쓰면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별도 업무 공간은 물론이고 테라스나 루프톱 등 여가 및 문화생활을 위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개인 정원과 넓은 공간을 확보하려는 사람들이 도심을 떠나 교외로 이주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7월 미국 뉴욕타임스는 뉴욕 맨해튼 도심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뉴욕 교외 지역인 롱아일랜드, 웨스트체스터, 뉴저지 북부 등 교외로 이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매업체인 소더비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5, 6월 웨스트체스터에서 집을 산 사람의 46%, 페어필드의 33%가 당시 뉴욕 거주자였다.


한국에서도 변화의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가 10일 발표한 ‘빅데이터로 본 서울시민 코로나 1년’ 자료에 따르면 조사 기간 관내 생활인구가 전년 대비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주중 기준으로 중구(―29.8%) 종로구(―19%) 강남구(―12.5%) 순이었다. 업무지구의 생활인구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반면 강동구(1.9%) 은평구(0.6%) 중랑구(0.3%) 등 도심에서 거리가 있는 주거지역의 생활인구는 증가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개최한 ‘도시와 집, 이동의 새로운 미래’ 심포지엄에서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학과 교수는 “역사를 돌아보면 감염병이 창궐한 뒤에는 반드시 공간 구조가 바뀌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코로나19로 주로 집에서 생활하는 등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지다 보니 좋은 주거 공간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